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단속강화 후 급증세… ‘국제망신’우려

발길 늘어난 한국주당들… 2차요구도 노골적

“성매매 단속? 여기에서는 걱정 없지.” 룸살롱 문을 나선 김모씨(40)가 호기롭게 말을 내뱉는다. ‘파라다이스’라는 붉은 네온사인을 보면 강남의 한 단란주점쯤 되나 싶지만 이곳은 중국의 개방도시 선전이다.“난 요새 술은 한국에서 절대 안 먹어, 중국 들어와서 마시면 이렇게 마음도 편한걸.” 10년째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무역업을 하는 김씨에게 선전은 최고의 추천(?) 지역이다. 술값은 물론 이른바 ‘2차 가격’도 저렴한데다 한국에서 불고 있는 단속 바람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시내 선난둥루(深南東路)의 한 호텔에 자리한 G술집. 지배인과 종업원이 모두 조선족이다. 한글이 적힌 양주를 내오고 국내 가요 반주기를 들여놓아 서울의 여느 룸살롱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평일인데도 10개가 넘는 방이 한국인들로 모두 찼다. 한 방은 상하이와 선전의 전자상가를 시찰 중이라는 국내 중소전자업체의 직원일행이 차지했고, 또 다른 방은 선전에 상주하는 한 대기업 직원들의 회식자리가 벌어지고 있었다.이곳에서 3년째 마담으로 일하는 조선족 김만옥씨(가명ㆍ35)는 국내의 성매매 단속에 대해 잘 모르는 듯했다. “지난 9월부터인가, 유난히 한국사람이 많아졌던데. 여기에는 한국기업도 많으니까 상주하는 직원들이 출장손님 모시고 오기도 하고, 골프 치러 왔다가 들르는 손님들도 있어요.”이곳에서 양주 1병은 800위안(약 12만원), 중국 아가씨들과 어울리다 이른바 ‘2차’까지 이어지는데 1,000위안(약 16만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결국 남자 4명이 실컷 즐기는 데 드는 비용이 1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성매매가 같은 건물의 호텔 객실에서 이뤄지는 것도 한국의 모습을 본떴다.마담인 김씨는 값싼 숙소에 머물지만 않는다면 2차를 나가더라도 절대 걸리지 않는다고 장담한다. 실제 이곳 주재원들은 별이 3, 4개 이상 되는 고급호텔은 단속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말한다. 이런 식으로 선전에서 현재 성업 중인 ‘한국식 룸살롱’이 10여개에 달한다.선전은 막상 큰 볼거리가 없다. 그럼에도 매력적인 유흥지가 된 이유는 인근 홍콩 때문이다. 컨벤션 행사가 잦은 홍콩에 일 때문에 방문했다가 유흥을 위해서는 비싼 물가를 피해 선전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중국비자는 간단한 수속을 거쳐 즉석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게다가 현지에는 조선족들이 많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한 조선족 사업가는 선전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몰린다는 난위엔루(南園路)에서 룸살롱을 연 뒤 점차 규모를 늘려 한국식당과 마사지업소, 미용실까지 차리는 등 사업을 확장했다.여행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동호회나 모임에서 별도로 일정을 짜는 ‘인센티브 관광’의 경우 2차가 포함된 유흥코스를 마련해 달라는 노골적인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태국과 필리핀 등 대표적인 관광지역뿐만 아니라 중국의 개방된 산업도시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국내의 집중적인 성매매 단속이 거꾸로 나라 밖 유흥산업에 호기를 제공하는 셈이다.중국 내 성매매로 이익을 보는 것은 유흥업소와 현지 여행사들이다. 이 업체들은 대부분 조선족이 운영한다. 또 이곳에서 일하는 여자들은 대부분 현지인이 아니라 내륙의 간쑤성(甘肅省), 해안지역의 장쑤성(江蘇省)을 비롯해 대륙 각지에서 흘러들어왔다. 한 업소에 아가씨들의 숫자가 무려 50~60명에 이른다.당장의 이익에 급급한 사람들에게 성매매는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일본 관광객 수백명이 집단섹스를 벌였다가 중국 국민들의 공분을 산 적이 있음을 잊어선 안된다. 엄연한 불법행위인 이상 해외 성매매는 언제든 심각한 외교문제로까지 불거질 수 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