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만 하면 언제든 해외근무 ‘Yes’

사장도 사원도 ‘선생님’… 직급파괴로 ‘합리적 기업문화’ 심어

박춘식 오라클 아태지역 마케팅 총괄 이사(40)는 지난 2002년 초만 해도 한국오라클 마케팅팀장으로서 한국 지역의 마케팅만 담당했다. 그러다 그해 아태지역 이사로 승진하면서 현재는 아태지역 본부가 있는 싱가포르에서 근무 중이다. 이제 그의 업무는 한국뿐만 아니라 아태지역 모든 국가의 데이터베이스 제품을 총괄하는 것이다.또 한국오라클 영업부서에서 ‘다이렉트세일즈’를 전담해 온 13명은 소속부서가 한국, 태국 등 아태지역을 총괄하는 부서로 확대 개편되면서 호주로 본부를 옮겨 호주에서 영업에 필요한 기초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팀의 위상이 아태지역을 총괄할 정도로 높아지면서 오라클로서는 전사적 차원의 비용절감 효과까지 얻게 된 셈이다. 여기에다 한국오라클 연구팀에서 미국 본사 연구팀으로 소속을 옮긴 케이스는 개발자만 이미 20여명에 이른다.오라클은 직원이 해외 어디든지 근무를 원하는 국가의 지점을 신청하면 2년 동안 전과 동일한 부서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같은 글로벌 인사제도는 오라클의 인재양성 시스템이 다른 회사와 차별화되는 중요한 포인트다.더욱이 이를 위한 한국오라클의 인사 과정은 간단하게 진행된다. 전직을 원하는 한국오라클 직원은 오라클 본사 웹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전직신청서만 제출하면 된다. 본사에서 해당직원의 자질과 언어능력 등을 평가한 후 능력이 인정되면 원하는 지역에서 2년간 근무할 수 있게 한다. 전직과 관련된 모든 과정은 본사 담당직원이 진행하며 이는 실시간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결국 직원들은 지사 차원의 우연한 기회나 청탁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능력과 노력을 십분 활용해 글로벌 인재와 경쟁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이 과정을 통해 직원들은 해외지사의 원하는 업무를 맡아 자신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또 회사 차원에서는 세계화로 무장한 인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한국오라클 인재양성 시스템의 또 하나의 특징은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의 직급을 아예 없앴다는 점이다. 윤문석 사장의 주도로 전직원이 회사 내부에서는 직급 없이 ‘씨’ 또는 ‘선생님’으로 불린다. ‘선생님’은 나이차가 많이 나 ‘씨’라는 호칭이 어색한 경우를 위한 차선책이다. 결과적으로 전직원 700명 중 600명 가량이 특별한 타이틀이 없는 셈이다. 시행 초기에는 직급을 없애는 일이 큰 모험으로 여겨졌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많은 직원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제는 아무 문제없다”고 이야기한다는 것.따라서 윗사람이나 상급부서에서 지침을 내리면 아랫사람은 무조건 따르는 업무방식 또한 한국오라클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물론 담당자가 막강한 권한을 갖는 대신 일을 마친 뒤에는 실적을 냉정하게 평가받는다. 그런 만큼 합리성을 벗어난 자의적 일처리는 상상하기 힘들다. 이 같은 시스템을 통해 맡은 업무에 대해 스스로 최선을 다해 일하는 기업문화가 형성됐다는 게 회사측의 평가다.이밖에도 직원의 자기계발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영어학원을 다니는 직원이 연 170만원 한도 내에서 회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사내에 대규모 토익, 토플강의를 개설해 의무적인 교육을 강요하기보다 자발적인 수강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직원들의 교육에 대한 요구를 수용하고 있다.이교현 홍보팀장은 “한국오라클은 89년 한국진출 이후 한번도 업계 1위를 뺏겨본 적이 없다”면서 “이는 좋은 제품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우수한 인적자원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조직은 생명체와 같다”며 “직원 개개인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등 조직이 생명력을 갖게 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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