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예산 따로 편성 ‘기술에 빗장’

“개발보다 보호가 중요하다.”

대표적인 ‘벤처 1세대’ 미래산업은 창업 초기부터 지식재산권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반도체 검사장비 및 SMD 마운터 제조업체로 자리를 잡기까지 기술개발 못지않게 ‘지키기’를 경영전략 전면에 내세웠다. 대부분의 중소ㆍ벤처기업들이 지식재산권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과 달리 미래산업은 공격적으로 자사 특허권 보호에 나서 대조를 이룬다.지식재산 보호는 창업주인 정문술 전 사장의 ‘지론’이기도 했다. 반도체 후공정에 사용되는 첨단장비의 개발시기부터 정문술 전 사장은 특허, 의장, 실용신안 등에 대한 출원 및 등록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개발된 기술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라고 판단, 90년대 후반부터 특허팀을 만들고 모든 기술 및 모든 연구인력 지식재산의 특허화를 진행했다. 기업규모에 비해 일찍부터 지식재산권에 눈을 뜬 것은 정 전 사장의 철두철미한 전략이 바탕이 된 셈이다.실제로 미래산업은 사업 초기 지식재산권을 둘러싸고 달갑지 않은 경험을 여러차례 겪었다. 기술이전을 납품의 조건으로 요구하는 거래처가 나오는가 하면,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이 투여된 기술을 단순모방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경쟁사도 나타났다. 일부 대기업이나 선두 개발업체들과의 특허소송 우려까지 더해지자 지식재산 보호가 기업 존립의 조건으로 떠올랐다.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는 걸림돌 제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특허팀 강화, 특허 시스템 정착으로 이어진 것이다.노력의 성과는 시장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중견기업 중 가장 많은 국내 및 해외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경쟁사로부터 미래산업 장비의 모방 및 가공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게 됐다. 동종업계 외국 선두업체조차 미래산업의 특허를 피하느라 계획보다 많은 연구개발비를 지출할 정도다.그동안 미래산업이 확보한 지식재산권 규모는 웬만한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국내특허출원 553건(등록 378건), 해외출원 375건(등록167건) 등 총 928건(등록 총 545건)이 진행 중이다. 이밖에 실용신안 85건, 의장 59건, 상표 25건을 보유하고 있다.미래산업의 특허전략은 ‘우수한 지식재산권 확보 및 분쟁대응력 제고를 통한 회사이익 창출’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 회사 내 특허팀의 임무 및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은 물론 막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매년 예산의 1~2%를 특허예산으로 편성, 지식재산권 발굴 및 유지에 지출할 정도다.특히 정 전 사장 못지않은 지식재산권 중시론자인 권순도 사장은 평소에도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자주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기술의 권리보호는 단순한 기업의 기술보호가 아닌 국가적으로 보호돼야 할 권리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기술도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투여된다. 기술들이 외국으로 유출될 경우 기업의 손실이 아닌 국부의 유출이라고 봐야 한다. 이로 인해 발생되는 기업의 채산성 악화는 크게는 국가의 채산성 악화로 연결된다”는 게 권사장의 생각이다. 지식재산권, 특히 특허권의 보호를 단순히 기업 내부의 일로만 접근해선 안된다는 이야기다.최근 미래산업은 국내외 업체들과 특허분쟁을 진행하고 있다. 미래산업 관계자는 “특허분쟁 중 70%는 기술보호를 위해 특허공격을 행하는 것이고, 나머지 30%는 타사로부터 특허공격을 받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해외 유수 경쟁업체뿐만 아니라 국내 T, N, A사 등과도 특허분쟁을 치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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