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경영’ 선포… 세계 톱3 청사진

올해 초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미래에 먹고살 수 있는 길은 오직 기술개발뿐”이라며 ‘특허 중시 경영’을 선포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윤부회장은 올해 초 신년경영회의에서 “선진기업들이 기술을 무기로 경제전쟁에 뛰어들고 있어 특허 중시 경영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하고 임원진에 “표준화 선도와 특허의 질적 확대, 핵심인재 확보와 양성 등 미래 생존을 위한 성장인자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삼성전자만 해도 지난해 기술도입 계약을 맺은 국내외 회사에 총 1조2,813억원을 특허 사용료로 지급한 상황이다. 이는 지난해 순이익(10조7867억원)의 10분의 1이 넘는 금액이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2005~2006년 미국에서 2,000여건의 특허를 등록해 톱5에 진입하고 2007년에는 톱3까지 오른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 특허청(United States Patent and Trademark OfficeㆍUSPTO)이 발표한 2004년 특허등록 순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2003년의 1,313건보다 291건 늘어난 1,604건의 특허를 등록해 6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사실상 지난 2000년부터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중심으로 하는 ‘특허 내실화’를 경영방침으로 삼았다. 따라서 2002년 10위권 밖이었던 삼성전자는 2003년에 9위, 지난해에는 6위로 도약, 톱5의 가능성을 높였다.올해 초 사장단 인사에서 이윤우 부회장을 CTO(최고기술책임자)로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기존에 사장직이던 CTO를 부회장직으로 승격시킴으로써 기술경영체제를 강화하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이야기다.특허 경영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전담인력도 늘릴 계획이다. 현재 350여명 수준인 특허 전담인력은 2010년까지 450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 국내외 42개 연구소에 24시간 잠들지 않는 연구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변리사, 미국 특허변호사 등 자체 인력의 교육과 양성도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삼성전자가 이처럼 특허경영에 관심을 갖게 된 결정적 계기로 1986년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가 삼성전자와 일본 8개사를 상대로 64Kㆍ256K D램 관련 10개의 기술특허를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한 ‘반도체 특허분쟁’을 꼽는 이들이 많다. 당시 삼성전자는 87년 11월에 약 8,500만달러라는 거액의 배상금을 지불해 소송이 일단락됐다.결국 특허분쟁으로 인해 이 같이 큰 상처를 입은 뒤 20년 동안 노력한 결과 지금과 같은 특허 내실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지난 연말에는 삼성전자와 소니의 특허 상호 라이선스 계약이라는 깜짝 놀랄 만한 발표가 있기도 했다.삼성전자와 소니는 지난해 12월 중순 두 회사가 보유한 특허의 상호 사용을 골자로 하는 크로스라이선스(Cross-Licenseㆍ상호특허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전자산업의 선두주자인 양사가 주요 제품에 대해 ‘특허 포트폴리오’를 상호 사용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삼성전자는 소니 이외에도 이미 이와 유사한 전략적 제휴를 적극 활용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컨대 NEC와는 컴퓨팅 시스템, HP와는 잉크젯 프린터, 메이택(Maytag)과는 드럼세탁기, 산요와는 에어컨, 그리고 IBM과는 나노로직 기술 등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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