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ㆍ중등시장 ‘활짝’… 수능 ‘조용’

EBS수능교육이 기폭제 … 지방학원 상당부분 흡수할 전망

초ㆍ중ㆍ고 e러닝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채비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 EBS 수능교육을 기점으로 e러닝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던 학생과 학부모들이 e러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콘텐츠 보강과 신규사업 추진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계의 발걸음이 바쁘다. 본격적인 시장 확대기를 맞아 ‘100년 대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초ㆍ중ㆍ고 e러닝 시장 가운데 초등 시장과 중등 시장은 그동안 ‘찬밥’ 신세였다. 메가스터디를 위시한 수능 사이트가 폭발적 성장을 한 것과 선명하게 대비된다. 나이가 어려 집중력이 떨어지는 결과 학원 의존도가 높은데다 ‘수능’이라는 절박한 과제도 없기 때문에 굳이 인터넷을 찾지 않은 결과다. 하지만 최근 초ㆍ중등 e러닝업계에도 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다. 수능교육으로 불붙기 시작한 e러닝 열풍이 초ㆍ중등 과정으로 내려오고 있다는 분석이 대세다.초등사이트의 선두업체는 대구에 소재한 (주)이야기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에듀모아’의 전체 회원은 170만명. 이 가운데 15만명이 유료회원이다. 2003년 28억원이던 매출액이 지난해 54억원으로 2배 가량 불어났고 올해 80억원 매출을 노리고 있을 정도로 성장속도가 빠르다.에듀모아의 강점은 방대한 콘텐츠다. 학습은 물론 평가, 놀이, 학부모 및 교사 지원, 커뮤니티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94년 PC통신으로 e러닝업계에 등장한 ‘고참’답게 노하우가 풍부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재미와 학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에듀테인먼트’ 콘텐츠로 호응을 얻고 있다. 나이가 어릴수록 놀이와 학습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한 전략이다. 최근 선보인 어린이 전용 미니홈피인 ‘홈피존’이 대표적인 에듀테인먼트 프로그램이다. 학습 성취도에 따라 주어지는 ‘해피포인트’로 홈피를 꾸밀 수 있게 설계해 학습 참여도를 높였다. 현재 72만개의 홈피가 개설된 상태다. 신규사업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인터넷 화상 영어교육 서비스인 ‘리더스 멤버스’를 올 초에 열었고 초등학생용 참고서와 동화책을 발간할 계획이다.최근 초등사이트 시장에 진출한 두산동아의 두산에듀클럽은 영어, 수학, 한자 등 학습능력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영어의 경우 두산동아와 함께 ‘점핑 잉글리시’라는 독자적인 교재를 개발했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이외에 와이즈캠프, 티나라 등이 초등사이트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덩치들의 격전장, 중등시장중등사이트 시장도 불붙기 시작했다. 그동안 시장을 지켜온 푸른의 ‘1318’에 메가스터디, 두산동아, 이투스 등 ‘덩치’들이 가세하며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그동안 외면을 받아온 중등사이트 시장에 신규업체들이 늘고 있는 이유는 두 가지로 풀이된다. 우선 고등사이트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 고등교육 시장에 진입한 EBS가 메가스터디와 함께 시장을 양분함에 따라 군소업체들의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이에 따라 증등시장에서 활로를 찾는 업체가 늘고 있는 것이다.시장잠재력이 크다는 점도 주된 이유다.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시장인데다 외국어고등학교, 과학고등학교 등 특목고를 향한 ‘또 다른 입시시장’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중등교육 시장 규모는 5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에 비해 2.5배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접전지역은 역시 콘텐츠. 2000년을 전후해 도입된 동영상 강의의 품질을 높이는 것은 기본이고 보다 다양하고 차별적인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콘텐츠 개발의 기본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 초등학생을 위한 선행학습 프로그램, 특목고 진학을 위한 입시 프로그램,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대비 특강 등 수강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보다 세분화된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업체의 전략에 따라 강조점은 조금씩 다르다.6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중등시장의 터줏대감 1318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풍부한 콘텐츠가 강점이다. 여기에 PDA, 휴대용멀티미디어재생기(PMP) 등 휴대형 정보통신기기를 위한 콘텐츠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현재 5개의 스튜디오에서 한달 평균 1,200개의 강의를 제작하고 있다. 