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로봇이 축구하네! 전투도 하고

‘기술’ 뽐내고 ‘재미’ 느끼고 … 마니아 급속 확산

국내에서 개발한 로봇이 두 발로 계단을 걸어 오르며 덤블링, 발차기까지 하는 시대. 어릴 때 즐겨보던 만화영화에나 이 같은 국산 로봇이 등장한다고 생각한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일반인의 예상을 뒤엎는 일이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로봇을 개발하는 학계, 연구기관, 벤처회사에서는 이미 두 발 걷기가 가능한 로봇이 대거 개발됐다. 정보기술(IT)이 최첨단을 달리며 로봇기술(RT)이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로봇기술 경연의 장인 ‘로봇 엔터테인먼트’도 끊임없이 진화하는 중이다. 로봇을 이리저리 조정해 로봇끼리 전투하게 하는 게임이 국내에 확산되고 있다.로봇 엔터테인먼트는 로봇끼리 축구를 하는 로봇축구가 첫 테이프를 끊으며 대막을 열었다. 인공지능 로봇으로 유명한 김종환 KAIST 교수가 지난 95년 로봇축구를 처음 창안한 것.이후 로봇축구대회는 일반인과 학생의 큰 관심을 모으며 전국 단위의 대회까지 열리게 됐다. 대한로봇축구협회는 회원수 3만명을 넘기며 국내에 자리잡았을 정도다. 올해도 오는 6월 일반인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국로봇축구대회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KINTEXㆍ한국국제전시장)에서 열린다. 또한 초ㆍ중ㆍ고교생들이 참여하는 로봇올림피아드 국내 대회도 마련돼 오는 8월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에서 개최된다.참여 열기는 어느 정도일까. 참가한 팀의 수를 살펴보면 지난해의 경우 전국대회에는 대학부 200개팀, 일반부 50개팀 등 모두 250개팀이 참가했다. 아울러 지난해의 로봇올림피아드에는 3,000여개팀이 참가해 초ㆍ중ㆍ고생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2003년 로봇올림피아드에 참가한 팀이 1,000개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에 참가팀이 무려 3배나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로봇축구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세계 로봇축구대회도 단연 화제다. 국제축구연맹 ‘피파’(FIFA)라는 이름을 본떠 붙인 ‘FIRA 로봇 월드컵’은 오는 8월 영국에서 개최된다. 대한로봇축구협회 관계자는 “전세계 60개국에 로봇축구가 보급됐다”고 설명했다.로봇축구 동호인 3만명 넘겨로봇의 기술력 급성장과 더불어 로봇 엔터테인먼트는 그 영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국내 로봇 엔터테인먼트의 효시 격인 로봇축구 외에도 배틀로봇과 두 발로 걷는 인간모습의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 완구로봇을 즐기는 사람이 증가했다.배틀로봇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벌이는 게임은 ‘R(Robot) 스포츠’로 불린다. R스포츠란 로봇끼리 정해진 스포츠의 룰을 따라 경쟁하는 장르를 의미한다. 로봇끼리 치열하게 경쟁하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의 재미와 함께 최첨단 로봇기술을 엿볼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R스포츠를 이끄는 로봇 가운데 배틀로봇은 주로 장갑차와 탱크 등의 모습을 지닌다. 이런 형태의 로봇끼리 전투를 벌이며 관중의 시선을 잡아끈다.국내에서는 SBS스포츠가 지난 1월부터 매주 해외 배틀로봇대회인 ‘배틀봇’(BattleBots)을 방영하며 안방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첫 방송일의 시청률은 68개 케이블채널 중에서 7위, 20대 남성 시청률에서는 동시간대 가장 높은 기록을 세웠다. 또한 방송이 시작되면서 배틀봇과 관련된 팬카페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미국 배틀봇을 국내에 소개한 더브릿지에이전시의 조정호 이사는 “배틀로봇대회란 로봇간에 상대방을 파괴하거나 밀어버리는 로봇 전투경기”라며 “로봇들이 펼치는 다양한 기술과 최고의 액션으로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SBS스포츠가 방영하는 배틀봇은 매년 미국과 유럽에서 1,000개 이상의 로봇팀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의 배틀로봇 경기다. 조지 루카스 필름 특수효과의 전문가와 미항공우주국 NASA의 공학박사, UC버클리의 과학인 등이 자신들이 직접 만든 로봇을 배틀봇에 출전시키고 있다.조정호 더브릿지에이전시 이사는 “배틀봇은 1994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로봇 전투경기가 전국적으로 확장되면서 시작됐다”며 “대회에서 여러차례 우승을 차지한 트레이 로스키와 그레그 먼슨에 의해 99년 창설됐다”고 말했다. 99년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첫 번째 대회를 연 뒤 배틀봇은 캐나다와 유럽으로 퍼져 나갔다.