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률 ‘쑥쑥’… 연간보험금 50조 넘어

50년 만에 총자산 210조로 급성장… 열 중 아홉 가구 가입

보험역사는 고대로부터 비롯된다. 고대에 장례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한 게 시초다. 중세에는 항해 중 일어날 선박ㆍ적재화물의 손해를 공동부담한 공제제도가 있었다. 길드(Guild)조직이 중심이 된 상호부조 형태였다. 지금과 같은 보험형태는 근대에 시작됐다. 17세기 이탈리아의 톤티(Tonti)가 고안한 톤틴연금에 의해 사망표와 보험수리의 연구가 본격화됐다. 최초의 근대적 보험은 영국의 ‘에쿼터블(Equitable)생명’이다. 국내보험 원류도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 창(倉), 고려 보(寶), 조선 계(契) 등의 상호부조가 대표적이다. 근대적 생명보험은 1876년 일본과의 강화조약 체결 이후 일본인에 의해 도입됐다. 제국(帝國)생명이 1891년 부산에 대리점을 낸 게 최초다. 연이어 일본생명 등이 항구도시를 중심으로 업무영역을 확대했다.순수토종 보험사 1호는 1921년 한상룡 등의 기업가가 세운 ‘조선생명보험’이다. 이듬해에는 최초의 손보사 ‘조선화재해상보험’이 세워졌다. 다만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생보사의 지위가 독점적이었다. 그러다 광복 후 일본 생보사들이 계약금의 환급 없이 본국으로 철수해 오랫동안 보험 불신 풍조가 퍼지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후 몇몇 생보사가 민족자본으로 설립됐지만 한국전쟁ㆍ4.19 등을 거치면서 침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나래를 편 건 60년대 들어서다. 경제개발계획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생보사가 국민저축기관으로 지정되면서 단체보험이 크게 늘어났다. 70년대 보험시장은 개인보험 위주로 전환됐다. 특히 정부는 77년을 ‘보험의 해’로 지정해 대대적인 보험산업 근대화 대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80년대에는 고도성장을 지속한 결과 기관투자가로서 자본시장의 거물로 급성장했다. 90년대는 본격적인 경쟁체제가 시작됐다. 경영부실로 4개 생보사의 허가가 취소(98년)되는 아픔을 겪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외국계의 거센 도전이 본격화됐다. 막대한 자본력과 글로벌 마케팅 파워를 내세워 단기간에 업계 상위권으로 도약한 사례가 적잖았다.그간 생명보험은 엄청난 변신을 반복했다. 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55년 총자산 200만원에 불과했던 게 2004년 12월 말 현재 209조9,079억원으로 훌쩍 컸다. IMF 직격탄을 맞았던 98년 전년 동기 대비 1.5% 성장한 걸 빼면 매년 적게는 10%대에서 많게는 550%까지 급성장했다. 보험계약 성적표(일반계정)도 수직상승세다. 4,200만원(55년)에서 1,256조2,067억원(2004년 말)으로 불어났다. 설계사 인원도 급증세다. 63년 5,658명에서 지난해 말에는 13만9,945명으로 확대됐다. 특이한 건 70년까지 남자(5,364명)가 여자설계사(4,051명)보다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 그랬던 게 71년부터 완전히 역전돼 오늘에 이른다. 국민 1인당 보유계약액(유효계약의 보험가입금액)도 크게 늘어났다. 91년 372만5,000원에서 2003년 2,460만3,000원으로 증가했다. 한편 시장규모 확대는 손해보험 쪽도 마찬가지다. 2004년 11월 말 현재 총자산 41조7,760억원에 6만4,320명의 설계사가 활동 중이다.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보험의 지위도 막강파워다. 이미 한국의 생명보험업은 글로벌 ‘톱10’ 멤버 중 하나로 떠올랐다. 2002년 기준 세계 7위(수입보험료 기준)에 등극했다. 짧은 역사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명예의 전당’으로 불리는 백만불원탁회의(MDRT) 회원규모는 글로벌 ‘No 2’다. 