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게 살면 웃음은 절로 따라오죠’

신문·잡지 유머난 꼭 챙겨…개그맨 흉내도 불사하는 ‘노력파’

중견건설업체인 한라건설의 권상희 업무부 차장(42)은 ‘유머제조기’로 통한다. 그만 보면 배슬배슬 웃음이 비어져 나온다는 게 동료들의 증언이다. 그와 함께하는 식사시간이나 술자리는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의 첫인상은 ‘근엄’했다. ‘평생 몇 번이나 웃을까’ 하는 의문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 정도였다.“별명이요? 드라큘라요.” 학창시절의 별명을 말하며 그는 멋쩍게 웃었다. 웃을 때 살짝 보이는 덧니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었다. 한번 말문을 튼 권차장은 소문의 그 ‘유머’를 슬슬 보여주기 시작했다.“요즘은 별명이 좀 달라졌어요. 아메리카 권이라 불리지요.” 별명이 붙은 과정이 재미있다. 4개월간 미국에서 공부를 한 후 귀국해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마침 친구가 없어 여직원이 받았다. 메모를 남겨주겠다는 직원의 말에 권차장이 한 대답이 ‘아메리카 권이라 전해주십시오’였다.실내 금연을 발표한 후의 일도 유쾌하다. 부하직원들이 여전히 담배를 피우자 권차장이 말단직원을 향해 말했다. “앞으로 실내에서 담배 피우면 끝장인 줄 알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담배 피우는 사람 있으면 이름 적어서 나한테 보고해.” 분위기가 싸늘해진 것은 당연지사. 이때 권차장이 한마디 살짝 덧붙였다. “부장님 이름 적어내면 내가 끝장인 거 알지?”권차장의 유머 상대는 동료나 부하직원만이 아니다. 상사에게도 종종 농담을 던지고 거래처와 협상을 할 때도 우스갯소리를 섞는다. 유머가 생활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얻는 효과도 적잖다고 권차장은 말한다.“협상테이블 분위기는 무겁기 일쑤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상대에 대한 거부감이나 어색함이 일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웃음이 섞이면 단박에 부드러운 분위기, 서로의 입장을 수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성과가 높아지게 마련이죠.”권차장의 유머는 노력의 산물이다. 우선 자료수집. 신문이나 잡지에 난 유머난은 결코 놓치지 않는다. TV의 개그 프로그램도 즐겨 본다. 동료들과 대화 중에 나온 우스갯소리도 기억해 놓으려고 애쓴다. 연습도 열심히 한다. 개그맨이나 유명인의 흉내를 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성대모사도 그중의 하나다.“사실 별로 안 비슷해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잘 하느냐가 아니라 주위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죠. 못 웃겨도 웃기려고 애쓰는 사람은 그 자체로 좋게 보이고 타인에게 호감을 주기 마련입니다.”결국 유머를 가장 잘 구사할 수 있는 길은 마음가짐이라고 권차장은 강조한다. 밝게 살려고 노력하면 웃음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 아니겠냐는 것. 시간에 쫓길 때도 조바심을 갖지 말고 한박자 천천히 일하는 게 좋다고 권차장은 조언한다.“며칠 후의 일 때문에 미리 스트레스를 받는 직원에게 이런 말을 하지요. ‘이봐, 지금 걱정해 봐야 소용없어. 그때 가서 고민해도 실컷 할 수 있으니까 지금은 여유를 가지라고.’ 상사가 마음을 놓아주니 대부분 좋아하죠. 그렇다고 업무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스트레스만 떨어지지요.”낙천적인 성격의 권차장에게도 남모르는 고민이 하나 있다. 기억력이 조금씩 떨어져 재미있는 이야기를 기억하기 점점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직 카드가 남아 있다.“수첩에 메모라도 할 겁니다. 남 보기 좀 쑥스럽더라도 웃음을 잃는 것보다는 낫지요.”약력: 1963년생. 82년 배문고 졸업. 86년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88년 한양대 경영대학원 수료. 90년 효성중공업 근무. 95년 한라건설 입사(현)유머 달인 권상희의 TIP1. 밝게 살려고 노력하라.2. 정보를 수집하라.3. 연습을 해라.4. 웃기지 않아도 계속 노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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