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지원 제한 등 난제 수두룩

임대주택 수요는 꾸준한 증가세다. 65세 이상 노령인구 증가, 혼자 사는 싱글족 확산 등 사회구조 변화에다 주택을 ‘소유’에서 ‘거주’ 개념으로 보는 인식변화까지 더해 품질 좋은 임대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형 임대주택 건설이 발표됐지만, 전용면적 25.7평 이하 소형 임대주택의 수요도 여전히 적잖다.하지만 임대주택 150만가구를 건설해 국민주거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정부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민간업체가 당면한 현실적 문제와 수요자측의 요구 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특히 민간 위주로 건설돼 온 5년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이 사업환경 악화로 향후 2~3년간 공백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어 발 빠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150만가구 공급 계획에서 주공ㆍ지자체 등 공공부문 외 민간부문이 맡아야 할 비중 또한 상당하기 때문이다. 민간부문의 규제 완화 요구와 이를 둘러싼 논란을 살펴보자.국민주택기금 지원 = 전용면적 25.7평 이하 공공임대아파트를 지어 온 업체들은 요즘 할 말이 많다. 이들이 꼽는 장애요인은 건설ㆍ공급ㆍ운영ㆍ관리ㆍ매각ㆍ분양전환의 단계마다 상존하고 있다.우선 국민주택기금 지원 및 운영상의 요구. 업계에 따르면 국민주택기금을 1,000억원 이상 지원받은 업체에 대해서는 현재 신규 기금지원이 제한돼 있다. 이 업체들은 80~90년대 임대아파트를 집중 건설 공급한 곳들로, 가구별로 지원금이 산정되는 만큼 많이 지을수록 많은 기금 지원을 받았다.부영 관계자는 “한때는 기금 이용을 장려하면서 임대아파트 건설을 독려하더니, 이제는 많이 썼으니 그만 갖다 쓰라고 한다”면서 “기금 지원이 되지 않으면 신규 임대아파트 건설을 할 수가 없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호반건설 관계자도 “임대아파트 1만여가구를 지으면서 임대사업 쪽을 특화하다가 기금 지원 중단 이후엔 분양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밝히고 “기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임대사업도 재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사업을 재개하기 위해선 국민주택기금의 막힌 물꼬부터 뚫어야 한다는 업계 주장과 달리 기금 집행 기관인 국민은행측은 생각이 다르다. 국민은행 주택기금팀 관계자는 “기금이 편중 지원된 일부 업체에 대해 특별관리 차원에서 몇가지 이행조건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분양전환과 함께 기금이 주택소유자 대출로 이어져야 하는데, 일부 업체는 선순환이 되지 않고 있어 특별관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국민주택기금을 업체들이 골고루 나눠 써야 함에도 일부 업체에 편중 지원돼 왔고, 지원된 금액의 상환도 원활하지 않아 기금 지원 제한 등의 ‘특별관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개인이 신용불량자가 되면 각종 대출에 제한을 받듯 기금도 예외가 아니라는 의미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금 지원에 제한을 받고 있는 일부 업체는 일반분양 쪽으로 사업중심을 이동하고 있다. 또 이를 지켜보는 일부 업체는 아예 자체자금으로 임대사업을 펴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올 3월 화성 동탄신도시에 자체자금으로 임대아파트를 공급할 계획인 한 업체 관계자는 “기금을 지원받아 공공임대사업을 하면 임대료 및 보증금 산정 규제를 받게 돼 사실상 이익실현이 어렵다”면서 “대출금리가 4.5%선으로 그리 낮은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회사채 금리가 13% 수준일 때 3%이던 것이 회사채 금리 5%대에서도 별 변함이 없다”면서 “차라리 민간자금을 조달하는 게 속편하다”고 말하기도 했다.회계처리기준 = 민간임대주택업체의 특수성을 고려한 회계처리방식이 새롭게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금융리스를 적용할 경우 국민주택기금 차입금이나 임대보증금은 임대주택채권에서 차감되지만 지금처럼 운용리스를 적용하면 차입금과 보증금이 부채로 계상된다. 때문에 건설 공급 실적이 많으면 많을수록 부채가 높아져 ‘부실덩어리’로 오해받곤 한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실제로 건설업계 평균 부채비율이 150~200%선이지만, 임대주택건설업계는 평균 1,000% 이상으로 나타난다. 금융기관 등의 기업 평가시 불이익을 받는 것은 물론이다.특별수선충당금 적립 = 공동주택 주요시설의 교체 및 보수를 위해 적립하는 특별수선충당금은 분양주택의 경우 소유자가 부담하고 임대주택은 건설사업자가 부담하도록 돼 있다. 이는 주택법과 임대주택법에 각각 명시돼 있지만 ‘불합리한 제도’라는 게 업계 목소리다.한 업계 관계자는 “임대주택건설사업자는 아파트의 실질 소유자가 아니라 일정기간 임대 후 분양전환해야 하는 상품의 관리자인 셈”이라고 강조하고 “따라서 실질적 소유자가 될 입주자들이 부담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또 “분양아파트 268개를 조사했더니 특별수선충당금 부담 비율이 매월 표준건축비의 1만분의 0.57이었지만 임대아파트는 1만분의 1.5로 3배 정도 높다”고 밝혔다. 이 업체의 경우 매년 특별수선충당금으로 적잖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어 수익성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임대료ㆍ분양전환 가격 = 입주민과 건설사가 가장 많이 부딪치는 부분이 바로 임대료 및 분양전환 가격 수준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 연간 5% 이내 인상이 명시돼 있지만 해마다 동결요구와 인상요구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업계는 임대료 등의 증액청구를 과도하게 제한하면 결과적으로 민간의 임대사업 기피 등으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며 ‘유연성’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발의된 임대주택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임대보증금 및 임대료 증감에 관한 규정이 강화돼 더욱 애가 타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미국 뉴욕시의 저소득층 보호를 목적으로 임대료 상승을 규제한 ‘미아 패로의 법’을 들며 오히려 일반서민의 주거가 불안하게 된 사례를 논의에 앞세우고 있다.반면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들은 정반대 입장이다. 전세값 하락에도 불구하고 임대료 증액을 요구하거나 연체를 이유로 주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결국 불협화음이 무성한 임대아파트시장이 제대로 살아나기 위해선 정부와 민간의 조화가 선행돼야 한다. 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임대주택건설업계의 문제는 참여정부 임대주택 정책이라는 큰 틀 속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국민주택기금이 지원된 지방 임대주택들을 정부가 매입하는 등 상생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다.돋보기2005년 임대아파트 공급계획공공ㆍ민간임대 물량 내리막길올해 전국에서 공급될 임대아파트는 79곳 4만8,775가구 규모로 집계됐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www.DrApt.com)에 따르면 2005년 공급될 임대아파트는 △국민임대 62곳, 3만8,607가구 △공공임대 5곳, 2,824가구 △민간임대 12곳, 7,344가구가 각각 예정돼 있다. 분양전환이 가능한 공공임대와 민간임대는 각각 5.8%와 15.1%를 차지해 지난해보다 감소할 전망이다.지역별로는 △경기 1만2,893가구 △신도시 1만1,728가구 △인천 3,303가구 등 수도권 지역 분양물량이 전체의 57.2%를 차지하고 지방에서는 △충북 4,649가구 △강원 3,026가구 △경북 2,837가구 등이 공급될 예정이다. 특히 판교신도시나 하남 풍산지구 등 신규 택지지구 물량이 관심을 끌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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