올해 집계를 완료한 결과 4,737명으로 2000년(322명)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은행과 비교해도 보험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총예금(예금은행계정)은 80년 12조4,219억원에서 2003년 4월 말 현재 548조984억원으로 늘어난 반면, 생명보험 수입보험료는 같은 기간 6,036억원에서 50조3,925억원으로 폭증했다. 이는 거의 두 배 가량 빠른 성장세다. 동일한 잣대로 손해보험은 3,877억원의 원수보험료가 21조3,782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최근 들어선 보험업이 금융권의 새 강자로까지 떠오른 분위기다. ‘2004년도 서비스업 활동동향’을 보면 보험업 동향지수(9.9%)는 은행, 증권ㆍ투신권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보험은 가계자산의 핵심 포트폴리오 중 하나다. 생보협회가 진행한 전국 2,000가구 샘플조사(2003년) 결과자료를 보자.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가구의 89.9%가 생명보험에 가입했다. 10가구 중 9가구가 가입해 있다는 얘기다. 가입건수는 평균 4.0건으로 4인 가족으로 추론할 때 1인당 1건 이상 계약한 셈이다. 납입보험료는 410만원으로 연간수입 대비 12.5%를 보험료로 지출했다. 지출 가능한 보험료로 월 39만4,000원(연간 472만8,000원)을 제시해 향후 더 늘어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최다 가입보험(중복응답)은 암ㆍ성인병 등에 대비한 질병보험으로 88.5%를 차지했다. 그 다음은 교통사고ㆍ재해 등 사고에 대비한 보험(72.5%), 종신보험(28.6%), 연금보험(27.9%) 등의 순이었다. 향후 노후생활자금의 준비수단으로는 예ㆍ적금(61.9%)에 이어 생명보험(58.5%)이 2순위에 올랐다. 둘 사이의 폭은 줄어들었다. 2002년 결과는 각각 71.7%, 51.2%였다.2004년 3월 말 현재 생보사는 총 23개사가 영업 중이다. IMF 이후 대부분 적자를 냈지만, 지속적인 자본 확충과 경영효율성 제고를 통해 2001년부터 흑자를 기록 중이다. 수입보험료로 보면 보장성(52.9%, 24조2,012억원)이 저축성(47.1%, 21조5,541억원)보다 조금 많은 상황이다. 최성림 생보협회 홍보팀 과장은 “최근 보장성 보험의 수입보험료 증가세가 두드러졌다”며 “질병ㆍ재해보장 기능에 대한 인식변화가 수요증가로 이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2001년 7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변액보험의 증가세도 꾸준하다. 90년대 효자상품이었던 종신보험이 주춤하던 틈을 타 위험보장ㆍ투자차익의 일석이조 메리트가 부각된 결과다.업계 ‘No.1’은 삼성생명이다. 총자산 91조977억원으로 2위인 대한생명(37조1,748억원)을 현저한 격차로 따돌렸다. 특히 삼성생명의 자산규모는 2~6위권 총자산 합계보다도 많다. 보유계약액 역시 삼성생명이 월등히 앞서 있다. 419조9,146억원으로 2, 3위인 대한생명(219조3,846억원)과 교보생명(213조4,882억원)보다 많다. 4위는 외국계다. 총자산 7조1,850억원의 알리안츠생명보험(구 제일생명)이 그 주인공이다. 글로벌 톱 보험사 명성에 걸맞게 무서운 기세로 한국시장을 공략 중이다. 설계사ㆍ임직원 규모도 1~4위간 순위변동은 없다.최근 보험업계는 몇몇 이슈에 둘러싸여 있다. 대표적인 게 ‘토종 vs 외국계’의 대결구도다. 외국계의 경우 진출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미 총자산 기준 상위 15위에 5개사가 포진해 있다. 선두주자는 알리안츠와 ING생명이다. 푸르덴셜ㆍ메트라이프ㆍAIG 등의 공세도 거세다. 토종의 수성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여전히 ‘삼성ㆍ대한ㆍ교보’의 빅3 시장점유율이 가공할 만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는 입장이다.같은 맥락에서 구조조정도 시급한 과제다. IMF 이후 개선되긴 했지만, 마침표를 찍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방카슈랑스 역시 난제 중의 난제다. 갑론을박 끝에 비록 2단계 시행이 잠시 연기되긴 했지만, 불씨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지혜가 필요하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