앞서간다는 당신, ‘이런 호텔 안 가봤다고?’

CASE #1.“독특한 스타일의 인테리어와 감각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요. 2년 전 뉴욕 여행을 갔을 때 들렀던 W호텔 뉴욕이 인상적이었는데, 서울에도 생겨서 단골이 됐어요.”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는 최연아 대리(29)는 한달에 두 번 정도 ‘W호텔’을 찾는다. 식사를 하거나 간단한 칵테일을 마시기 위해서다. 서울 테헤란로에 위치한 회사에서는 강남지역에 위치한 호텔들이 더 가깝지만 최대리는 굳이 광장동의 W호텔까지 찾아간다.CASE #2.지난 5월2일 차세대 골잡이로 인기를 끌고 있는 축구선수 박주영은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 주최로 열린 베켄바우어 2006독일월드컵 조직위원장의 환영만찬에 초대됐다. 박주영 선수와 베켄바우어 위원장의 악수가 오갔던 이곳은 서울 삼성역 사거리에 위치한 ‘파크하얏트’호텔이었다. 파크하얏트호텔은 대한축구협회가 주문한 그대로 맞춤형 스탠딩 파티를 마련해줬다.W호텔과 파크하얏트호텔에 가 본 사람들은 ‘뭔가 다르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도대체 어떤 면에서 다를까.정답은 바로 ‘부티크호텔’에 있다. 지난 4월15일 문을 연 파크하얏트호텔은 ‘부티크호텔’을 표방한다. 또 지난해 8월 오픈한 W호텔은 호텔측에서는 “우리는 공식적으로는 부티크호텔이라기보다 ‘스타일호텔’이다”고 말하지만 고객 가운데는 W호텔을 ‘부티크호텔’로 부르며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대학가에서도 경영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이 W호텔을 ‘부티크호텔’로 사례연구하며 독특한 서비스를 분석할 정도다.삼성역 사거리의 파크하얏트 서울을 처음 찾은 사람들은 어리둥절해한다. 1층 엘리베이터 앞에 서면 안내를 맡은 훤칠한 직원들이 “로비는 1층이 아닌 24층”이라고 친절히 안내하기 때문.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에 도착하면 구름 속에 떠 있는 기분이 든다. 지하 4층, 지상 24층의 건물 전체를 통유리로 설계해 바깥세상이 훤히 보인다. 시원한 통유리를 사이에 둔 내부와 외부의 ‘커뮤니케이션’이 이 호텔의 컨셉이다. 로비가 있는 24층을 둘러보다 보면 수영장이 눈에 들어온다.객실 역시 ‘통유리’를 기본 컨셉으로 삼았다. 침실과 욕실 사이에도 역시 꽉 막힌 벽이 아닌 통유리 한장이 들어 있는 한마디로 ‘사통팔달’ 구조다. 심지어 욕실 욕조 또한 창문 바로 옆에 위치해 삼성동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객실의 또 다른 특징은 부티크호텔답게 ‘내집 같은 편안함’을 추구했다는 것. 객실 한쪽에 TV와 소파를 놓고 집안의 거실과 같은 분위기로 꾸몄다. 객실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욕실 내에 평면TV를 별도로 설치, 안락한 분위기 만들기에 신경 썼다.사방이 널리 보이는 개방구조는 파크하얏트의 레스토랑에도 적용됐다. 주방장의 요리공간을 벽 안에 가두지 않고 식사하는 고객 바로 옆에 배치했다. 조리과정을 고객이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오픈 키친’ 형태다.서은정 마케팅부 주임은 “세계적인 인테리어디자인회사 ‘수퍼포테이토’가 파크하얏트 서울을 디자인했다”며 “현대적 감각과 한국 전통가옥의 빗살무늬 미닫이문의 이미지를 결합해 동서양의 만남을 추구했다”고 말했다.김지연 파크하얏트 서울 마케팅부장은 “기존 객실 500개 이상의 대형 특급호텔보다 규모가 작은 게 부티크형 호텔인 파크하얏트의 특징”이라며 “우리는 객실이 185실이기 때문에 고객 한명 한명에게 더욱 신경을 쓰며 차별화된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부장은 이어 “테헤란로의 중심에 건립됐다는 사실에서부터 알 수 있듯 다국적 기업과 IT기업, 대기업 등의 비즈니스 고객을 겨냥하고 있다”며 “CEO나 고위 임직원을 주고객층으로 삼는다”고 덧붙였다.비즈니스맨 가운데서도 고위직을 타깃으로 삼은 파크하얏트는 마케팅 전략 또한 이에 맞도록 짰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생각으로 호텔을 연 뒤 한동안 고객을 ‘초대’해 호텔시설과 컨셉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했다.파크하얏트 서울은 그랜드하얏트, 하얏트리젠시와 함께 하얏트 소속 브랜드다. 