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공익 한 손에’…돈줄 다각화

기부금 유치·학문 연계 비즈니스·재테크 등 전방위로 확산

많은 대학들이 각종 비즈니스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 ‘대학마저 돈벌이에 나서면 어쩌나’라는 지적은 어느새 케케묵은 소리가 됐다. 교육의 질을 유지 또는 향상시키기 위해선 ‘돈벌이’가 필수 전제조건이다. 돈이 있어야 교육도 있다는 자명한 현실 앞에 ‘주식회사 대학’이 아젠다로 대두된 시대다.대학들이 등록금이나 국고보조금 외에 필요자금을 확보하는 경로는 몇가지로 나뉜다. 크게는 기부금과 수익사업으로 구별된다. 기부금은 말 그대로 자금을 유치하는 것과 학교 내 건물, 설비 등을 지원받는 형태로 나눠진다. 수익사업도 재단이 벌이는 각종 비즈니스와 연구ㆍ실습의 비중이 큰 학교기업, 산학협동의 벤처기업, 자산의 다각도 운용을 통한 재테크 등으로 구분된다.◇기부금 유치해 건물 짓는다 = 성숙한 기부문화가 정착된 선진국의 사례는 아직까지 먼 나라 이야기인 상황이다. 그나마 서울 소재 일부 대학에 기부가 집중되고 있어 지방 소규모 대학으로선 ‘그림의 떡’인 형편.기부금 모금의 경우 서울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학생, 졸업생, 가족, 기업 등을 대상으로 캠페인 형태로 진행되는 게 대부분이다. ‘소액도 상관없다’며 각종 이벤트를 개발해 기금을 모으고 전담 펀드매니저까지 둬 관리를 맡기는 움직임이다.최근에는 개인,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건물을 짓거나 설비, 장서 등을 기증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외국 명문대학에서 하듯 공익 차원에서 기부금을 낸 기업과 사람의 이름을 따 건물과 강의실 이름을 짓는 경향이 뚜렷하다.고려대의 경우 LG와 포스코의 지원을 받아 지난 2003년 10월 엘지-포스코경영관을 완공했다. 270억원이 들어간 이 건물은 모든 강의실이 국제회의실 수준으로 꾸며졌으며 내부 학술정보관이나 강의실은 기부자의 이름 또는 호를 따 명명됐다.또 각 강의실 입구와 강의실 책상과 의자 뒤에도 기부자의 이름을 새겨놓아 ‘기부’의 효과를 최대화했다. 이 학교 아산이학관도 고 정주영 현대 회장의 호를 딴 기부 건물이다.연세대에는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김대중도서관과 LG 구자경 명예회장의 호를 딴 상남경영관이 있다. 김대중도서관은 지난 2003년 1월 아태재단이 건물 등 모든 재산과 김 전 대통령의 소장 장서를 비롯한 자료를 연세대에 기증해 만들어졌다. 최근에도 김 전 대통령은 3억원을 연세대에 기탁해 화제가 됐다.서울대에는 다양한 기업들이 지원을 하고 있다. 이미 SK경영관, LG경영관, 포스코 생활체육관, CJ어학연구소, LG연구동, SK텔레콤연구동이 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호를 딴 호암관도 캠퍼스 안에 자리잡고 있다.최근에는 태성고무화학의 창업자인 정석규 신양문화재단 이사장이 30여년 경영해 온 회사를 매각한 자금을 전자도서관 건립을 위해 기증해 ‘신양학술정보관’이 개관했다. 기업이나 재단이 아닌 개인이 사재를 털어 서울대에 도서관을 지어준 첫번째 사례로 꼽힌다.이화여대에는 SK가 103억원을 들여 기증한 SK텔레콤관과 신세계가 150억원을 지원한 이화ㆍ신세계관, 연면적 5,600여평 규모의 이화ㆍ포스코관, 이화ㆍ삼성교육문화관, 국제회의장인 LG컨벤션홀 등이 있다.이밖에도 KAIST에는 고 최종현 회장의 산학협동정신을 기리는 수펙스경영관과 미래산업 정문술 전 회장의 이름을 딴 정문술 빌딩이 있고 성균관대도 동문 등 1,000명의 기부금과 은행, 재단측의 출연으로 600주년 기념관 안에 조병두 국제홀을 만든 바 있다.◇다각도 수익사업 ‘짭짤’ = 등록금에 학교 재정을 의지해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퍼지면서 전국 대학으로 수익사업체 신설이 붐처럼 확산되고 있다. 수익용 자산이 부족하고 수입원이 다양하지 못한데다 재단의 재정 여력도 충분치 않은 대학이 절대다수이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수익사업을 발굴하는 곳이 늘고 있는 것이다.