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라인업…‘넘버원’ 보인다

은행·증권 등 금융업 전업종 두루 보유…원활한 통합 ‘급선무’

최영휘 신한금융지주 사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직원들에게 ‘로마정신’을 들려준다. 최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로마가 수구성을 버리고 진취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 오랫동안 대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로마와 같은 개방성, 포용성,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로마정신’을 언급하는 것은 신한금융그룹(이하 신한)이 처한 상황과 관련이 있다. 짧은 시간에 일약 금융권 선두그룹으로 올라선 신한이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바깥으로 국민은행 등 강자들과 치열한 1위 다툼을 벌여야 하고, 안으로는 조흥은행과의 통합작업을 순조롭게 이뤄내야 한다. 두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제국을 건설한 ‘로마정신’이 절실한 것이다.넘어야 할 산은 높지만 신한의 자신감도 만만찮다. 신한은 불과 22년(82년 설립) 만에 국민에 이어 2위로 치고 올랐다. 이 과정에서 100년이 넘은 전통의 조흥을 인수하는 등 파죽지세의 성장을 거듭했다. 신한은 22년간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능력도 ‘A플러스’다. 한마디로 사기가 충천해 있다.신한은 우선 겸업화, 대형화가 추세인 상황에서 강력한 진지를 구축했다고 자부한다. 그 과정도 순조로웠다. 2001년 9월 지주회사를 설립한 뒤 2002년 굿모닝증권을, 2003년에는 조흥을 차례로 인수하는 등 뛰어난 M&A 실력을 뽐냈다. 이로써 지주회사 출범 당시 6개이던 자회사는 11개로 늘었다. 총자산은 66조원에서 167조원(3분기 기준)으로 3배 가량 증가했다.비전도 당차다. 2008년까지 국내 ‘리딩뱅크’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주회사는 금융권 시가총액 1위를 꿈꾼다. 통합은행은 업종 내 1위, 증권, 카드 등 비금융 자회사는 업계 3위권에 들겠다고 밝혔다.신한이 이처럼 당찬 비전을 세운 것은 신한, 조흥의 통합은행인 ‘뉴뱅크’(New Bank)에 큰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박광우 중앙대 교수는 최근 신한이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신한과 조흥의 결합은 규모의 경제달성을 위한 이상적인 조합”이라며 “그 예로 양행 영업점의 약 10%만이 지역별로 중첩이 돼 시너지 창출이 매우 용이해 뉴뱅크 전략의 핵심인 채널통합이 효율적”이라고 분석했다.여기다가 종합금융에 필요한 라인업을 갖춘 점도 꿈을 키우는 데 한몫 했다. 신한은 은행, 증권, 카드, 캐피털, 보험, 투신 등 금융업의 전업종을 망라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영업 포트폴리오가 국내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까지 듣는다.그럼 어떻게 비전을 이루겠다는 것일까. 은행과 비은행부문으로 나눠 살펴보자. 먼저 은행부문을 보면 신한, 조흥 두 은행을 당분간 ‘듀얼뱅크’(Dual Bank)체제로 운영하면서 두 은행의 협력과 시너지를 높여 2005년 ‘뉴뱅크’를 출범시키고, 2008년까지 국내 최고은행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이는 3단계로 진행된다. 첫째, 조흥은행의 정상화를 이루고 둘째, 이를 바탕으로 내년으로 예정된 통합을 원활하게 진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통합 시너지를 바탕으로 현재 1위인 국민은행과의 대결에서 이겨야 한다.실제로 조흥과의 합병은 ‘리딩뱅크’로 가는 핵심과제이다. 신한지주는 당초 한미를 인수하기 위해 칼라힐과 협상을 벌여왔으나 도중에 조흥 인수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 한미를 인수하더라도 자산규모가 하나와 비슷한 수준으로 3~4위권에 머물렀다. 그 정도 규모로는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해 조흥 인수에 나선 것이다. 조흥과의 합병으로 2위에 오른다면 1위 자리도 탈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따라서 내년으로 예정된 조흥과의 통합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게 안팎의 전망이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의 자존심으로 가득 찬 조흥을 신한 특유의 조직문화로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기 때문이다.