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까지 세계적 관광명소 만들 터’

유통ㆍ진료ㆍ투약 등 ‘종합 한약시장’ 목표 … 젊은 고객 확보가 관건

“서울약령시는 전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대규모의 ‘통합 한약시장’입니다.”박상종 서울약령시협회장(55)은 “한약의 유통과 진료, 투약을 한자리에서 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며 서울약령시의 특수성을 역설했다.서울 제기1ㆍ2동과 용두동 일대 약 7만평에 이르는 서울약령시는 한의원과 약국, 한약방, 한약약업사, 제조기능의 탕제원 등 총 1,000개가 넘는 한약 관련업체가 밀집돼 있는 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박회장은 이를 두고 “약이나 식품으로 먹을 수 있는 땅에서 나는 것은 모두 구할 수 있는 곳”이라는 말로 표현했다.“조선시대에 가난과 병고에 시달리는 백성을 치료한 구휼기관이 ‘보제원’입니다. 이곳이 바로 지금 주소로 제기동에 있었습니다. 서울약령시에는 이 구휼정신이 깃들어 있는 셈입니다.”그는 1960년대 중반부터 재래시장인 경동시장을 중심으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게 서울약령시의 유래라고 설명했다. 청량리역에서 제천, 의성, 영주 등 주요 한약생산지까지 가는 중앙선을 탈 수 있는 등 교통중심지이다 보니 한약시장이 지금의 규모까지 커져 왔던 것. 여기에 1995년 6월에는 서울약령시라는 이름으로 사단법인 등록까지 마치면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발전은 미흡한 게 사실입니다. 서울약령시협회는 질적 개선을 위해 동대문구한의사회, 약사회 등 7개 단체가 함께 만든 협회입니다. 협회 내에 자율정화위원회와 우수 한약재 유통위원회도 두었습니다.”박회장은 불량한약재의 유통을 막기 위해 협회 차원에서 문제가 되는 약재를 수거해 폐기처분하는 행사를 벌인 적도 있다. 97년 가을 1차로 14t을 소각하고 2001년 여름에 1t, 2004년 여름에 11t을 과감히 처분했다.따라서 박회장은 서울약령시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 하지만 이곳이 제값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점이 못내 서운한 눈치다. 그는 “총 680여가지 약재를 시중보다 30~40%나 싸게 살 수 있다”면서 “그런데도 특히 젊은층은 서울약령시를 잘 찾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아무래도 서양문물에 밀려 한의학이 소비자 관심 밖으로 멀어져가고 있는 듯합니다. 우리 선조의 지혜가 담겨 있는 만큼 계승ㆍ발전시켜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는 데도 말입니다.”그는 또 일반적으로 한약이 양약보다 비싸다고 알려진 데 대해서도 “편견”이라고 잘라 말한 뒤 “일일이 사람 손으로 채취한 재료를 쓴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싼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이처럼 우리 전통에 대한 애착이 깊은 박회장은 최근 들어 더욱 바쁘게 뛰고 있다. 그는 서울약령시의 ‘한방산업특구’ 지정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는 중이다. 지역특화발전특구로 지정되면 각종 규제가 완화돼 ‘한방문화의 거리를 만들겠다’는 그의 포부에 힘이 실리게 된다. “젊은이가 데이트를 할 수 있고 외국인이 꼭 찾는 명소로 만들고 싶습니다. 한방바이오산업도 함께 키워서 전통을 현대화하는 작업도 계속할 겁니다.”박회장은 서울약령시의 미래가 젊은 고객 확보와 직결된다고 믿는다. 소비자 평균연령이 높아지면서 시장 발전이 주춤할 것을 우려해서다. 그는 효능보다 맛을 중요시하는 젊은 소비자에게 한방문화를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올해 말 개관 예정으로 동대문구에서 설립하는 한의약전시ㆍ문화관의 사업추진을 위해 노력했던 것도 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해석된다.우선 한방문화가 어떤 것인지만 널리 알리면 자연스럽게 젊은 고객,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까지 유도할 수 있으리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이미 외국인을 포함한 여행객의 구매비중은 3% 정도로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라며 “서울약령시는 세계적 관광지로서도 충분한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박회장은 “적어도 2007년까지는 서울약령시가 환경개선사업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차장,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전통 한방음식점도 함께 마련해 누구나 친근하게 찾을 수 있는 지역으로 만드는 게 1차 목표다.그는 “2010년에는 서울약령시가 세계적 관광지가 될 것”이라며 “전통을 살린 한방문화로 또 다른 ‘한류’를 창출하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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