재단 수익사업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연세대의 경우 지난 60년대부터 재단이 사업을 꾸리기 시작해 현재 10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연간 수익사업 예산만 3,200억원에 달해 웬만한 중소기업을 능가하는 규모를 자랑한다. 최근에는 재단 이사회에서 한국 사학 역사상 최대 규모인 500억원의 발전기금을 대학에 출연하기로 해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연세대가 이처럼 많은 발전기금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빌딩 임대, 연세유업 등 수익사업을 운영하면서 알짜 경영을 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62년 실습용 젖소 10마리를 미국으로부터 기증받아 시작된 우유사업의 경우 처음에는 신촌 일대 교직원집에 배달하던 수준이었다가 차츰 사세를 확장해 오늘에 이르렀다.78년 연세우유처리장을 수익사업체로 전환하면서 시판 우유를 내놓기 시작해 90년 연세유업 설립, 93년 아산공장 준공의 단계를 밟아 현재는 연간 1,2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빌딩 임대사업은 수익사업의 근간을 이루는 분야다. 현재 서울역 앞 연세재단 세브란스빌딩(지하 6층, 지상 24층), 중구 봉래동 연세봉래빌딩(지하 4층, 지상 13층), 강동구 명일동 연세명일빌딩(지하 1층, 지상 5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연간 13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이밖에도 연세대 재단은 동문회관과 부속병원 장례식장을 활용한 결혼, 장례 등 식장업과 어린이 영어교육업체인 연세 ELP, 의약품도매사업 등을 펴며 연간 300억원대 이익을 내고 있다. 최기준 상임이사는 “수익사업 이익금은 전액 본교의 교육ㆍ연구를 위해 전출되거나 병원 등에 대한 재투자에 쓰인다”고 밝히고 “학교 설립 목적인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수익사업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최근 국립대인 서울대도 재정확충 차원의 수익사업을 펼칠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대는 2010년부터 서울대 된장, 서울대 햄, 서울대 우유 등 ‘서울대’를 브랜드로 하는 농축산 가공식품을 시판한다고 밝히고 기업형 대학경영에 힘을 더하기로 했다.국고 지원과 등록금 수입에 의존해 온 데서 벗어나 대학명을 브랜드로 활용하고 학문적 연구결과를 상업화해 수익을 올린 뒤 다시 교육ㆍ연구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기존 사학의 수익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재단이 아닌 대학 자체 동력으로 사업을 진행, 수익보다 연구를 주목적으로 삼는다는 게 다른 점. 농업생명과학대가 주도할 이 사업은 강원도 평창군의 150만평 부지에 그린바이오 첨단 연구단지를 설립, 농축산 관련 8개 학교기업을 세우는 것을 골자로 한다.지방대 중에서는 연구목적의 식품공장을 통해 건강식품을 출시,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경북과학대학의 사례가 눈에 띈다. 지난 96년에 학교 인근 2,100평 부지에 4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식품공장에서는 자체개발한 감식초, 액상과실차류 등 모두 66종의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특히 CJ 팻다운 등 기능성 생활건강드링크 3종과 종근당의 키토산 음료, 대웅제약의 산삼배양근 음료 등 총 14개사에 47종의 음료를 OEM으로 납품하고 있다. 식품공장 구자명 관리부장은 “지난해 85억원의 매출 가운데 OEM이 60%를 차지했다”고 밝히고 “올 목표는 100억원”이라고 말했다.이밖에 건국대가 운영하는 건국햄, 건국우유와 명지대가 운영하는 새마을금고, 고려여행사, 명지건설 등도 짭짤한 수입을 올려 교육재정 출연과 학교홍보 등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학교기업 활성화된다 = 지난해 3월 학교기업의설치ㆍ운영에관한규정이 제정 및 공포되면서 학교기업 제도의 막이 올랐다. 