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야 산다’… 비즈니스 마인드 최우선

경제관료·기업인 출신 영입 늘어 … 내부인사 독점 관행 막내려

국가경쟁력 순위 조사로 유명한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원)의 피터 로장지 총장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우리나라 대학들에 다음과 같은 충고를 남겼다.“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겠다는 아카데미즘을 버리고 실제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지식을 찾아내고 연구해 가르쳐야 합니다.”대학이 어떤 방향으로 자신의 체질을 바꿔야 할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한마디다. 지난해 7월 KAIST 총장으로 취임한 노벨상 수상자 로버트 러플린 박사는 최근 “KAIST를 MIT처럼 기업과 연계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시장경쟁력이 있는 대학으로 발전시키겠다”며 개혁을 주도하고 나섰다.구미 선진국에서는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한 사업가형 대학총장이 오래전에 보편화됐지만, 국내에서는 최근 들어 총장들의 의식개혁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맞춰 총장을 외부전문가 출신이나 심지어는 다른 대학 총장출신으로 충원하는 대학들이 크게 늘고 있다. 그동안 같은 대학 교수들 중에서 돌아가며 맡던 관행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영입 총장들은 기존의 총장들과는 다른 마인드로 대학 개혁에 앞장서는 한편 자신의 경력과 인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외교류 및 기금조성 등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전직 장관 출신의 관료들이다. 특히 산학협력 등을 염두에 두고 경제부처 출신 관료가 잇달아 대학에 영입되고 있다. 산업자원부 장관 출신만 따져도 김철수 세종대 총장과 박재윤 아주대 총장, 윤진식 서울산업대 총장이 있다. 여기에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정근모 명지대 총장과 박호군 인천대 총장, 농림부 장관 출신의 이효계 숭실대 총장, 해양수산부 차관을 지낸 홍승용 인하대 총장이 활약 중이다.경제수석과 금융통화위원까지 지낸 박재윤 아주대 총장은 특유의 경영마인드를 살려 글로벌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혁신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박호군 인천대 총장은 “인천이 동북아의 허브로 성장하는 데 맞춰 이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2008년 송도경제자유구역으로 인천대 캠퍼스를 이전해 외국 대학과 연구소를 대거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홍승용 인하대 총장은 2010년 ‘국내 톱7’ 2020년 세계 ‘빅3’의 세계적인 명문대로 성장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취임 후 ‘제4세대 르네상스’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 홍총장은 “2010년까지 학생 대 교수의 비율을 현재 34대1에서 20대1까지 낮추고, SCI논문 1,500편, 연구비 수주잔액 5,000억원을 돌파하겠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최근 취임한 이효계 숭실대 총장은 “대학이 안팎으로 경쟁에 시달려 구조개혁이 절실하며 이를 뒷받침하려면 재정안정이 급선무”라며 경제관료 출신 총장다운 비즈니스 마인드를 발휘하고 있다. 이총장은 “밖으로는 자금조달에 나서고 재단 소유의 토지에 연구단지를 조성해 수익사업의 연계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라는 뜻도 밝혔다.박영식 광운대 총장과 성신여대 이상주 총장 등 교육부 장관 출신들도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연세대 총장을 지내기도 했던 박총장은 ‘세계적인 IT 특성화 대학 육성’을 목표로 뛰고 있다. 2014년 동북아 10대, 2024년에는 세계 10대의 IT대학이 되겠다는 것이다. 박총장은 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을 맡아 대학개혁에 앞장서는 한편 대학자율화를 위해 정부와 정책을 조율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기업경영에 경험을 지닌 총장들도 실물경제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가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있다. 수원대 이종욱 총장은 삼익건설 회장과 삼익주택 회장을 지낸 기업인으로 79년 고욱학원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교육사업에 뛰어들었으며, 이호일 중부대 총장은 한국종합기술금융 상무, 삼천리기술투자 사장, 국제창업투자 사장을 지낸 금융인 출신이다. 이길여 경원대 총장은 의료사업으로 성공해 경원대와 경원전문대, 가천의대, 가철길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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