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 팔지 않고 IT 매달린 외길승부

대덕전자는 1972년 설립된 PCB 제조업체다. 이 회사가 만드는 PCB(Printed Circuit Board)는 부품을 탑재하고 각 부품을 연결하는 회로가 인쇄된 전자부품의 일종으로 전자제품뿐 아니라 자동차, OA(사무자동화)기기 등 전자회로가 필요한 모든 제품에 적용되고 있다. 대덕전자는 계열사인 대덕GDS, 코리아써키트와 더불어 지난 30여년간 국내 PCB산업을 이끌어 왔으며 지금도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업계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대덕전자가 생산하는 PCB의 주요 수요처는 휴대전화, 네트워크장비, 반도체 메모리 모듈 등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휴대전화에 사용되는 PCB는 삼성전자와 노키아TMC 등 세계 일류업체에 납품되고 있으며 대덕전자 매출액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휴대전화 경박단소화가 진행되면서 PCB의 크기도 작아지는 추세다. 이는 필연적으로 PCB 층수의 증가와 배선밀도의 향상을 요구하게 돼 휴대전화용 PCB에는 빌드업(Build-up)이라는 특수한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대덕전자는 우수한 빌드업(Build-up) 기술을 바탕으로 휴대전화용 PCB분야에서 공고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2000년 대덕전자 실적호조의 일등공신이었던 네트워크 장비용 고다층 PCB 매출은 최근 들어 기세가 한풀 꺾인 상황이다. 2000년 대덕전자의 네트워크 장비용 PCB 매출비중은 약 55%에 이르렀지만 지난해에는 20%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는 IT 호황기를 거치며 네트워크 투자 수요가 정체됐을 뿐 아니라 네트워크장비 가격이 급락하면서 관련 부품의 가격도 하락했기 때문이다.대덕전자는 2000년 3,432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래 2003년에는 2,357억원까지 매출액이 감소했다. IT 경기가 부진에 빠짐에 따라 네트워크장비와 같이 투자와 관련된 부문의 위축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서다. 그러나 다른 IT 관련 업체들이 매출 감소와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대덕전자는 꾸준히 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롭게 성장하는 휴대전화용 PCB를 적기에 개발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용 PCB는 현재 대덕전자의 주력제품으로 자리를 잡았다.대덕전자 기업경영에 있어서 특이한 점은 2001년 이후 무차입경영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덕전자는 사채나 장기차입금 등 장기성 부채는 물론 단기차입금도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다. 이는 기본적으로 2000년 호황에 따른 이익증가로 무차입경영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지만, 한편으로는 경기변동이 심한 IT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해 건전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PCB산업이 장치산업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번 투자를 집행하게 되면 대규모 자금이 소요된다는 점도 부채를 줄이고 현금을 보유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덕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1,400억원 정도에 이르고 있어서 동종 업체 중 가장 우량한 재무구조를 자랑하고 있다.우량한 재무구조는 기업의 높은 기술력과 양호한 실적을 반영하는 것이다. 재무관리 이론상 무차입경영이 과연 효율적인 것인가에 대한 논의와는 무관하게 대덕전자의 무차입 경영과 빠른 기술 적응력은 높이 평가돼야 할 것이다. PCB 생산에만 매진하는 지금까지의 모습을 볼 때 풍부한 현금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적기 투자로 대덕전자가 다시 한 번 도약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