순조롭게 합병이 된다 하더라도 이후 국민과 정면대결을 펼쳐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신한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와 매니지먼트가 뛰어나기 때문에 조흥과의 합병 시너지를 내면 문제없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조심스럽다. 한정태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조흥의 리스크 관리가 뛰어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리딩뱅크로 치고 나가기 위해서는 (국민과의) 차별화된 승부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그는 “국민이 정상화되면 연간 2조~3조원의 순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1조원대로 예상되는 통합은행이 따라가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아울러 은행뿐만 아니라 비은행부문의 덩치를 더 키워야 한다는 견해가 많았다.신한은 증권ㆍ투신ㆍ카드부문 등 비은행사업 라인을 거의 완벽하게 갖췄다는 평을 듣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굿모닝과 합병으로 덩치를 키웠지만 아직도 6위권에 머물러 있다.향후 삼성증권 등 대형증권사처럼 자산중심의 영업보다는 사업부문별로 세계적 금융기관과의 제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카드나 투신 등도 업계에서 5~6위로 중위권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이들 비은행부문이 최소한 ‘넘버3’에 진입하겠다는 목표가 실현돼야 할 것이다.신한지주회사 홍보팀에 ‘그룹의 부족한 점이 뭐냐’고 물었더니 “국제화가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국민과 더불어 동북아시아 선도은행을 추구하고 있지만 아직 경쟁력을 갖추기에는 다소 미흡하다는 고백이다. 전문가들은 “리딩뱅크에 걸맞은 체질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이병권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리딩뱅크는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하고 은행산업의 방향도 리드해야 한다”며 “신한 시절 같은 리스크 관리는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례로 경제가 어려워지면 예전에 회피하던 위험도 떠안아야 한다는 것. 국민이 LG카드 사태 당시에 보여줬던 것처럼 은행권을 대변하고 선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자타가 공인하는 ‘리딩뱅크’로 우뚝 설 수 있다는 것이다.돋보기 주요 파워 CEO들라회장 중심으로 국제통 곳곳 포진신한금융그룹을 움직이는 CEO들은 신한맨 가운데서도 국제통이 전면에 배치됐다.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66)은 고졸(선린상고) 출신으로 시중은행장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91년 신한은행장에 취임한 이후 99년까지 세차례 연임 했으며 신한지주 회장도 올해 연임해 금융권 CEO만 14년째를 맞고 있다. 20여년전 신한은행 설립을 주도했고 철저한 신용평가 시스템을 구축, 신한은행을 은행권 중 가장 부실이 적은 곳으로 만들었다는 평이다.최영휘 신한지주 사장(59)은 69년 한국은행에 입행하면서 금융권에 몸담았다. 재무부 사무관(78년)을 거쳐 82년부터 신한은행에서 일한 창립멤버다. 기획부장을 역임하고 뉴욕지점에도 오래 근무하는 등 그룹에서 기획통과 국제통으로 통한다. 라회장과 함께 지주회사 체제 도입을 주도했고 굿모닝증권, 조흥은행 인수 등 그룹 확장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라회장은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있고 최사장은 실무적인 그룹업무를 총괄하고 있다.신상훈 신한은행장(56)은 82년 신한은행 창립멤버로 영동지점장, 오사카지점장, 자금부장, 영업부장을 거쳐 2002년 9월 신한지주회사 출범과 함께 상무로 승진했다. 치밀하고 빈틈이 없는 업무 스타일로 영업뿐만 아니라 여신심사, 국제업무 등 은행 경영의 핵심을 꿰뚫고 있다는 평. 영업점장 시절 전국 영업점 업적평가대회에서 두 번이나 대상을 수상했다.최동수 조흥은행장(58)은 69년 체이스 맨하턴 은행(CMB)으로 입행, 금융맨의 길을 걸었다. 88년 서울지점장, 96년 LG종합금융 전무 등을 거쳐 98년 조흥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한이 조흥은행을 인수하면서 조흥은행 출신을 은행장으로 임명한다는 약속에 따라 은행장으로 중용됐다.이강원 굿모닝신한증권 사장(54)은 미국 존스 홉킨스대 박사 출신으로 미국 신시내티 경제학과 조교수(84년)를 거쳐 89년 대신증권 국제영업담당 상무로 금융계에 몸을 담았다. LG 투자증권 부사장(99년)과 외환은행장(2002년)을 거쳐 굿모닝신한증권 사장으로 취임했다. 합리적인 사고와 친화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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