조만간 3~4개의 스튜디오를 증설할 계획이다.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생생강의’라는 이름으로 회원들을 스튜디오로 초대해 직접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두산에듀클럽은 내신성적 향상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특히 영어교과서 점유율 90%를 차지하는 7종의 교과서에 대한 강의를 진행해 내신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에는 30억원을 투자해 6개의 스튜디오를 마련하는 등 공격 경영에 나서고 있다. 또 이라는 무료 학습정보지를 배포해 회원모집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 정보지에는 두산에듀클럽의 강좌 소개는 물론 입시정책, 학습 및 진학가이드 등이 게재될 예정이다.메가스터디의 자회사인 엠베스트는 고등사이트와 시너지 효과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올해 80억원의 매출목표를 세운 엠베스트는 특목고 대비반, 외고 모의고사 등 최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이투스의 이투스M은 무료로 제공되는 기획 특강과 독서능력 향상 프로그램인 ‘독서교실’ 등 차별화된 콘텐츠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효과적인 학습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경쟁의 핵심이다. 중학생들은 고등학생에 비해 입시에 대한 부담이 적어 학습의지와 집중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교육효과 향상을 위해 학습관리 시스템은 필수적인 장치다. 이에 따라 모든 업체들이 학습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개별 학생의 출결석 현황이나 학업 성취도를 확인해 휴대전화로 부모님이나 학생 본인에게 전송하거나 효율적인 학습가이드를 제공하는 ‘일대일 담임선생님 제도’가 대표적이다. 엠베스트의 ‘M선생님’, 두산에듀클럽의 ‘사이버 담임제’ 등이 그 예다.학습관리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이투스M이다. 지난해 아예 ‘아비투스’라는 오프라인 학습관리 전문 자회사를 차렸다. 전담매니저를 통해 ‘공부하는 법’을 전수하겠다는 전략이다. 3월 말 분당에 첫 직영점을 열 계획이다. 또 실력 진단 서비스인 ‘이투스M 진단평가’를 연 4회 실시할 예정이다. 휴대전화를 통해 학부모에게 자녀의 학습현황을 전송하거나 스스로 학습계획을 세울 수 있는 ‘학습 플래너’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듀산에듀클럽의 박철우 이사는 “양질의 콘텐츠와 제대로 된 학습관리시스템이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라며 “학습관리 부분은 일대일 학습 컨설팅, 모바일 서비스 등 관리시스템의 도입으로 대부분 보완될 것” 이라고 내다봤다.고등사이트 시장은 조용한 편이다. 초ㆍ중등 시장에 비해 규모는 몇 배나 크지만 지난해 EBS가 수능교육을 시작하면서 시장이 거의 정리됐기 때문이다. 메가스터디를 제외한 대부분 업체가 경쟁에서 심각한 타격을 받았거나 도태된 상태다. 더욱이 강남구청, 은평구청 등에서 실시하는 무료 온라인 교육서비스가 하나둘씩 늘고 있어 성장잠재력이 크게 줄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고등사이트의 지존인 메가스터디는 지난해 EBS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이어갔다. 회원수가 32만명 가량 늘었고 매출도 43억원 정도 불어난 503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코스닥 등록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공무원시험 전문 사이트인 ‘메가고시’, 자격증시험 전문 사이트인 ‘패스 메가’를 오픈하는 등 신규사업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 회원이 90만명을 돌파하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한동안 EBS와 메가스터디의 양강체제가 유지될 전망이지만 이투스의 움직임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투스는 최근 고등사이트 코리아에듀, 스카이에듀를 합병해 덩치를 키웠다. 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고등사이트 시장을 3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회사의 한 관계자는 “코리아에듀가 지분을 가지고있는 노량진 정진학원의 강사들을 영입하는 효과가 있어 콘텐츠의 생산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3곳의 수능사이트와 중등사이트를 합쳐 올해 200억원의 매출을 노리고 있다.업계 관계자들은 온라인 초ㆍ중ㆍ고 사이트가 오프라인 교육시장의 상당부분을 잠식할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경쟁력이 약한 지방 소재 학원의 수강생들이 빠르게 온라인으로 흡수될 것으로 예측한다. 서울의 유명강사들의 강의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프라인 학원이 사라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오프라인 학원과 온라인이 접목되는 형태로 발전하는 모델이 유력시되고 있다. 메가스터디는 이미 6개의 직영학원을 운영하며 콘텐츠 생산과 시장분석에 활용하고 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