재단이 주도하는 수익사업과 달리 법인격이 없는 학교 소속의 조직부서도 사업을 통한 수익창출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학교의 고유목적인 교육 및 연구가 영리에 앞선다는 것을 제외하면 기존 학교법인의 사업체 경영과 크게 다른 것이 없다. 물론 이익금은 장학금, 연구개발 투자 등에 쓰여진다. 김현동 교육부 산학협력과 사무관은 “교육ㆍ연구와 연계해 학교의 공공성ㆍ건전성을 고려해 사업종목을 선택하도록 했다”고 밝히고 “지난해 117개 학교가 학교기업 설치 지원을 신청해 4년제 18개교, 전문대학 17개교에 총 100억원이 지원됐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주식회사 형태로 학교기업을 육성한다는 게 교육부의 복안이다.교육부 지원 학교기업 중에는 벌써부터 탁월한 수익을 내는 곳이 적잖다. 대구 영진전문대 영진모빌스의 경우 지난해 사업을 시작해 1억5,000만원의 매출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는 8억원대 매출을 목표로 잡고 있다.영진모빌스의 주력상품은 웹상에서 손쉽게 문자와 음성메시지, 팩스문서 등을 전송할 수 있는 통합메시지시스템 ‘애니샷’.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할 수 있는 오라클 DB튜닝 툴인 디비메이트(DBMate) 프로그램도 출시한 상태다.부산 동의공업대 동의분석센터도 지난해 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수질, 토양, 식품을 전문 분석하는 이 학교기업은 첨단 기자재와 우수 연구인력을 구비해 분석의뢰가 줄을 잇는 성과를 내고 있다.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곳도 많다. 우송공업대는 60여억원을 들여 학교기업 우송오토테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자동차 정비서비스업을 개시한다. 건양대도 한나래를 통해 한산모시를 이용한 의류와 전통 문화관광상품을 생산, 공항과 유명백화점 및 인터넷쇼핑몰에 판매한다. 앞으로 모시를 세계시장으로 수출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광주여대가 3월15일 오픈할 계획인 뷰티크리닉센터나 대전대가 만든 웰니스 아카데미아는 최근 화두인 웰빙을 염두에 둔 아이템으로 눈길을 끈다.◇재테크도 예외 아니다 =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에 ‘돈을 그냥 둔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기업이나 가계뿐이 아니다. 학문의 요람인 대학도 몸이 달았다.이를 반영하듯 최근 캠퍼스에 재테크 열풍이 거세다. 강좌나 모임 이야기가 아니다. 대학운영 당국이 직접 재테크에 나서 벌고 모으는 것만큼 종자돈을 불리기에 소매를 걷어붙인 것이다. 대학자금 운영관계자들은 덩달아 바빠졌다. ‘+α’를 목표로 가능한 안테나를 총동원한 양상이다. ‘돈 굴리기’에 무관심하면 대학경쟁력 순위하락까지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부동산의 경우 건수는 적지만 단위가 커 대학당국의 관심도 뜨겁다. 부동산을 짭짤한 재테크수단으로 이해하려는 움직임도 가시적이다. 물론 최근 몇 년간의 부동산 활황이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그럼에도 불구, 대학당국의 부동산투자는 적잖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자금운용의 특성상 공개보다는 비공개가 일반적이다. 다만 알려진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투자패턴은 대학부지의 용도변경ㆍ매각에 따른 시세차익과 기부체납 형태의 수익으로 크게 나뉜다.이는 서울 도심의 노른자위에 위치한 대학의 경우 훨씬 유리하다. 몇몇 대학이 추진 중인 캠퍼스의 외곽이전도 재테크 포인트에서 해석된다. 민자유치를 통한 기부체납은 최근 가속도가 붙었다.건설업계도 새로운 사업모델로 수요가 뒷받침된 캠퍼스 공략을 전진배치시켰다. 가령 기숙사나 대학병원 병실을 민자로 건설한 뒤 특정기간(보통 10년) 후 학교당국에 기부체납하는 형식이다. 정부도 대학부지 내의 민간투자 확대를 허용할 방침이다. 다만 상당수의 부동산이 그린벨트나 상수원보호지역 등으로 묶여 있다는 게 약점이다.대학 재테크의 월척은 역시 펀드투자다. 비교적 손쉽게 여유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데다 수익률이 안정적이라는 게 최대 메리트로 부각됐다.