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 시장원리 외면해선 안돼

교육예산 중 대학예산 늘려야… 학교정보 투명 공시·합리적 평가 필요

우리나라 대학은 이미 안방에서 국제적인 도전을 받고 있다. 우수 고교생이 국내대학은 외면한 채 미국이나 유럽 대학으로 직행하고 있고 엄청난 숫자의 초중고 학생들이 외국에서 공부하고 있다. 최근 교육부총리의 임명에서 보듯이 교육관계자들은 교육에 시장원리를 적용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시장이라는 단어 자체를 비하하는 것 같다.그러나 시장원리를 반교육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수요와 공급의 변화에 따라 경쟁과 선택을 할 수 있는 원리라고 바꿔 생각해보자. 학교나 정부 마음대로 하는 공급 일변도 정책이 아니라 학생들의 수요를 고려하고 수요자가 선택할 수 있는 원리다. 정부가 대학구조조정을 안하더라도 대학은 이미 학생모집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대학입학정원이 대학지원자를 초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은 대입수학능력시험 성적은 고사하고 등록금만 내면 입학이 가능하게 됐다. 대학에서는 전공과 상관없이 변호사나 공인회계사 같은 자격시험에 매달려 있다. 학생들은 이미 선택을 한 것이다.수요와 공급 차원에서 교육을 보았을 때 생기는 문제는 다음과 같다. 대학측의 교육목표는 교양인을 양성하고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예비교육을 담당한다고 생각하는데, 사회에서 생각하는 교육은 취업해서 당장 이용할 수 있는 전문교육을 요구한다. 학생의 교육에 대한 욕구는 계속 높아져서 일생 동안 박사까지 공부하겠다는 열정인 데 비해 직장은 급여와 대우 측면에서 고학력자만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업이 발생하게 된다. 대학들은 이를 인식하고 특성화ㆍ다양화하겠다고 하면서 정부에 자율화를 요구하고 있다.이미 정부도 이를 인식해 대학자율화추진위원회를 설립하고 총 63과제를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고등교육의 대부분을 사립대학에 맡기면서 예산은 거의 주지 않고 간섭만 하는 나라는 없다. 일부 대학의 운영상 문제 때문에 대학의 공신력에 문제가 있지만 규제와 간섭의 편의성 때문에 제도를 획일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대학경쟁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시급하게 해야 할 것을 몇가지 생각해 보자. 첫째, 정부의 교육예산에서 대학교육 예산비중을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국민총생산액 대비 고등교육예산은 0.48%로서 OECD 국가 평균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정부교육예산 대비 고등교육예산 역시 12.4%로서 OECD 국가 평균 23.3%의 절반 수준이다. 서울대가 세계 100위권에도 못미친다고 불만이지만 외국대학은 고사하고 연세대나 고려대보다 예산이 적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고교 교원 1인당 학생수가 15명인 데 비해 사립대학의 교수 1인당 51명이나 되는 학생을 가르치는 현실은 대학교육의 질을 저하시킬 수밖에 없다. 둘째, 백화점식이면서 획일적인 대학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국내 4년제 대학은 차별화되지 않고 획일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데 이는 과거 정원확보를 위해 많은 학과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대학원 수준으로 세분화돼 있는 학과를 통합해서 학생들에게 폭넓은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다른 대학에 비해 경쟁력 있는 학과를 집중 지원해 특성화시켜야 한다. 셋째, 학교정보를 투명하게 공시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학교에 대한 정보공개가 대학서열화를 부추긴다고 하지만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학생들이 학교선택을 할 때 더욱 신중해 질 수 있다. 또한 대학 구조조정시 이를 토대로 조정함으로써 마찰을 줄일 수 있다. 넷째, 합리적인 평가기준을 토대로 한 대학평가가 계속 공시돼야 한다. 최근에 발표된 대학종합평가가 사회적 인식이나 일부 언론기관의 결과와 다른 것은 평가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도 통할 수 있는 평가기준과 함께 평가결과를 공시해 대학운영에 참고하게 하고 일반이 이를 정보로 인식하게 해야 한다. 다섯째, 급변하는 산업수요에 맞춰 대학에서 취업 예비교육을 완벽하게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는 기업의 전문성이 높아지고 대학은 투자부족으로 질 높은 교육을 못하기 때문이다. 대학은 상황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기초교육을 강화하고 고학년에서는 기업측과 협동교육을 하는 것도 구상해 볼 수 있다. 산학연 협력으로 맞춤식 교과과정을 편성하게 되면 기업은 선발노력을 경감하고 취업자로서는 적응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우리나라의 대학체제는 19세기 서양대학을 모방하면서도 질적 면에서는 여건상 뒤질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변화에 대응해 세계적 수준으로 발돋움해야 한다. 교육은 장기적 안목과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 한편 상황변화에 따라 단기적으로 변하는 속성이 있다. 지식기반의 기초인 교육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교육자, 정부와 같은 공급자와 수요자인 국민이나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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