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홍수…잘 버리는 게 경쟁력

중요도 따라 보관위치 달라…필요한 자료 30초 안에 ‘척척’

소문대로였다. 김성환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32)의 자리는 ‘깔끔’했다. 서류와 자료들은 항목별로 구분된 폴더에 가지런히 담겨 있고 노트북과 필기구 등 사무도구들은 책상 위 제자리에 단정히 앉혀져 있었다.“원래 성격이 어질러져 있는 걸 못 봐요. 예비군훈련을 다녀오면 다음 훈련을 위해 전투화를 깨끗이 닦아놓고 출장을 다녀오면 일단 짐부터 깨끗이 정리한 후에 샤워를 하지요.”정리하기를 ‘즐기는’ 그이지만 정리의 달인이 된 결정적 계기는 LG경제연구원 입사였다. 국내외의 자료가 하루에도 수십건씩 쌓이다 보니 며칠만 정리를 안해도 서류에 묻힐 정도였다. 급히 필요한 자료를 찾지 못해 애를 먹기도 했다. 김연구원이 체계적인 정리를 시작한 것은 이 무렵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어떤 자료든 30초 안에 찾아낼 수 있게 됐다. 업무효율이 높아진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김연구원의 최대 정리비법은 ‘웬만하면 버린다’이다. 물론 무턱대고 버리는 것은 아니다. 버리는 데도 다 요령이 있다. 자료의 성격에 따라 버릴 것은 버리고 남길 것은 남긴다.통계자료는 일순위로 버린다. 김연구원은 정보통신산업을 주로 연구하는데 이 분야의 변화속도는 워낙 빨라 통계수치는 조금만 지나도 효용성을 잃기 때문이다.장기적인 전망이나 흐름에 관한 자료는 남겨둔다. 변화의 흐름을 읽거나 아이디어를 얻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연구에 참고한 자료도 버리지 않는다. 연구보고서에 대한 문의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정시간이 지나면 이마저도 쓰레기통으로 향한다.버린 후에는 본격적으로 정리에 들어간다. 중요한 자료는 프린트해 갖고 있고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은 전자파일로 보관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파일명을 찾기 쉽게 바꾸는 작업이다. 우선 테마별로 파일을 구분한 후 발행기관, 연도, 제목을 써서 보관한다. 나중에 찾을 때는 최근 파일 우선으로 검색되기 때문에 참고하기 편하다. 컴퓨터의 용량에 한계가 있으므로 오래됐거나 중요도가 떨어지는 파일은 서버에 올리거나 그때그때 CD에 저장, 보관한다.프린트한 자료는 테마와 중요도에 따라 정리한다. 요령은 ‘기억하기 쉬운 방법으로 정리한다’는 것. 지나치게 세세하게 분류해 정리하면 오히려 나중에 찾기 불편하므로 어떻게 정리하든 쉽게 찾을 수만 있다면 좋은 정리법이라는 얘기다. 김연구원은 수행한 프로젝트에 따라 자료를 구분한 후 최근 것부터 책꽂이 상단에 꽂아둔다.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연구를 위해 만난 사람들의 정보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그 사람의 인적사항, 인터뷰 내용, 특징 등을 정리해 PDA에 저장하고 있다. 정리의 원칙은 ‘이벤트나 사건 위주’로 구분한다는 것. 그래야 기억하기 편하다는 설명이다.‘버림’을 강조하는 김연구원의 정리법은 문제도 있다. 잘못 버리면 이만저만한 낭패가 아니다. 특히 다시 구하기 어려운 해외자료를 버렸을 때는 아쉬움이 더욱 크다. 하지만 ‘버림의 정리’를 포기할 생각은 없다.“정보의 접근성이 제한적이었던 예전에는 자료를 많이 모으는 게 경쟁력이었지만 e메일로 오는 자료도 감당하기 벅찬 요즘에는 잘 버리는 게 경쟁력입니다.”약력: 1973년생. 92년 세종고 졸업. 96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2001년 연세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2001년 LG경제연구원 입사. 2003년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현)정리 달인 김성환의 TIP1. 웬만하면 버린다.2. 지나치게 세세한 정리는 좋지 않다.3. 미루지 않고 정기적으로 정리한다.4. 오래된 자료는 그때그때 CD로 저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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