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는 지금 몇 도?

지난 3월12일 울주군 문수산 일대에서 개구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전날까지 영상 10도를 웃돌던 따스한 봄 햇살에 서둘러 잠을 깬 개구리들이 갑자기 기온이 영하 4.1도로 떨어진 바람에 봄노래도 못 부르고 비명횡사한 것이다. 봄 날씨라는 것이 본디 예측불허하다지만 올해 한반도의 봄날은 유독 변덕스럽다. 날씨만 그런 것이 아니다. 경제사정도 이에 못지않다.“환율 때문에 비상이에요. 지난해에 수익을 많이 남겼다지만 그걸 쓰고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수입에 맞춰 지출을 하다 보니 올 들어서 마케팅 예산으로 들어온 돈이 하나도 없습니다.”지난해 수출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둔 국내 굴지의 기업 A사의 마케팅담당 임원 J씨(47)의 하소연이다. 이번엔 2004년에 최악의 한해를 보낸 서울 신림동 소재 한 부동산업자 L씨(44)의 이야기를 들어보자.“지난해에는 정말 죽는 줄 알았죠. 올해는 조금 나아진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난해보다 낫다는 거지, 여전히 힘이 듭니다.”2000년대 들면서 한국경제는 경제 전체가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대신에 어떤 업종은 사정이 좋고 또 어떤 업종은 나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2005년의 경제기상도는 말 그대로 혼조국면이다. 어디가 좋다고 할 수도 없고, 또 어디가 나쁘다고 할 수도 없게 상황이 불투명하기만 하다.각종 경제지표와 조사기관들의 연구결과가 가리키는 방향도 제각각이다. 우선 경제단체 등이 내놓는 지표는 나쁘지 않다.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가 지난 3월 내놓은 2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119.3. 이 지수는 100보다 높을수록 미래를 낙관하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전경련이 조사한 기업실사지수도 119.2, 대한상의 조사는 111로 모두 2분기 경기상황을 낙관하고 있다.반면 실업률, 서비스업 활동 등에 관련된 수치는 악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실물경제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심상치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원/달러 환율의 하락과 고유가. LG전자는 달러화 기준 수출이 13% 늘었음에도 원화기준 수출은 오히려 1.3%가 줄었고 환율로 인한 손해가 1분기에만 2,3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 역시 환율 때문에 영업이익에서 9,000억원 정도를 까먹었다. 지난해 한국경제를 ‘쌍끌이’했던 전자와 자동차업종 대표기업들의 1분기 실적 저조는 증시에도 ‘어닝 쇼크’로 인한 주가폭락을 불러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환율과 유가 때문에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외견에 비해 실제로 뜯어보면 수출이나 내수 모두 확고한 상승요인이 부족하다”며 “심리지표 외에는 확실하게 좋아진 것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실제로 자동차, 전자, 시멘트, 정유, 백화점, 외식업 등 주요 업종의 상황을 점검해본 결과도 마냥 장밋빛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지난해처럼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은 밑바닥에 깔려 있다. 다만 그 회복시기가 ‘올 하반기냐, 내년 초냐’ 하는 걱정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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