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노릴까, 대안 찾을까’

판교입성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애초 분석과는 달리 날이 갈수록 적잖은 악재가 쏟아져서다. 원래대로라면 ‘판교입성=로또당첨’이 확실시됐다. 판교에 비길 만한 불후의 명작은 없을 것이란 주장이 대세였다. 강남을 대체할 신도시답게 모든 투자여건이 ‘베스트’였다.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던 무수한 서민들이 판교드림을 꾼 건 이 때문이다.그런데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악재가 적잖이 노출되면서부터다. 지난해 12월29일 원가연동제(분양가상한제)와 채권입찰제를 골자로 하는 법안이 발표된 게 대표적이다. 이로써 청약자격은 대폭 강화됐고, 혼란과 함께 집단반발이 불가피해졌다. 청약전략 수정은 물론 엄청난 경쟁률까지 속속 발표됐다. 이 와중에 일각에서는 판교 투자메리트를 둘러싼 부정적인 전망까지 내놓았다. 판교만 바라보던 사람들이 헷갈려 하는 이유다.원래 판교신도시의 투자메리트는 ‘A+’ 수준으로 손색이 없었다. 강남수요의 대체예정지답게 입지여건이 2기 신도시 가운데 독보적이었다. 실제로 판교신도시는 유망투자 0순위에 장기 군림했다. 최근 1~2년 사이에 실시된 몇몇 관련기관의 설문조사를 보면 유망투자처 ‘No.1’은 단연 판교였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판교’라는 단어로 검색되는 모임만 수백개에 달한다. 부동산정보업체들도 앞다퉈 ‘판교특집’을 기획ㆍ분석했다. 청약자격이 바뀐 후부터는 상담사례도 폭증했다. 부작용은 또 있다. 이른바 ‘청약통장 아껴 쓰기’다. 최근 서울 동시분양 청약경쟁률이 거듭 미달됐는데, 그 원인을 판교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다. 판교청약 때 쓰려고 통장을 꺼내지 않아서다. 이 결과 지난해 9월 이래 5개월 연속 미달사태가 이어졌다. 건설업체의 판교정복 전략도 다소 기형적이다. 건설경기마저 꺾이면서 판교에 역량을 집중하되 나머지는 ‘눈치작전’에 들어갔다.현재 판교이슈는 새 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정부의 판교개발 세부윤곽이 발표된 게 계기로 작용했다. 정부 입장은 ‘원론 고수, 각론 변동’으로 요약된다. 따라서 계획대로라면 올 6~12월 택지ㆍ주택분양이 추진된다. 4월 착공해 2009년 12월 완공할 예정이다. 경기부양책과 관련해 추진의지도 꽤 강력하다. 이헌재 경제부총리까지 나서서 “판교신도시는 올 상반기에 착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그럼에도 불구, 난센스지만 확실한 게 별로 없다. 오락가락하는 분양물량에 청약자격도 냉ㆍ온탕을 오가는 혼란을 반복 중이다. 가령 10년 내 당첨경력 1순위 불가방침이 여론에 부딪히자 곧 재고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원가연동제와 채권입찰제는 판교논란에 기름을 끼얹는 형국이다. 수혜를 입은 성남시민을 뺀 대다수의 일반서민들은 판교입성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설사 당첨됐어도 금전적인 여력이 의문이다. 40세 이상에 10년간 무주택자의 자금조달이 원만할 리는 없다. 설상가상으로 5년간의 전매금지까지 있어 결국 투기를 부추길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더 큰 문제는 투자메리트의 훼손이다. 지금대로라면 판교는 꽤나 어정쩡한 신도시일 개연성이 높다. 채권입찰제에 따른 높은 분양가로 서민안정에 기여하기 힘든데다 물량의 75%가 소형평형이라 향후 값이 뛸 형편도 아니다. 강남사람들이 찾을 만한 메리트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교통문제도 걸림돌이다. 거미줄처럼 빽빽한 도로망이 계획됐지만 교통량 증가를 예상하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쾌적함’ 역시 수정이 불가피하다. 건교부 안대로 조성된다면 수도권 남단 녹지축의 파괴와 이에 따른 대기오염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재국 서일대 교수는 “판교의 투자여건이 질적으로 악화됐다”며 “대형평형이 시세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소형평형 위주의 판교투자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그렇다고 판교입성을 포기하거나 과소평가할 이유는 없다. 재테크 차원의 접근이라면 그래도 판교만한 대안이 없어서다. 물론 기대수익률은 당초보다 낮출 필요가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25.7평 이하 아파트를 가정해 향후 5년간 수익률을 45%로 추정한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틈새투자처도 부상 중이다. 사상 초유의 경쟁률이 확실시되는 ‘판교 아파트’를 제외한 곳에 관심을 갖자는 논리다.방향은 두 가지다. 판교의 토지ㆍ상가와 판교 인근의 아파트가 그 타깃이다. 우선 판교신도시의 토지ㆍ상가는 정중동 속 물량확보전이 조용히 진행 중이다. 이미 1차 손바뀜이 끝났지만, 본격개발과 함께 재차 부각될 전망이다. 단독주택지도 대안이다. 택지조성이 끝난 뒤 공개매각 때 분양신청이 가능하다. 상가라면 대형평형이 집중된 곳이 비교적 유리하다. 판교 인근 아파트 투자도 뚜렷한 조류로 자리잡았다. 현재 판교 수혜지역인 용인시 동천리, 신봉리 일대의 땅값이 많이 뛴 상태다. 특히 이 지역은 행정구역상 판교편입 가능성까지 제기됐다.돋보기 현지 르포흉흉한 민심 속 ‘첫 삽은 떴지만…’지난 1월24일 오후 3시께 2005년 한국부동산의 ‘대형화두’로 떠오른 판교일대를 찾았다. 지난해 12월 건교부의 실시계획 공식승인에 따라 현재 판교일대는 신도시조성을 위한 첫 삽을 뜬 상황이다. 하지만 정작 현장 분위기는 암울하다. 예상은 했지만 적잖은 걸림돌이 목격된다. 대표적인 게 원주민의 반발이다. 재작년 말부터 토지보상이 시작돼 현재 97%의 보상률이 이뤄졌지만 마지막 3%가 부족하다. 부동산업계는 세입자들이 높은 보상금을 요구하며 퇴거에 강력 반발하면 6월 분양이 힘들어질 것으로 내다본다.실제로 반발 움직임은 거세다. 신도시 초입인 판교인터체인지 부근은 온통 붉은색의 만장 천지다. 재개발주민대책본부 명의로 적힌 구호는 진지하다 못해 자못 살벌하기까지 하다. 주거권과 관련된 이주ㆍ생계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다. 수백여장의 유사한 플래카드는 도로 곳곳에 걸려 있다. 인심도 싸늘하다. 본인을 판교토박이로 밝힌 한 주민은 “현재 민심이 갈래갈래 찢어졌다”며 “원만히 해결되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한때 판교 부동산거래의 중심가였던 낙생초등학교 인근 중개업소 집성촌도 인적이 완전히 끊겼다. 50여개의 중개업소 가운데 문을 연 곳은 5~6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손님은 전혀 없다. 취재를 위해 몇 군데 방문했지만, 되돌아온 반응은 싸늘한 무응답뿐이었다. 한 중개업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거래가 전혀 없다”며 서둘러 말문을 닫았다. 실제로 거래가 없으니 호가조차 없다. 업계에 따르면 판교일대는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지난해 1월 이후 거래가 실종됐다. 그나마 뜸하게 이뤄지던 매매는 부동산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대부분 지역이 투기지역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인 까닭에 입질 자체가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