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자 5년새 2.4배 늘어… 수도권 집중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 응시자가 몰리고 있다.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사라지고 청년실업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도를 더해가고 있는 현실이 그 배경이다. 퇴직 후의 생계에 대비하는 직장인에서 부업을 찾는 주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까지 직업, 연령, 성별을 가리지 않고 응시원서를 쓰고 있다. ‘전국민의 공인중개사화’라는 우스갯소리가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대목이다.공인중개사 열풍을 일으킨 일등공신은 IMF 외환위기였다. 이때를 기점으로 시험응시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외환위기가 정점으로 치닫던 97년 11월에 치러진 제9회 공인중개사시험 출원자는 전회에 비해 65%나 늘어난 12만여명에 달했다. 그후 12회까지 출원자수에는 별다른 변화 없이 12만~13만명 수준에 머물렀다.소강상태를 보이던 공인중개사 열기는 2002년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2002년 13회 시험 출원자는 26만5,995명에 달해 12회에 비해 무려 2배나 불어나 정점에 이르렀다. 응시자가 예상을 뛰어넘은 결과 시험 당일 시험지가 모자라는 사태마저 벌어졌다. 이후에도 열기는 이어져 14회에 26만여명, 지난해 치러진 15회에는 약 24만명이 응시원서를 접수했다.응시자 상당수는 직장인2002년에 응시자가 몰린 이유는 3가지 정도로 풀이된다. 고용불안정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2001년 이후 부동산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부동산중개업자들의 수입이 불어나는 추세였다. 자유롭게 일하면서 잘만 하면 직장생활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유망직종으로 떠오른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실업대책의 일환으로 격년으로 치러지던 공인중개사시험을 99년부터 매년 실시하기 시작했고 문제의 난이도를 낮춘 것이 기폭제가 됐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타깃이 된 셈이다.응시자의 상당수는 직장인이다. 2003년 실시된 14회 시험의 경우 회사원의 비율이 25.2%로 가장 많았다. 무직(14.3%)이 그 뒤를 이었고 자영업자(11.8%), 학생(5.5%), 공무원(5.5%) 순이었다.99년 이후 문제의 난이도가 낮아지면서 합격률이 이전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99년 응시자 대비 합격률이 18.1%로 전회의 5%에 비해 3.62배나 뛰었다. 2003년에는 합격률이 20%를 넘어서기도 했다. 현재 15회까지 치러진 자격시험을 통해 배출된 합격자수는 총 17만6,888명. 이 가운데 44%인 7만7,960명이 시험제도가 바뀐 99년 이후 배출됐다.합격자가 늘면 부동산중개업자가 증가하는 것은 필연적 결과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99년 4만4,428명이던 중개업자는 2004년 7만2,247명으로 5년 사이에 63%나 증가했다. 특히 자격시험에 합격한 후 중개업에 종사하는 공인중개사의 수가 급증했다. 99년 2만4,131명이던 공인중개사는 2004년에 5만7,362명으로 2.4배 가까이 늘었다. 85년 자격시험 실시 후 합격자들의 창업률은 2004년 현재 32.6%이다.반면 중개인(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이 실시되기 시작한 85년 이전에 소개영업법에 의해 부동산중개업을 해오던 업자들로 자격시험에 통과하지 않았지만 중개영업을 할 수 있음)수는 같은 기간에 1만9,879명에서 1만4,331명으로 28% 줄었다. 중개인들의 사망과 노령화가 그 이유다. 98년까지 공인중개사보다 많았지만 99년에 처음으로 역전됐고 더 이상 신규등록이 되지 않아 공인중개사와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전망이다.전체 부동산중개업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밑돈다. 2004년 10월 현재 1만9,170명이 중개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40대가 8,776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와 50대가 6,247명, 2,435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지역별로는 인구가 집중돼 있고 개발이슈가 많은 수도권에 부동산중개업소가 밀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12월 현재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중개업소는 모두 4만8,200개로 전체의 66.7%를 차지했다. 특히 경기도에 2만1,850개가 몰려 있어 서울(2만1,759개)을 물리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신도시 등 개발 이슈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중개업소 절반이 월평균 수입 ‘제로’신행정수도 입지로 주목받고 있는 충남지역도 주목된다. 2001년 974개에 불과하던 중개업소가 2003년 하반기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지난해 2,791개로 3년 사이에 286%나 늘었다. 하지만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위헌으로 결정된 10월 이후 신규 창업업소는 급격히 줄고 있다. 지난해 8월 142개에 이른 신규업소가 11월 이후 50개 안팎으로 움츠러들었다.부동산중개업이 유망직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지만 부동산중개업을 신규창업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03년 2만5,629명에서 지난해에는 2만1,479명으로 16% 줄었다. 올해도 이런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2월까지 신규창업자는 2,402명으로 월평균 1,201명이 사무실을 열었다. 이는 2003년과 2004년의 월평균인 2,135명, 1,789명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후 신규창업자가 전월에 비해 늘어난 적이 한번도 없을 정도로 창업 열기가 시들어가고 있는 상태다.이런 현상은 분기별로 봐도 역력하다. 2003년 4분기 7,789명이던 신규창업자는 다음 분기인 2004년 1분기에 7,003명으로 10% 가량트 준 것을 시작으로 2분기 6,082명, 3분기 4,407명로 점차 감소하다 4분기에 4,257명으로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4분기에도 월별 창업자는 줄어들고 있는 상태다. 10월에 1,557명에서 11월에 1,375명, 12월에 1,325명으로 내리막길을 걸었고 지난 1월과 2월에도 1,292명 1,110명으로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반면 휴ㆍ폐업하는 중개업소는 갈수록 늘고 있다. 2004년 1분기에 휴ㆍ폐업 중개업소는 4,826개로 신규창업 대비 68.9%였다. 이는 전분기의 71.5%에 비해 2.6%포인트 줄어든 수치로 부동산중개업계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다음 분기부터 휴ㆍ폐업률은 더욱 불어나기 시작했다. 2분기에 83.8%로 늘어나더니 3분기에는 101%로 창업수를 앞질렀고 4분기에는 116%로 간격이 벌어 진데 이어 지난 1~2월에는 121%까지 올라갔다.중개업에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결국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한달에 매매 몇 건만 해도 직장생활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대한공인중개사협회가 지난해 8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대상의 80.8%가 적자상태였고 흑자라고 답한 응답자는 불과 14%에 머물렀다. 이 가운데 월 300만원 이상의 적자 업소가 전체의 65.23%로 가장 많았고 300만원 이상 흑자를 내는 업소는 9.38%에 그쳤다.거래가 있는 업소도 드물었다. 월평균 매매건수가 0건이라고 답한 사람이 63.28%였고 전월세 중개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곳이 45.9%에 이르렀다. 전체의 절반이 월수입 ‘제로’상태에 있는 것이다. 반면 매월 평균 10건 이상 매매를 한다는 응답자는 4.88%로 극소수만이 안정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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