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시작, 큰 성공…‘정성’이 비결

‘솜씨’ 바탕으로 고객 입맛 사로잡아… 사회환원도 계획

경기도 시흥시 주택가 깊숙이 자리잡은 맛사랑뷔페는 주방과 식기ㆍ재료보관용 창고로만 이뤄져 있다. 출장 전문인 까닭에 접객시설은 아예 없다. 썰렁하기까지 한 분위기지만, 이곳에서 1,000인분 도시락이 뚝딱 만들어지고 온갖 모임과 행사, 축하연을 수놓는 수십가지 음식이 조리된다. 근방에서 ‘음식 잘하는 곳’이라는 명성이 자자할 만큼 솜씨 하나만은 최고를 자부한다.맛사랑뷔페는 3명의 사장들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고 규모가 커서 사장이 셋이나 되는 것은 아니다. 천은경(38), 강순희(44), 김영재 사장(38) 등 3명이 모두 직원이자 공동대표다. 똑같은 지분을 갖고 똑같이 일을 배분하는 이들은 서로를 의지하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다.천은경 사장은 이들 가운데서도 대표자 역할을 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식당 관련 일을 해와 남다른 노하우를 갖고 있는데다 똑 소리 나는 살림솜씨 덕분에 중책을 맡게 됐다. 그가 맡은 고유임무는 음식조리와 회계관리. 뷔페 운영의 근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아직 젊은 나이지만, 천사장은 누구보다 굴곡 많은 삶을 살아왔다. 19살에 결혼, 제주도로 내려가 21살 때부터 식당에서 일을 배웠다. 한때는 시어머니와 한식집을 운영하면서 제법 큰돈을 만지기도 했다. 하지만 남편이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상상도 못한 고난이 시작됐다.“식물인간 상태의 남편을 10년 동안 간호하다 보니 모아둔 돈도 다 사라졌지요. 분식집, 공사장 밥집, 세차장 일용직 등 안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뛰어도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어요. 결국 남편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아이 둘과 시흥으로 올라왔습니다. 정말 막막한 때였어요.”그나마 생활보호 혜택을 받으며 근근이 식당일로 생활을 이어나가던 중, 시에서 운영하는 자활지원업체와 인연이 닿았다.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하는 그곳에서 천사장은 그간 식당에서 갈고닦은 능력을 발휘, 주목을 받았다.드디어 2003년 12월,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자활후견기관으로 맛사랑뷔페를 창업했다. 하지만 사업은 녹록지 않았다. 몇 달 동안 생활비도 못 건질 정도로 영업이 부진했다.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좌초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이때 인터넷을 뒤져 찾아낸 것이 사회연대은행의 저소득층 창업지원기금이었다. 지원신청서를 접수하고 면접을 보러 지난해 5월, 3명은 심의관 앞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우리 뒤는 낭떠러지”라고 호소했다. 더불어 “품질에 자신이 있는 만큼 좋은 기업으로 키워낼 자신이 있다”며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1인당 1,000만원씩, 총 3,000만원의 자금을 지원받는 날, 날아갈 듯 기뻤음은 말할 것도 없다.이를 계기로 천사장은 영업 마케팅을 강화했다. 새 고객을 만들어내기 위해 틈나는 대로 전단지를 들고 거리로 나갔다. 노력한 대가는 지난해 9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변 택지개발지구의 모델하우스, 관공서 등지에서 큰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그도 그럴 것이 냉동식품은 절대 쓰지 않고 신선한 재료로만 음식을 만드는데다 직접 유니폼을 입고 무료로 서빙까지 해주니 고객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대추차 등 후식음료도 정성을 담뿍 담아 만들었더니 고객이 다시 고객을 창출하는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덕분에 한달 매출이 1,500만원을 웃돌 정도로 상황이 좋아졌다. 어느새 지자체 대출금도 제법 갚고 재투자를 위해 수익을 따로 적립하는 여유까지 생겼다. 특히 수익의 10%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환원하겠다는 원칙도 세웠다.“이제야 사업체의 모습을 갖춰가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보따리에 음식을 싸서 배달했지만, 이제는 트럭도 2대나 장만했는걸요. 요즘 실적대로라면 내년 6월쯤 대출금을 다 갚을 수 있어요. 이제는 자립이 필요한 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고민 중입니다.”천사장은 올해 매출액을 2억원선으로 잡았다. 지난해 5,000만원에 비하면 4배나 뛴 규모다. 그만큼 자신감이 붙었다는 이야기다. 천사장은 “주위의 사랑으로 일어선 만큼, 대가없는 사랑을 베풀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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