부티크호텔인 파크하얏트 브랜드는 1980년에 첫선을 보였고 현재 전세계에 22개가 운영되고 있다.서울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호텔 바로 옆에 자리잡은 W서울 워커힐의 ‘W’는 무슨 뜻일까. ‘W’는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언제든지 제공한다’(Whatever you want, Whenever you want)는 뜻을 지닌 동시에 멋지고(Wonderful), 재치 있고(Witty), 다정다감(Warm)하며 항상 환영(Welcome)한다는 의미도 된다. 평법하지 않은 호텔이름부터가 고객의 이목을 끈다.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W호텔’이라는 단어 하나로 검색해보면 그 인기를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인터넷상의 각종 홈페이지와 블로그에는 ‘W호텔’을 다녀온 네티즌들의 후기로 가득하다. W호텔의 감각적인 디자인과 색감에 반해 인테리어 시설물 앞에서 찍은 사진부터 레스토랑의 음식 사진, 칵테일 사진 등 직접 찍은 사진 또한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심지어 흰색과 붉은색 인테리어인 ‘W호텔 객실처럼 집을 꾸민’ 가정집도 발견된다.아울러 온라인상에서 입소문이 퍼져가는 광경 자체를 목격할 수도 있다. W호텔의 가격, 분위기에 대한 궁금증을 네티즌끼리 서로 묻고 답하며, 가보지 않은 예비고객의 호기심은 확산돼 간다. 경기도 분당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승하씨(26)는 “호텔 앞에 위치한 불이 환히 켜진 대형 ‘W’ 로고, 빨간색, 초록색 등의 형광손잡이가 달려 있는 어두운 엘리베이터 안에서 친구들과 사진을 찍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호텔 안에 들어서자마자 타조알같이 생긴 의자, 몸 전체를 의자 안으로 넣을 수 있는 코쿤형 의자, 우주선처럼 생긴 박스 안에서 음악을 틀어주는 DJ 등 유머러스하면서도 신기한 모습이 색달랐다”고 덧붙였다.W호텔은 이처럼 찾는 고객들로부터 ‘감탄’을 이끌어내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했다. 뉴욕의 스튜디오 가이아와 홍콩 RAD의 애론 탄, 뉴욕의 토니치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과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을 영입, 기존에는 볼 수 없던 공간을 탄생시켰다. 일단 각 공간의 이름부터 다르다. 다른 호텔의 로비에 해당되는 공간에는 ‘리빙룸’이라는 이름을 붙여 편안함을 꾀했다. 스티븐 최 마케팅부 과장은 “바(Bar)에 해당하는 ‘우바’(WooBar)의 ‘우’는 감성과 연계되는 감탄사”라며 “W호텔에서는 ‘우’라는 단어가 많이 쓰여 ‘감성을 자극하라’(Woo you senses)가 호텔의 모토로 쓰일 정도다”고 설명했다.W호텔 곳곳에 예술품을 대거 설치하기도 했다. 고객이 단순히 감상하는 예술작품보다 예술세계와 상호교감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뉴욕의 미디어아트 갤러리인 ‘비트폼 갤러리’, 캐나다의 ‘팜보이 파인 아트’, ‘에트킨 핏저럴드 스튜디오’, 조각가 이재효 등 국내외 예술가들이 이런 W호텔의 작품세계를 채워줬다. 그 결과 리빙룸(로비를 지칭)에 위치한 ‘나무거울’부터 ‘리프트’(Liftㆍ엘리베이터) 옆에 위치한 ‘스크린 거울’ 등이 탄생해 고객의 탄성을 자아낸다. 가령 나무거울의 경우 고객의 동작을 감지해 고객이 움직이는 방향대로 작품의 미세한 나무조각이 따라 움직인다.인사제도에도 W호텔만의 개성이 담겨 있다. 지난해 8월 문을 열기 전 W의 직원을 뽑을 당시 열렸던 인터뷰에는 ‘오디션’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직원은 ‘탤런트’, 유니폼은 ‘아웃핏’(Outfit)이라고 불린다. 호텔이라는 무대공간(Stage)에서 ‘고객에게 서비스를 보이는 탤런트가 되라’는 의미.직원인 ‘탤런트’의 복장도 남다르다. ‘우바’에 앉아 있으면 가죽바지를 입은 남자 ‘탤런트’와 짧은 핫팬츠에 망사스타킹을 신은 여자 ‘탤런트’를 만날 수 있다. ‘아웃핏’이라고 불리는 이 유니폼은 감성적 스타일과 기능성을 고려해 호주의 바바라 바타글리니 디자이너와 한국의 정욱준 패션디자이너가 디자인했다.유니폼 자체가 워낙 스타일리시해서 누가 손님이고 누가 종업원인지 얼핏 봐서는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다. 복장규정이 다른 호텔보다 자유로워 로비 프런트에서 손님을 맞는 남자직원의 경우 귀걸이는 1개까지 가능하다.