이외에 두 발로 걷는 이족보행로봇대회 또한 국내 마니아의 관심을 끊임없이 모으고 있다. 초기에는 두 발로 걸어다니는 공룡이나 조류 형태의 이족보행 로봇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로봇 애니메이션에 흔히 등장하는 인체를 본뜬 휴머노이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한국에서 이족보행로봇대회를 연 사람은 장성조 로보틱스연구조합 사무국장. 장사무국장은 한국로보원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일본의 휴먼로봇 전투대회인 로보원대회를 들여와 2003년부터 한국 대회를 열기 시작했다.한국 로보원 선수들이 일본 대회에 진출해 우수한 성적을 낸 것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아직까지는 로보원대회가 활성화되지 않은 실정. 자동화기기전시회 등의 행사가 열리면 부대 이벤트로 로봇게임을 개최하는 정도이다.장사무국장은 “2002년 시작된 일본 로보원대회는 수백명의 관중이 관람한다”며 “일본 대회에는 각종 방송매체가 큰 관심을 보이기도 해 최근에 열린 대회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일본 NHK가 후원하기도 했다”고 일본의 열기를 전했다. 장사무국장은 이어 “로보원대회에서는 로봇개발과 조정기술 외에도 경쟁 로봇의 특징을 분석, 전략전술을 짜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이밖에 누구나 가지고 놀 수 있는 ‘완구로봇’ 또한 로봇 엔터테인먼트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지난해 교육용, 완구용 로봇의 산업 규모는 169억원 정도로 추정된다.로봇산업 발달과 직결된 로봇 엔터테인먼트가 실생활에 즐거움을 안겨주는 하나의 문화코드가 될지 유심히 지켜볼 일이다.INTERVIEW 일본로보원대회 1위 - 전영수 미니로봇 과장·로봇게임협회장독학으로 이룬 로봇 달인 꿈지난 3월 일본에서 열린 제7회 일본로보원대회에서는 한국선수와 로봇이 1등을 차지해 파란을 일으켰다. 주인공은 바로 로봇개발벤처인 미니로봇의 전영수 과장(36)과 그의 로봇 ‘태권브이(V)’다. 전과장은 지난해부터 로봇게임협회의 회장직 또한 맡고 있다. 로봇게임협회는 로봇게임에 참여하는 선수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로 지난해 설립됐다.놀랍게도 전과장은 로봇 관련 전공자가 아니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아닌 ‘독학’으로 로봇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다. 전과장은 “고등학교 졸업 후 산업현장에서 쇠를 자르고 붙이는 일을 했다”며 “IMF 외환위기 무렵 컴퓨터 소프트웨어 지원센터를 거친 뒤 99년 인천에서 모형비행기 관련 창업을 했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모형비행기에 관심이 많던 그는 비행기 제조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서는 종합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독학으로 캐드(CAD) 등의 설계기술을 익혔다. 창업을 해 모형비행기 제어 컨트롤러를 개발했던 그는 옆 사무실 사장의 눈에 띄게 됐다. 사장은 그의 모형비행기 개발기술을 놀라워했고 이후 전과장을 2000년 7월 자신의 회사로 데려왔다. 그 사장이 바로 전과장이 현재 속해 있는 미니로봇의 대표이사. 미니로봇에서 그는 본격적으로 로봇을 개발할 기회를 얻게 됐다.전과장은 “용접기술과 지게차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있어 로봇조정에 유리한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과장은 그의 로봇 태권브이와 함께 2003년 제1회 한국 로보원대회에서는 3위를 차지하며 화제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에서 열린 각종 로봇게임대회에서 그는 두각을 나타냈다. 그동안 총 8회 열렸던 EBS 배틀로봇대회에는 6번 참가해 4번 우승을 거뒀을 정도.그는 “제6회 일본 로보원대회에는 태권브이를 포함해 한국의 10개팀이 참가해 이중 8개팀이 32위 내에 들었다”며 “6회 대회에 130여개팀이 참가했었으니 한국팀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뿌듯해했다. 그가 지난 3월 1위를 한 제7회 일본 로보원대해에는 170여개 팀이 참가했고 전과장 외에도 명지대학교의 ‘마이로2’팀이 3위에 올랐다. 그의 우승비결을 뭘까. 그는 “태권브이의 동작이 깔끔했다”며 “태권브이는 대회에서 발차기는 물론이고 물구나무서기와 덤블링 등의 동작을 선보였다”고 했다.전과장은 “현재 로봇게임이 덜 알려졌으나 한국 로봇게임 선수들의 실력은 가파르게 상승해 일본을 바짝 쫓고 있다”며 “한국에 그만큼 로봇 마니아가 많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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