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형’ 대세…저비용 고효율

상해·질병·화재·손해 배상책임 등 일상생활 발생 위험 보장

최근 손해보험시장 역시 진화의 날개를 달고 솟아오르고 있다.몇 년 전만 해도 자동차와 화재 등 기본적인 손해보험에 중점을 뒀던 손보업계는 최근 다양한 보장을 섞은 ‘퓨전상품’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또 보험판매 채널도 인터넷부터 TV홈쇼핑까지 다채로워졌다.지난해 12월 손해보험협회가 발표한 2004년의 ‘손보업계 10대뉴스’의 3위와 4위는 각각 ‘통합보험의 급부상’과 ‘신판매채널 급성장’이었을 정도다.손보업계의 새 단장 배경에는 달라진 시장환경이 놓여 있다. 온라인 손보사의 수익이 급증한 동시에 방카슈랑스의 약진으로 대형 손보사들까지도 위기의식을 느껴왔다. 여기에다 종신보험, 변액보험, 유니버설보험 등 날이 갈수록 신종 최첨단 상품으로 무장하는 생명보험사에 비해 손보업계는 상품개발이 더디다는 지적도 한몫 했다.보험 독립대리점인 KFG의 서현숙 재정상담가는 “최근에는 생명보험사 건강보험의 보장내용이나 특약을 손해보험사가 많이 흡수해 상품화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아울러 자동차보험과 화재, 연금, 건강보험을 하나로 묶은 ‘통합보험’도 손보사들이 주력으로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통합보험 인기 돌풍=통합보험을 처음 내놓은 것은 삼성화재다. 2003년 12월 ‘삼성슈퍼보험’이라는 이름의 보험을 내놓았다. 상품을 선보이기 전 삼성화재가 이 상품 개발을 위해 2년간 투입한 비용은 45억원. 가족의 상해와 질병, 자동차, 재물, 배상책임을 하나의 상품 가입으로 해결한다는 점을 무기삼아 지난 2월 말까지 13만4,000건의 신계약을 체결했다. 이 상품을 내놓으며 올린 매출액은 약 1,000억원으로 보험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지난해 4월 이후에는 손보사들이 각기 다른 이름으로 통합보험을 잇달아 선보였다. 동부화재의 ‘컨버전스보험’을 비롯해 현대해상 ‘행복을 다 모은 보험’, 신동아화재 ‘카네이션하나로’, LG화재 ‘웰빙라이프보험’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담긴 상품이 앞다퉈 등장했다.이들 통합보험의 지난 1월 말까지의 총판매실적은 20만4,000여건, 원수보험료는 약 200억원이었다. 회사별 판매실적을 살펴보면 삼성화재가 11만6,635건(수입보험료 793억원), 동부화재 4만3,544건(235억원), LG화재 1만8,485건(75억원), 현대화재 1만3,584건(56억원), 동양화재가 1만2,067건(56억원)을 기록했다.통합보험이 손보업계의 효자상품으로 자리잡은 이유는 뭘까. 원승관 동부화재 홍보부장은 “한 가족의 구성원이 각기 다른 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종신보험, 건강보험, 자녀보험 등에 가입하면 번거로움을 느끼기 마련”이라며 “또 각기 다른 보험의 보장내용도 중복될 수 있어 소비자는 적립보험료와 특약보험료를 중복으로 물어야 했다”고 말했다. 원부장은 이어 “통합보험은 이런 소비자의 심리를 읽고 한 건의 보험가입으로 한 가족이 실생활에 필요한 부분을 보장했다”며 “중복보장을 없앴기 때문에 여러 개의 보험을 따로 가입하는 것보다 평균 15% 저렴한 보험료를 내면 된다”고 말했다.종합선물세트 격인 통합보험에 소비자의 관심이 몰리면서 손해보험사들은 통합보험의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특히 삼성화재는 통합보험을 판매하는 전문판매원을 1만1,400명 보유했으며 동부화재 또한 올해 안으로 통합보험설계사를 5,000명선으로 확장할 생각이다.◇생보사 벤치마킹=손보사들의 또 다른 변화상은 생보사가 판매하던 상품을 내놓고 있다는 것. 생보사가 종신보험 이후 상품, 즉 포스트 종신보험 상품으로 내놓았던 CI(치명적 질병)보험을 손보사들도 중시하고 있다.현대해상이 첫 테이프를 끊어 지난 2003년 말부터 ‘굿앤굿 CI간병보험’이라는 CI보험을 팔고 있다. 현대해상은 지난 1월 말까지 CI보험 2만1,000여건을 판매, 212억원의 보험료 수입을 올렸다.