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숙 효과’…대학경영 본보기 호평

3번 연임한 국내 최장수 직선총장… 발전기금 1천억 모금 눈앞에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이 심상치 않다. ‘울어라 암탉아’라고 바랐지만, 실상 암탉은 한참 전에 울었다. 이 추세라면 조만간 ‘나와라 여자대통령’이나 ‘미스 광개토여왕’도 가능할 전망이다. ‘19세 대학교수’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따옴표 안의 문구는 모두 숙명여대(총장 이경숙)의 광고카피다. 논란이 일었던 다소 도발적인 이미지 광고였지만,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최근 몇 년간 숙명여대는 일취월장의 교세확장을 반복하고 있다. 외형은 물론 내실까지 동반한 탄탄한 성장세라 더 고무적이다. 대학을 둘러싼 구조조정ㆍ빅뱅 등의 위기감이 높다지만 숙명여대만은 이 화두에서조차 자유롭다. 생존을 넘어 이제는 성장을 논하는 단계로 접어든 까닭에서다.1995년 2월22일 힐튼호텔 컨벤션센터. 오후부터 일련의 ‘아줌마부대’가 호텔 안팎에 몰려들었다. 이들을 불러들인 건 ‘숙명 제2창학 선언 발기인 대회’로 그 수만 무려 2,500여명에 이르렀다. 애초 목표는 2,006명의 발기인 모집이었고, 그 수를 채우기조차 힘들다는 게 대세였다. 호텔 관계자의 눈에도 그 목표가 불가능해 보였는지 주문 도시락수를 줄이자고 제안할 정도였다. 당시 잘나간다던 대학의 발전기금 모금행사조차 참석인원이 채 1,000명을 넘긴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경찰의 손까지 빌릴 만큼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 여대에 그것도 졸업생수가 4만여명에 불과한 숙명여대의 이날 행사는 학교발전사를 새로 쓰는 분기점이 됐다. 이날 참석자 중 2,005명은 ‘등록금 한 번 더 내기’ 캠페인에 참가했다. 학교발전기금으로 ‘5학년 1학기 등록금’을 납부했고, 총모금액은 60억원을 가뿐히 넘겼다.숙명여대 하면 이제 비즈니스에 강한 대학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변신의 주역은 이경숙 총장이다. 지난 94년 취임한 이래 3번이나 연임될 만큼 대학경영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여걸이다. 그녀가 사령탑에 있었던 지난 10여년간 숙명여대는 눈부신 발전을 계속해 왔다. 제2창학을 선언한 95년과 비교하면 학생과 교수 숫자는 각각 83%(1만5,399명), 150%(530명)나 증가했다. 교수회관을 비롯해 건물만 17개동이 신축됐다. 김형국 숙명여대 대외협력처장은 “교사 연면적은 97년 대비 현재 149% 증가한 5만5,740평에 이른다”고 전했다. 국내 최초로 캠퍼스 전체를 유ㆍ무선 랜으로 구축하는 등 탄탄한 내실 축적도 호평을 받는 대목이다. 상복도 연일 터졌다. 6년간 교육개혁추진 우수대학으로 선정되는 등 국내외로부터 권위와 명성을 인정받고 있다.이총장의 비즈니스 마인드는 가히 놀라울 정도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발전기금 1,000억원 모집을 현실로 이뤄냈다. 2월 현재 약정액 808억원을 기록, 창학 100주년이 되는 내년 5월이면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이총장의 행보에는 곳곳에 요철이 있었다. 94년 취임했을 때 학교는 온통 ‘적자투성이’였다. 이총장은 “취임식을 마치고 총장실로 올라오니 책상에 취임축하 선물봉투가 있었는데, 뜯어보니 7억8,000만원을 납부하라는 세금고지서였다”고 회고한다. 당시 누적된 세금문제는 고질적인 난제였었다. 하지만 지금의 숙명여대는 튼실한 재정자립도를 바탕으로 거침없이 질주 중이다. 틈만 나면 기업 CEO를 만난 결과 삼성ㆍLG 등 기업기부금도 크게 늘어났다.반면 팀제 도입과 행정시스템 간소화를 통해 인건비는 절감하고 업무효율성은 배가시켰다. 가령 특수대학원이 12개지만, 대학원장은 1명에 불과하다.이총장의 경영성과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캠퍼스 부지확보 건이다. 공원용지로 묶여 있던 1만2,000평을 학교부지로 바꾸는 데 이총장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숙명여대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겠지만, 당시 상황ㆍ여론은 불가능 혹은 기적에 가까웠다. 공무원을 비롯해 시ㆍ구의원 수백명을 일일이 만났지만, 결과는 비관적이었다. 하지만 이총장은 결국 해냈다. 모두가 ‘No’라는 것을 CEO 이총장이 ‘Yes’로 바꿔놓은 셈이다. 끊임없는 설득과 비전제시가 먹혀든 결과다. 이총장의 빼어난 경영능력과 리더십은 그를 입각후보 1순위 단골손님에 올려놓았다. 남들의 힐난과 편견을 특유의 낙관과 추진력으로 극복해 낸 이총장의 별명은 ‘준비된 총장’이다. 그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움직임도 가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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