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들 피땀이 성공거름’

베이비복스 통해 중국서 한류 붐 불지펴 …‘가수 양성이 내 할일’

‘한류는 일시적 유행이다’, ‘한류는 2~3년 내에 막을 내린다’ 등의 말을 들으면 억장이 무너지는 사람이 있다. 바로 윤등룡 DR뮤직 대표이사(46)다.윤대표는 중국에서 한류 열풍을 주도해 온 그룹 베이비복스의 소속사 사장이다. 더불어 인기가수 비와 체리필터, 백지영, 쥬얼리, 이승철, 신해철의 해외 홍보대행도 맡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정부인사와 각 분야 전문가들의 ‘경제인 포럼’에서 연설하기도 했다. 한류기획자 1세대로 손꼽히는 그는 96년 베이비복스 1집을 내기 전부터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었다.“국내 소녀그룹과 차별화되는 파워댄스를 보이도록 170cm 전후의 신장을 지닌 멤버만을 엄선했죠. 기타와 드럼, 베이스와 같은 악기를 교육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물놀이까지 가르쳤습니다.”그는 동남아시아시장을 크게 두 축으로 본다. 먼저 중국과 대만, 홍콩, 몽골을 한 축으로 보며 진출했고 2002년부터는 다른 한 축인 태국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 차례로 나갔다. 일본은 동남아시아와는 완전히 다른 시장으로 판단, 동남아 기반을 닦은 뒤 지난해 8월 진출했다.2003년 베이비복스의 중국어 버전 노래 ‘I’m Still Loving You’가 나오자마자 폭발적 반응이 뒤따랐다. 중국의 중화인민라디오 차트에서 5주 1위, 대만에서는 4위, 홍콩 2위, 태국 1위를 차지한 것.여러 국가에서 받은 상패로 DR뮤직 사무실은 장식돼 있지만 그동안 윤대표와 베이비복스가 겪은 고생을 말로 다 하자면 날을 샐 정도다. “베이비복스 중국콘서트를 진행하며 중국인 기획자에게 사기를 당한 적도 있습니다. 공연비를 떼어먹고 도망가서 한국에서 긴급송금이 도착할 때까지 중국 호텔 방에 갇혀 있기도 했습니다.” 중국에서 당한 큰 사기만도 4차례, 총 2억5,000만원을 손해봤다.“정부가 벤처기업만이 아닌 한류를 이끄는 기획사와 기관에도 자금과 제도 등의 지원을 해줬으면 합니다. 중국에서 사기를 당한 다음 호소할 수 있는 정부기관이 마땅치 않아서 당황스러웠습니다.”중국의 경우 최근 한류 비즈니스 환경이 부쩍 어려워졌다는 게 윤대표의 설명이다. 중국은 일찌감치 대만과 홍콩의 가수공연을 연 2회로 못박아놓았지만 한국은 예외였다. 한국스타의 인기를 예상치 못했던 것. 한류 돌풍이 일자 한국가수의 공연횟수도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남자연예인 가운데 군미필자의 여권문제도 심각합니다. 군미필자는 외국에 나갈 때마다 여권을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해외공연 요청이 들어와도 여권문제로 기회를 놓친 적이 많아요.”기업들은 한류스타와 윈윈 전략을 취했으면 한다. 한류스타를 후원한 기업은 스타에게 호의적인 외국인에게 기업이미지를 높일 수 있고, 한류스타는 기업의 후원으로 자금난을 덜 수 있다. “최근 대한항공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베이비복스와 비의 항공권을 협찬받고 있습니다. 대신 베이비복스, 비의 기자회견을 할 때마다 대한항공의 로고가 노출되도록 합니다.”윤대표는 최근의 가요계 한류스타 양성과정 또한 들려줬다. SM엔터테인먼트는 남성그룹 ‘동방신기’와 여성그룹 ‘천상지희’의 멤버뿐만 아니라 이름부터 한류를 겨냥해 만들었다. 또한 윤대표의 DR뮤직은 2년 전부터 중국인 남자가수를 키우고 있다. “수천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에서 발굴했습니다. 중국 영화배우 장쯔이를 배출한 베이징예술단 출신의 20대 초반 중국인인 그에게 한국어와 노래, 춤을 연습시키는 중입니다.” 올 상반기에 한국에서 음반을 출시, 그후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로 뻗어나갈 계획. 극비리에 3인조 한국인 여성그룹을 교육시키고 있기도 하다. 중국과 일본어를 익힌 이들은 1월 말 한국에 앞서 일본에 대공개, 4월께 싱글앨범을 일본에서 낼 생각이다.윤대표는 “한류는 결코 자연발생적 현상이 아니다”며 “한류 기획자들의 피나는 노력 끝에 이룬 결과”라고 힘줘 말했다. “이제는 정부와 기업이 한류에 힘을 실어줄 때”라는 기획자들의 외침이 헛되지 않기를 그는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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