또 삼성화재는 일반적인 CI보험에 수혈로 인한 에이즈바이러스(HIV) 감염과 인간 광우병 등에 대한 보상을 추가한 ‘무배당 삼성CI보험’을 지난해 말부터 판매 중이다.동양화재의 ‘무배당 닥터CI간병보험’의 경우 생존에 대한 보장, 특히 의료비 보장을 대폭 강화한 CI보험이다. 치료비에 대한 충분한 보장을 위해 입원의료비 한도를 3,000만원으로 높였고, 만기환급률을 높여 노후설계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동양화재는 이어 어린이전용 CI보험을 새로 개발했다. 동양화재가 2월부터 판매한 ‘무배당 닥터 어린이보험’은 치료비와 소아난치병에 대한 보장을 강화한 상품이다. 상해나 질병으로 입원했을 때 입원의료비 중 본인 부담금을 최고 3,000만원까지 보장하며 소아난치병의 경우 최고 1억원까지 지급한다.이밖에도 올해 초부터 동부화재, 그린화재가 CI보험 판매에 가세했다. 또한 2월부터는 쌍용화재가 ‘무배당 파워 CI간병보험’을 판매하며 기존 CI보험에서 보장하는 암ㆍ뇌졸중 등 5대 중병뿐 아니라 빈혈, 중대한 화상 등으로 보장을 확대했다.제일화재도 2월부터 ‘노블레스 케어 CI보험’을 내놓았다. 노후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세분화해 ‘CI집중보장형’ ‘가족중시형’ ‘의료비중시형’ 등 5가지 모델 중에서 선택해 가입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판매채널 다양화=온라인보험으로 시작한 손보업계의 판매채널 다변화는 급진전하고 있다.교보자동차보험이 온라인 자동차보험시장에 처음 진출한 뒤 다음다이렉트, 신동아화재, 제일화재, 대한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이 온라인보험상품을 내놓고 있다. 아예 교원나라자동차보험 같은 특정 직군을 위한 전문보험사까지 등장하며 온라인 자동차보험 시장은 덩치를 키우고 있다.지난해 온라인 자동차보험 가입자는 1만명을 돌파했다. 2004년에는 2003년보다 73% 성장해 전체 자동차보험 시장의 시장점유율도 두 자릿수를 내다보고 있다.최근에는 TV홈쇼핑에서도 생명보험뿐만 아니라 손해보험까지 팔며 새로운 채널로 부상했다. 지난해 11월에 삼성화재는 CJ홈쇼핑에서 손해보험을 판매를 시작했다.기존에는 중소 생명보험사들이 TV홈쇼핑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던 반면, 업계 1위인 삼성화재의 TV홈쇼핑 진출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빅 세이프’라는 이름의 삼성화재의 상해보험은 비운전자가 월 6,760원의 낮은 보험료를 내면 되는 구조. 지난해 11월 총 3회 방송을 했던 삼성화재는 방송 때마다 평균 8,000건의 상담전화를 받았다.◇여성고객 잡기 총력=손보업계의 뉴 트렌드 중 하나는 바로 여성고객 잡기다. 전체 가구의 90%가 보험에 가입한 보험 포화국면을 맞아 여성을 포화 시장 극복 고객으로 삼은 것.먼저 운전을 자주하는 600여만 여성운전자들을 위한 여성전용 운전자보험을 들 수 있다. 여성전용 운전자보험은 상해사고로 외모에 이상이 생겼을 때 성형수술비를 지급하는 특징을 지녔다. 또 여성운전자들에게서 자주 발생하는 주차장이나 아파트 단지 내에서의 사고에 대해 자동차보험에서 보상하는 보험금 외에도 10만원 정도의 사고처리 지원금을 지급한다.손보업계의 여성전용 건강보험도 늘어나는 추세다. 일반 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질병과 함께 자궁암과 유방암, 난소암 등 여성 특정암을 집중적으로 보장한다. 또 여성에게서 자주 발생하는 골다공증과 관절질환, 부인과질환을 체계적으로 보장한다. 연령에 관계없이 한번 가입으로 8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암질환 보장의 경우에도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자궁암과 유방암, 난소암은 다른 암에 비해 고액으로 보장한다. 또 의료사고를 당해 소송을 제기하게 되는 경우 법률비용까지도 지급받게 된다.남편이 아내를 위해 가입하는 보험도 있다. 이 상품은 남편이 기억하지 못하고 지나갈 수 있는 아내의 생일, 결혼기념일에 축의금을 지원해준다. 또한 부부여행 자금, 건강검진 자금 등을 보험기간 중에 주기도 한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