전직원의 명함에는 모두 영어이름이 적혀 있다. 마케팅부에는 샐리 정, 스티븐 최, 켈리 김이 일하고 있다. 명함에는 ‘부장’ ‘과장’ 등 한글 직함이 적혀 있지 않다. 마케팅부에서 일하는 켈리 김씨는 “‘과장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실제로 ‘스티븐’이라고 부른다”며 “모든 직원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총지배인 또한 예외가 아니다”고 말했다.부서이름 또한 ‘튄다’. 스티븐 최 마케팅부 과장은 “객실관리부는 객실의 스타일을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스타일 디파트먼트’(Style Department)로 부른다”며 “또한 서비스를 맡는 부서 이름 자체가 ‘왓에버, 웬에버’(Whatever, Whenever)다”고 말했다. 고객이 그 어떤 서비스를 원해도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의미다. 최과장은 이어 “실제로 투숙했던 한 고객이 여권을 객실에 놓고 공항에 가자 직원이 공항까지 쫓아가 여권을 전달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새벽에 갑자기 고객이 프린터가 필요하다고 하면 어디서라도 프린터를 구해주는 맞춤서비스를 펼친다.14층인 W호텔의 네 가지 타입으로 이뤄진 객실 253실 또한 W호텔 스타일을 반영했다. 고객의 컨디션에 따라 각기 다른 아로마 향기를 준비해주는 센트룸(Scent Room)을 비롯해 원더풀룸, 스파룸, 미디어룸 가운데 고객은 취향에 따라 객실을 고르면 된다.이들 호텔 외에도 2003년 10월 서울 강서구 발산동에서 문을 연 메이필드호텔 또한 유럽형 부티크호텔을 지향한다. 고객이 단순히 머무르는 곳이 아닌 ‘즐기는 호텔’이 되겠다는 메이필드 외에도 국내 호텔업계에 부티크호텔 바람이 서서히 불고 있다. 부티크호텔을 열겠다는 움직임부터 기존 호텔을 부티크형으로 바꾸겠다는 계획 등이 포착된다. 국내 호텔업계에 새로운 충격을 준 이들 부티크형 신개념 호텔. 이들 호텔로 국내 호텔업계는 분명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돋보기 / 해외사례프로포즈 고객 위해 초코렛 녹여 욕조 채워W호텔은 글로벌 호텔그룹인 스타우드(Starwood)의 한 브랜드다. 스타우드는 웨스틴과 쉐라톤 등의 브랜드를 지니고 있다. 98년 야심작인 W뉴욕 문을 연 스타우드는 W뉴욕을 시작으로 미국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뉴올리언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호놀룰루, 실리콘밸리, 애틀랜타, 샌디에이고에 W호텔을 선보였다. 이어 시드니, 멕시코시티, 몬트리올 등에서 W호텔 문을 열어 현재 20여개의 W호텔을 전세계에 두고 있다. 이외에도 W 몰디브-페스두(2006년 오픈 예정), W 댈러스 호텔 앤드 레지던스(2007년 오픈 예정), W 바르셀로나(2008년 오픈 예정) 등의 W호텔이 공사 중에 있다.W뉴욕을 처음 문열었을 때 특히 모델 신디 크로포드의 남편 랜디 거버가 운영하는 W뉴욕의 레스토랑의 일화가 유명하다. W서울 워커힐 관계자는 “W뉴욕 오픈 당시 레스토랑에 들어가기 위해 선 줄의 길이가 호텔 건물 주변을 몇 바퀴 감고 돌았다”고 전했다. W뉴욕의 ‘초콜릿탕 맞춤형 서비스’ 일화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한 고객이 “새벽 2시에 애인에게 프러포즈를 하고 싶다”며 “욕실 욕조에 한가득 밀크초콜릿을 녹여넣고 싶다”고 하자 고객의 요청 그대로 즉각 서비스를 시행한 것.1980년부터 선보인 해외의 파크하얏트 가운데는 미술품으로 유명한 곳이 유독 많다. 부티크호텔이라는 명성답게 미술전시관을 설치해 고객의 눈길을 끈다. 파크하얏트 워싱턴은 피카소와 마티스, 미로, 레제, 샤갈, 콜더 등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또한 파크하얏트 시카고는 데일 치후리의 유리공예, 게르하르드 리히터의 1968년 걸작 ‘두오모광장’을 소유하고 있다. 유럽의 파크하얏트도 다르지 않아 파크하얏트 취리히에는 특수 주문된 솔레 위트의 벽화가 전시돼 있다. 해외 파크하얏트는 고객이 ‘내집 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도서관도 설치했다. 위치에 따라 서적을 특성화해 파크하얏트 샌프란시스코는 해전 관련 서적을, 파크하얏트 필라델피아는 필라델피아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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