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껑충’… ‘모시기 경쟁’ 불붙었다

요즘 증권사, 자산운용사, 은행 등에선 때아닌 인력난이 벌어지고 있다. 분야를 막론하고 일할 사람이 철철 넘쳐나지만 유독 부동산금융 분야만은 ‘찾는 사람은 많지만 인재가 드문’ 상황이다.특히 부동산 실무와 금융 관련 경력을 고루 보유한 전문인력은 전방위 스카우트 공세에 시달리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해 3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간운법) 시행 이후 부동산금융이 높은 성장성을 지닌 분야로 떠오르면서 양쪽 경력을 겸비한 인재에 대한 지명도가 훌쩍 뛰어오른 까닭이다.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증권ㆍ자산운용업계에서는 부동산 실무 경력자에 대한 스카우트전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기업의 투자위축과 경쟁심화에 따른 어려움을 IB(Investment Bankingㆍ투자은행)사업본부 내 부동산금융 강화를 통해 돌파하려는 전략이 뚜렷해져 그만큼 인력수요가 급증했다. “부동산금융 선점 여부에 따라 향후 업계판도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이니 그럴 만도 하다.먼저 증권가 스카우트전부터 살펴보자. 메리츠, 대우, 미래에셋증권이 일찌감치 부동산금융 부서를 설치해 외부에서 전문인력을 영입했거나 영입 중이고 동원, 교보, LG투자증권 등도 서둘러 전담부서를 만들었다. 메리츠의 경우 설종석 리얼티어드바이저스코리아(RAK) 이사를 팀장에 임명하고 부서원 영입을 진행 중이고, 미래에셋은 아예 부동산금융본부를 설립해 메리츠와 코리츠를 거친 오용헌 본부장을 영입했다. 또 직원 상당수를 부동산업계에서 데려오는 등 빠르게 조직력을 키우고 있다. 동원과 교보도 지난해 IB본부 내에 부동산금융부를 신설하고 부동산컨설팅사, 건설사, 시행사 출신 등으로 진용을 갖췄다. 또 LG증권은 최근 삼성에버랜드에서 자산관리 경력을 쌓은 김구영 차장을 영입했다. 한투, 대투 역시 최근 알투코리아, 바이거스코리아를 거친 양완규 과장과 알리안츠생명 부동산팀을 거친 김동현 차장을 각각 스카우트했다.간운법 시행과 함께 부동산펀드 출시가 늘어난 자산운용업계도 스카우트 경쟁이 대단하다. 맵스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CBRE 출신 박점희 차장, 한국토지신탁 출신 김도한 과장, KAA 출신 이은호 과장 등 4명을 영입했다. KB자산운용 역시 지난해 RAK 출신 한미숙 과장에 이어 최근 외국계 중개회사 컬리어스 출신 신성철 팀장을 부동산팀장에 임명했다. 이밖에 산은자산운용, 칸사스자산운용 등에서도 부동산 운용 전문인력 확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이 같은 인재확보전쟁은 수요 증가분만큼 인재가 많지 않다는 데서 기인한다. 부동산펀드, 특히 프로젝트 파이낸싱 상품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실무 경력과 금융 연계업무 경험을 지닌 인재가 필요해졌지만 요건을 갖춘 이를 찾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실제로 간운법이 정하는 ‘부동산 운용 업무 3년 이상 종사자’로서 부동산 운용 전문인력으로 등록된 이는 1월13일 현재 43명에 불과하다. 최윤재 자산운용협회 부장은 “지난해 6월 이후 등록자가 늘고 있지만 수요에 크게 못미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엇보다 부동산 실무 경력자에 대한 평가가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 부동산금융상품 기획과 운용을 위해선 부동산시장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기본이 돼야 하기 때문에 평가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설종석 메리츠증권 팀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융권 내부에서의 인력이동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부동산 현장경험을 쌓은 ‘필드 출신’을 선호한다”면서 “사실상 ‘무시’ 또는 ‘폄하’하던 부동산업계에서 인재를 모셔오니 시장이 확실히 달라졌다”며 웃었다. 오용헌 미래에셋 본부장도 “여전히 부동산과 금융시장 사이의 간극이 존재하지만 인력이동을 통해 점차 두 시장이 융화되고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지명도가 높아진 만큼 부동산 전문인력의 몸값도 크게 뛰었다. 증권사의 경우 부동산금융 부서의 연봉을 타부서보다 높게 책정하는 것은 물론,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도 보장하고 있어 조만간 억대 연봉자가 속출할 전망이다. 대표적인 부동산 포럼 ‘부동산의 모든 것’ 운영자인 이학구 DBPA 차장은 “시장확대가 자명한 만큼 부동산 운용 전문인력의 지명도나 대우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어떤 상품을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수억대 인센티브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대상이 주식이나 채권이 아닌, 바로 ‘부동산’이기에 가능하다는 이야기다.돋보기 부동산 운용 스페셜리스트가 되려면현장경험 필수… 성실성도 관건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간운법)에서는 부동산펀드를 취급할 수 있는 조건으로 부동산 운용 전문인력을 반드시 갖추도록 명시하고 있다. 대체로 부동산 자산 운용 경력이 3년 이상인 사람이 이에 해당된다.부동산 운용 전문인력이 되기 위해선 우선 부동산 실무 경험을 갖춰야 한다. 한달여 전 미래에셋에 영입된 백동흠 대리는 “상업용이든 주거용이든 최소한 부동산 한 분야에 대해서는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전문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면서 “전문분야 관련 시장 흐름, 다양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네트워크는 기본”이라고 밝혔다. 이학구 DBPA 차장은 부동산 및 금융 관련 경력과 함께 ‘영어능력’도 조건으로 꼽았다. 2000년 이후 미국 등지로 부동산 관련 유학을 떠난 이가 상당하므로 실무 경력 외에 영어도 중요한 몸값 요건이라는 것이다.무엇보다 성실과 신뢰가 우선이라는 조언도 있다. 설종석 메리츠증권 팀장은 “항상 현장을 뛰어야 하는 만큼 성실성이 기본이 돼야 한다”며 “성실성을 갖추면 이론적인 지식과 인적 네트워크도 함께 따라오기 마련”이라고 말했다.부동산금융이란?부동산 개발사업 등에 금융권 자금운용기법을 접목하는 것을 말한다. 아파트 등 부동산 개발사업에 은행이나 보험사 같은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을 조달해주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부동산 개발사업 등에 일반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상품화하는 부동산펀드, 부동산 대상의 ABS 발행, 부동산 대상의 대출 주선(ABL)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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