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재개발 특명 ‘슈퍼맨 DNA를 키워라’

1999년 10월4일 세계 최고의 경영자로 이름을 떨치던 잭 웰치 GE 회장이 한국을 처음 방문해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한국의 경영자와 관료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강연회를 가졌다. 강연이 끝나자 당시 현장에 있던 한 현역 장관이 “미래의 경영자 역할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고 이에 웰치 회장은 잠시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대답을 내놓았다.“경영자는 한 손에는 물뿌리개를, 다른 한 손에는 비료를 들고 꽃밭에서 꽃을 가꾸는 사람과 같습니다.”난데없는 꽃이야기에 참석자들이 어리둥절해 있는 동안, 웰치 회장의 설명이 이어졌다.“인적자원이 중시되는 미래 지식기반 경제에서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란 바로 인적자원의 개발입니다. 꽃은 바로 사람을 뜻하죠. 저는 업무시간의 70%를 꽃밭에서 보내고 있습니다.”누구보다 바쁜 최고경영자가 인재양성에 업무시간의 70%를 할애한다는 발언은 당시 한국 경영자들 사이에 충격에 가까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로부터 5년여의 세월이 흘렀지만, 인재양성의 중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최근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인재양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새해 재계의 화두는 인재양성으로 시작되고 있다. 어느 때보다 불투명한 경제환경 속에서 기업의 미래를 맡길 곳은 사람밖에 없다는 절박한 심경이 묻어난다. 재계 총수들도 인재양성의 중요성에 입을 모으고 있다.이건희 삼성 회장은 새해 신년사를 통해 “우리의 꿈은 여기에 머물 수 없으며, 세계 초일류 기업이 바로 우리가 이뤄야 할 진정한 미래”라며 “이를 위해 올해부터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LG의 최대 화두 역시 ‘핵심인재’다. 평소 “승부사업의 성공과 미래 성장엔진 육성을 위해서는 인재확보가 최우선 과제이며, CEO가 이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해 온 구본무 회장도 “미래를 내다보고 차별화된 전략과 그에 맞는 사람을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말로 새해를 열었다.박용오 두산 회장도 “사람이 곧 성장의 근본이므로 인재육성에 최선을 다해 전략과 사람이 강하게 연계돼야 한다”며 “두산의 인재상에 부합하는 우수인력을 끊임없이 발굴하고 성과에 부합하는 보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핵심인재의 확보가 기업의 필요에 따른 선택사항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필수사항이라는 사실을 기업인 스스로가 절실하게 느끼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인재양성의 길은 오랜 노력과 인내가 요구되는 험난한 길이다.미국의 인재양성 전문가인 수잔 안눈지오는 최근 발간된 라는 저서를 통해 전세계의 지식근로자 3,000명을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자의 77%가 자신이 높은 실적을 내는 작업집단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실제 핵심인재군에 속한 사람은 10%에 불과했다.그렇다면 기업은 어떤 사람들을 길러내야 하는가?보스턴컨설팅그룹의 조지 스톨크 부회장은 “승리하는 사람들을 채용하라”고 충고한다. 도전적인 기업들은 승리에 대한 열정을 지닌 사람을 채용하는 데 힘을 기울인다는 것이다.행동심리학자인 존 엘리어트도 최근 발간된 라는 책에서 “달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바구니에 모두 담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로 열정 있는 인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우리 기업들도 이 같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인재 충원과정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교육시스템도 크게 바꿔가고 있다.인재채용 및 교육의 글로벌화, 신입사원 연수에서 끝나지 않는 직장 안에서의 평생교육, 첨단 IT기술을 활용한 전방위적 교육이 최근 인재양성 트렌드의 핵심이다. 교육내용도 단순한 직무교육에서 끝나지 않는다.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의식변화, 창의성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잭 웰치는 미래의 경영자는 ‘4E+V’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정(Energy), 인적자원 개발과 활력화(Empowerment), 결단성(Edge), 실천력(Execution), 그리고 비전(Vision)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경제의 미래를 걸머질 인재들은 바로 이런 모습으로 길러지고 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