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반 확대…너도나도 ‘Buy’

연기금·적립식펀드 등 줄줄이 대기, 저금리 지속 등 투자환경 호전도 한몫

2005년 주식시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지수 면에서 상승에 한계는 있겠지만 지난해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세다. 연초부터 주가가 힘찬 날갯짓을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여의도에 새바람이 부는 이유는 무엇일까.먼저 수급여건을 들 수 있다. 주가도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수요가 많으면 주가가 뛰고, 반대로 공급이 넘치면 주가는 하락세를 보인다. 지난해 주식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한 것도 따지고 보면 주식을 사려는 개인이나 기관의 투자자들의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2005년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기반이 크게 확대되면서 주가를 밀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박윤수 LG투자증권 상무는 “적립식펀드, 연기금, 퇴직연금 등을 바탕으로 주식시장에 신규자금 유입 요인이 많다”며 “올해는 수급여건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조했다.이미 수치상으로도 이런 징후는 나타나고 있다. 시중자금이 증시로 ‘유(U)턴’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은행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1월14일까지 주식매수를 위한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이 6,482억원이나 순유입됐다. 예탁금이 월단위로 순유입된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다. 게다가 기업의 공모주 청약에도 돈이 몰려 올 들어서만 2조8,642억원을 기록하고 있다.간접형상품의 붐도 주식수요 측면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미 2005년을 간접투자시대의 원년으로 여길 만큼 활황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투자자들 역시 리스크를 줄이면서 최대한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간접상품에 큰 기대를 걸고 투자를 늘리는 분위기다. 올해 들어서만 적립형펀드의 수탁액이 2,029억원 증가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조용백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간접형상품이 주식수요의 기반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기업들의 자사주 매입도 수급여건에 일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잘 알려진 대로 기업들의 현금보유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부 기업은 조단위의 현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투자는 억제하는 분위기다. 올해 역시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쳤던 지난해와 비교할 때 투자가 큰 폭으로 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축적된 현금을 활용해 자사주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넘쳐나는 여유자금은 증시에 또 다른 호재다. 초저금리시대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부동산으로의 자금유입도 이미 멈춘 상태다. 더욱이 올해는 늘어난 부동산 관련 세금과 행정수도 이전 백지화로 부동산시장이 힘을 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이 토지나 아파트 등을 외면하고 있다. 채권 역시 너무 비싸져서 인기가 한풀 꺾였다.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서만 1월14일까지 은행예금 가운데 4조80억원이 시중으로 흘러나왔다. 은행 금전신탁도 예외가 아니어서 911억원이나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투신의 채권형펀드에서 빠져나온 액수만도 4,110억원에 이른다.조홍래 동원증권 부사장은 “주식의 경우 저금리시대 진입으로 투자위험 대비 상대수익률이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춘수 삼성증권 상무도 “채권가격은 지나치게 높고 부동산 역시 세제 강화로 투자자들에게는 별로 메리트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최근 들어 배당매력도가 크게 높아진 점도 2005년에 투자자들을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만순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를 초과하는 배당수익률이 매력적이라 투자자들에게 크게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배당투자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전체적으로 보면 국내기업들의 배당수준은 아직도 낮다. 대부분 액면가 기준으로 배당을 하기 때문에 10%를 배당한다고 해도 실제 투자자들이 손에 쥐는 돈은 주당 50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10% 이상 배당을 하거나 중간배당 등의 형태로 주주들에게 수익의 일부를 돌려주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큰 호재임에 틀림없다.최근 정기금리 추이를 보면 지속적으로 낮아져 3개월 양도성 예금증서(CD) 기준으로3.36%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가중평균 배당수익률은 조금씩이지만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LG투자증권 분석자료에 따르면 KOSPI의 실제 배당수익률의 경우 2.38%(2004년 11월 기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10%포인트를 넘었던 금리와 배당수익률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특히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의 경우 지난해 배당증가율이 전년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LG투자증권 박윤수 상무는 “삼성전자 64.5%, SK텔레콤 92.4%로 예상되는 등 대기업들이 배당금을 크게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내수증가에 바탕을 둔 경기회복 기대감도 2005년 증시를 달굴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물론 당장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국민들의 밑바닥 정서를 읽어보면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이 깔려 있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더욱이 정부가 이미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예산의 대부분을 상반기에 집행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경제회복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세계경제 연착륙 가능성도 국내 주식시장에는 적잖은 호재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국내경제는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기에다 해외경제도 호조를 보일 것으로 보여 국내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고 주장했다.하반기에 예상되는 IT경기 회복도 강세장을 이끌 굿뉴스다. 업계에서는 IT기업의 설비투자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4대그룹 기준으로 투자규모가 전년 대비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LG필립스LCD와 삼성전자 7세대 라인과 관련된 투자 금액만도 8조원대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성호 우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에 경기가 저점을 기록한 후 하반기에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투자자들의 마인드 변화도 한몫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 주식시장에 장기투자층의 형성되고 있어 전망을 밝게 한다. 임춘수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장기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이는 주식의 재평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장기투자의 메리트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98년 이후 7년간 삼성전자, 포스코, SK텔레콤, 한국전력, 현대자동차 등 이른바 빅5의 평균누적 수익률은 398%로, 서울 강남의 아파트값 상승률 98%를 크게 웃돌았다. 우량주 장기투자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전체적으로 여의도 증권거래소 주변에서는 올해야말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 요인이 해소되는 한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주식시장 주변 분위기가 우호적으로 바뀌는데다 기업이익구조 또한 안정적으로 정착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과연 지수가 어디까지 치솟을지, 또 각종 호재들이 주가상승에 어느 정도 작용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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