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조직… 맨파워 뛰어나

“많은 사람이 도와준 결과다.” 선정 베스트 주식운용사에 선정된 곽태선 세이에셋코리아자산운용(이하 세이에셋) 사장의 수상소감 첫마디다. 1등 영예의 주인공답지 않게 겸손한 어투로 모든 공을 임직원에게 돌린다. 이번 수상은 내로라하는 대형운용사를 모조리 제친 성과다. 덩치로만 보면 다윗이 골리앗을 누른 셈. 그것도 32.19%의 수익률(52주)로 멀찍이 따돌렸다. ‘작지만 강한 운용사’의 면모를 한껏 과시했다.일각에서는 CEO의 롱런을 펀드수익률의 장타비결로 꼽는다. 곽사장은 업계 최장수 CEO 중 한 명이다. 벌써 8년째 세이에셋 사령탑을 맡고 있다. 임기 채우기가 빠듯한 업계 사정을 감안할 때 꽤 이례적인 행보다. 그만큼 주주신뢰가 탄탄하다. 이 결과 CEO를 위시한 주주ㆍ펀드매니저의 삼각협력이 주효했다. 결국 ‘베스트’의 일등공신은 세이에셋의 시스템이었다.세이에셋의 투자 스타일은 ‘가치투자’다. 적은 수로 고수익을 내려면 가치투자를 교과서적으로 운용하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단기ㆍ투기적 접근과는 맞지 않다. 시장은 왕왕 여유자금을 길게 가져가는 세이에셋의 프로세서와 배치된다. 일례로 세이에셋 펀드에는 MMF(머니마켓펀드)와 1년 미만의 단기채권이 없다. 3~4년 이상을 굴리는 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다.하지만 뒤안길 꽃은 아름다웠다. 월등한 수익률로 투자자에게 화답했다. 운용자산은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1조7,500억원의 탄탄한 수탁고는 선순환을 발휘해 회사의 수익성 향상에도 기여했다. 펀드의 유형별 구성 역시 안정적이다. 사실 세이에셋은 업계에서 더 유명하다. 프로들 사이에서는 쟁쟁한 ‘실력가집단’으로 꼽힌다. 미래에셋ㆍ템플턴과 함께 장기성과를 주도하는 간판선수다.세이에셋의 펀드매니저는 총 11명이다. 운용조직은 주식(7명), 채권(4명)으로 양분된다. 이들은 펀드매니저이면서 애널리스트 역할까지 맡는다. 리서치를 중시하는 것은 종목발굴(Stock Picking)이 수익률 결정의 최대 변수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이에셋 펀드매니저는 매매보다 기업탐방을 우선한다. 장 마감 이전이라도 기회만 되면 기업을 방문한다. 김원일 마케팅ㆍ상품개발팀장은 “엄청난 기업방문을 통해 해당 종목의 합리적 가격을 산출하는 데 핵심역량을 모은다”며 “우량주를 싸게 사려면 리서치가 강해야 한다”고 말한다.적어도 5년 앞의 적정주가까지 감안하다 보니 매매회전률은 굉장히 낮다. 매수배경이 흔들리지 않는 한 한번 사면 장기보유가 원칙이다. 게다가 세이에셋 주식형펀드는 비중을 한껏 채우는 스타일이다. 가령 주식비중이 90%인 주식성장형의 경우 그 한도대로 주식을 매수ㆍ편입시킨다. 때문에 포트폴리오 변경이 드물 수밖에 없다. 이것 역시 장기투자의 배경이다.세이에셋의 운용조직은 철저히 팀제로 가동된다. 무늬만 팀제가 아니냐고 폄하할 이유는 없다. 집단의사결정방식을 선호하는 까닭에 어떤 펀드든 포트폴리오가 비슷하다. 물론 펀드마다 담당 펀드매니저는 정해져 있다. 하지만 종목선정, 변경, 매매 등 핵심결정을 좌우하는 독자적인 권한은 없다. 개별 펀드매니저는 언론과의 인터뷰조차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스타플레이어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한편 팀워크를 강화하기 위해서다.‘세이에셋 = 베스트 주식운용사’였지만, 사실 얼마 전만 해도 채권운용에서 이름을 더 날렸다. 지금은 모두 환매해 사모펀드밖에 없지만 채권형펀드의 성과는 업계 톱 수준으로 기록됐다. 위험채권으로 알려졌던 SK글로벌ㆍ카드채가 전혀 없을 만큼 편입채권도 우량했다. 하지만 저금리 결과 채권펀드에서 먹을 게 없어지면서 세이에셋은 주식으로 컴백했다. 원래 경쟁력이 있었던 주식으로의 변신과 역량집중은 대성공했다. 시장보다 한발 앞서 2002년 고배당펀드를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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