전통적인 운용방법은 은행 정기예금이 절대다수였다. 운용목표도 안정성이 1순위였다. 그런데 시중금리가 꺾이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저축보다 투자를 선호하는 대학이 급증했다. 은행권에서 증권가로 자금 물꼬를 트는 것은 물론 설사 은행에 남더라도 예금보다 신탁상품 비중을 높이고 있다.일부 대학은 미국처럼 자산운용기구 설립을 검토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했다. 증권사 등의 유치경쟁도 치열하다. 대학당국의 재무담당자와의 접촉을 늘리고, 수시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사립대 예산만 10조원을 훌쩍 넘길 만큼 대학시장이 ‘빅리그’인 까닭에서다.가령 연세대는 예산ㆍ기부금ㆍ적립금을 합해 한해 1조원 이상을 커버할 정도다. 다만 현재로선 채권펀드가 일반적이다. 모 대학 관계자는 “안정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그 대안으로 주식관련 상품이 얘기되고 있다”고 전했다.대학자금의 펀드투자 선두주자는 삼성증권의 ‘삼성아카데미예스펀드’다. 2003년 2월 업계 최초로 설정됐다. 연세대ㆍ이화여대가 공동으로 들어간 이 펀드는 사모펀드로 성격은 순수채권형이다. 국공채ㆍ통안채를 비롯해 AAA급 회사채를 주로 편입한다. 매월 적립식으로 70억~80억원이 유입되며 올 2월 현재 2,700억원까지 불어났다. 현재 연 4.75%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학교법인만의 전용펀드인 ‘아카데미채권펀드’도 인기다. 고려대ㆍ인하대가 고객인 사모펀드로 현재 2개가 운용 중이다. 1개는 올해 들어 신규로 설정됐으며 수탁고는 2개를 합해 506억원 수준이다. 대학자금은 삼성증권에만 있는 게 아니다. 운용능력이 검증된 상위 증권사ㆍ자산운용사라면 얼추 전용펀드를 갖고 있다. 대우증권의 경우 5~6개 대학이 모두 합해 400억~500억원을 맡긴 상태다. 이남주 대우증권 홍보실 대리는 “지난해부터 붐을 이뤘으며 컨설팅 후 원하는 스타일에 따라 사모펀드를 설정하고 있다”며 “향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미국에선 대학자금이 금융계 큰손으로 등장한 지 오래다. 고전적인 금융자산부터 선진기법의 현ㆍ선물투자까지 두루 섭렵했다. 어지간한 대학치고 전문운용기금을 갖추지 않은 곳이 없을 만큼 대학재테크가 일반적이다.운용경험과 역사가 깊은 까닭에 수익률도 상당한 수준이다. 실제로 비영리기관ㆍ재단기금을 운용하는 커먼펀드가 대학ㆍ교육재단 707개를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4년(회계연도) 수익률이 평균 14.7%에 달했다. 하버드ㆍ예일ㆍ스탠퍼드 등 주요대학은 2000년대 이후 최고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대표주자는 하버드다. 현재 약 270억달러를 운용 중인 하버드매니지먼트(하버드대의 기부금 관리회사)는 과거 10년간 연평균 15.9%의 수익률을 거뒀다. 광범위한 자산에 대한 분산투자로 시장평균을 훨씬 웃도는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가령 목재투자를 위해 전문벌목꾼까지 둘 만큼 치밀한 투자전략을 지향한다.미국 대학자금의 투자처는 다양하고 공격적이다. 국내외 주식ㆍ채권투자는 기본적인 편입자산이다. 몇몇 대학기금은 원유ㆍ곡물 등 상품시장에까지 뛰어든다. 이머징마켓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다. 투자규모도 연일 확대되는 추세다.◇대학벤처, 황금월계관 쓰다 = 대학 비즈니스의 또 다른 한축은 ‘벤처 인큐베이팅’이다. 물론 직접적인 수익원은 아니지만, 중장기적 차원에선 중대한 기금원천과 우군을 확보한다는 장점이 있다. 일종의 선투자인 셈이다. 외국처럼 유망한 대학벤처를 잘 키워내 영속적인 ‘펀딩시스템’의 출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실제로 선진국의 경우 동문회를 통한 기부금이 적잖은 비중을 차지한다. 기부금의 절대다수도 기업이다. MIT나 스탠퍼드ㆍ컬럼비아대 등이 하이테크산업의 벤처기지로 변신하고자 하는 건 이 때문이다. 컬럼비아대는 인터넷업체 구글의 창업을 지원한 결과 천문학적 수익을 냈다.한국도 마찬가지다. 몇몇 대학벤처의 활동과 성장스토리는 이 논리를 뒷받침한다. 설립 초기 대학당국의 동반자적 지원체계가 강력한 동문 유대감과 시너지를 낼 수 있어서다. 대부분의 대학이 대학벤처의 창업ㆍ경영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데는 이런 배경이 녹아 있다.대학에 적을 둔 벤처기업은 여러 장점이 있다. 대학 밖에서 창업한 일반벤처보다 상대적인 성공 가능성도 높다. 자금ㆍ시장확보 등 현실적인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최소한 기술력만은 비교우위에 있을 확률이 높다. 게다가 유무형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대학의 지적능력을 산업적으로 활용해 국가경제 전반에 혜택을 줄 수도 있다. 게다가 민간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효과도 가능하다.노벨상 수상자로 유명한 로버트 러플린 KAIST 총장은 “대학이 벤처창업의 발상지이자 본거지가 돼야 한다”며 “이럴 때 대학의 빈약한 재정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한국의 대표적 경제학자인 정운찬 서울대 총장도 “경제가 중요해지니 총장도 경제학과 출신을 선호하지 않느냐”며 “서울대도 자금모집ㆍ운용을 전담할 펀딩 메커니즘을 도입하고 싶다”고 밝혔다.최근 코스닥에 입성한 SNU프리시전은 대학벤처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가 실험실 벤처로 창업한 회사로 코스닥등록 후 ‘대박’을 터뜨렸다. 나노(1/10억m)급의 초정밀 측정장비 전문회사로 TFT-LCD용 검사장비를 주력제품으로 생산한다. 특히 불량률을 크게 낮춰 원가절감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등록 첫날 공모가(2만7,000원) 대비 100% 오른 5만4,000원에 결정돼 관심을 모았었다.최근에는 3억원의 연구기금을 쾌척해 또 한번 화제를 낳았다. 벤처 산실인 대학에 성공열매를 되돌려준 모범적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박교수는 앞서 2000년에는 자신의 보유주식 10%를 서울대에 기증해 연구기금을 설립했다. 결과적으로 학교당국은 현재 160배(액면가 500원 대비)에 달하는 평가차익을 올린 셈이 됐다.이준호 숭실대 컴퓨터학부 교수의 행보도 대학벤처의 메리트로 작용한다. 2001년 그가 주축이 돼 설립했던 검색시스템연구소 서치솔루션을 NHN에 매각하면서 당시 NHN 주식과 맞교환했는데, 현재 평가액만 700억원에 달하는 주식갑부가 됐다. 이교수 역시 학교발전기금으로 10억원을 기부했다. 바이오기업인 마크로젠 창업자 서정선 서울의대 교수도 실험실 벤처의 성공사례로 꼽힌다.성균관대 창업보육센터가 낳은 인비트로플랜트도 유명하다. 유리병 속에 키우는 ‘초소형 관상용 식물’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국내 화훼상품 단일계약으로는 최대 규모인 340만달러(40여억원)의 수출계약을 맺기도 했다.하지만 아직은 갈길이 멀다. 대학벤처라는 게 장기투자로 수익을 얻는 데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롱런 체력이 전반적으로 허약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때 실험실 벤처만 300개를 웃돌 만큼 전성기를 누렸지만, 현재 생존확률은 50% 밑이다. 대학당국이나 벤처기업, 정부 모두가 이 수치를 높이는 데 매진해야 하는 이유다.INTERVIEW 최기준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상임이사‘수익사업은 사학 존립의 필수조건’“사학이 존재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부금 유치와 수익사업이 활발해야 합니다. 기부문화가 정립되지 않은 현재로서는 수익사업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지요. 이익을 많이 낼수록 교육 본연의 목적에 투입되는 금액이 많아진다는 점에서 사학재단의 수익사업은 더욱 장려돼야 합니다.”학교법인 연세대학교가 펴고 있는 10가지 수익사업을 두루 관장하고 있는 최기준 상임이사는 지난 95년부터 “대학도 ‘경영’해야 산다”고 주장해왔다. 대학재정의 지원 및 관리, 교육의 질적 관리 등 재단의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수익창출을 위한 비즈니스 활동이 필수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여러 대학들이 교육재정 확충과 연구 연계를 위해 수익사업에 나서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대학도 철저한 경영 마인드를 갖고 새로운 경영기법은 과감히 채택하는 등 능동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누구보다 먼저 학교의 수익사업에 눈을 뜬 이답게 따끔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최이사는 “수익사업을 준비하는 대학 담당자를 만나보면 종자돈이 적어 힘들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꼬집고 “재정이 어려운 대학일수록 적은 돈을 활용해 최고 부가가치를 올리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른바 ‘사과나무를 심는 마음’을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다.최이사는 특히 “사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재단 스스로의 자구노력도 중요하지만 국가와 사회의 보조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하고 “국고보조 확충과 함께 사회적 기부문화 확산도 꼭 필요한 조건”이라고 덧붙였다.INTERVIEW 박희재 SNU프리시전 대표ㆍ서울대 기계항공공학 교수‘존폐위기 극복하니 길이 보였다’코스닥등록 전과 현재를 비교해주십시오.우리 회사는 나노단위의 정밀측정ㆍ검사장비를 개발하는 벤처기업입니다. 이제 등록한 지 한달 남짓 돼 큰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내용은 더 좋아졌죠.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어요. 공모자금으로 189억원이라는 현금이 들어와 안정적 경영환경을 확보한 게 큰 성과입니다. 첫 거래일 종가로 시가총액만 2,279억원인 우량 벤처기업이죠.가장 경쟁력이 있는 부분은 무엇입니까.연구환경이죠. 우수한 인력과 다양한 공정ㆍ장비기술을 확보한 서울대와 산학협동을 통해 높은 기술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요. 이를 바탕으로 세계 최대의 TFT-LCD 패널업체인 LG필립스LCDㆍAUOㆍCMO 등 다양한 고객욕구를 맞출 수 있는 영업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대학벤처의 성공확률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면.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많은 대학벤처가 탄생했지만, 아쉽게도 실패도 많았어요. 우리도 설립 초기 시장예측 실패로 존폐위기를 겪은 적이 있죠. 다만 시행착오 후 지금은 작게나마 성공했습니다. 물론 시장욕구를 충족하는 기술력이 없다면 시장을 정확히 예측해도 어렵겠죠. 따라서 최우선은 기술경쟁력 확보와 정확한 시장환경 분석입니다.최근 역점을 둔 부분은 무엇입니까.성공 후에는 과실을 뺏기 위해 달려오는 후발업체가 있게 마련입니다. 우리도 이런 위협을 계속 받을 겁니다. 결국 후발업체가 못 따라오도록 기술경쟁력을 높이는 게 관건이에요. 우리는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할 겁니다. 또 고객의 요구사항이 뭔지 정확히 파악해 원하는 제품을 개발해야겠죠. 기술경쟁력이 제2의 LCD 인라인 측정장비를 탄생할 수 있을 겁니다.향후 비전과 목표는 무엇입니까.세계 최고의 나노측정ㆍ검사장비 전문기업이 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최근 급성장하는 TFT-LCD 인라인 측정장비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할 겁니다. 중장기 목표는 성장이 예상되는 TFT-LCD 외에 PDP 및 OLED 등의 FPD향 측정ㆍ검사장비 등 다양한 측정ㆍ검사장비를 개발하는 거죠. 올해는 매출 770억원에 당기순이익 230억원 수준의 높은 성장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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