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역량 세계 최강을 자부합니다”

“할인점사업을 시작할 무렵에 바로 국내 유통시장이 개방되는 바람에 처음부터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이 외국 유통업체들과 경쟁을 해야 했습니다. 처음부터 살아남기 위해 절박하게 시장에 적응을 해야 했고 그것이 결국 경쟁력을 키우는 비결이 된 것 같습니다.”황경규 신세계 이마트부문 대표는 이마트가 단기간에 국내 유통시장의 최강자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과정에 대해 이 같은 소회를 털어놓았다.당시 월마트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할인점업체들이 대단한 자신감을 갖고 한국시장에 진입하는 상황에서 빠른 시간 안에 제대로 시스템을 갖추고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려고 노력한 것이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는 이야기다. 특히 외국기업들이 간과했던 문화적 차이와 소비자에 대한 이해부족을 파고들어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데 치중한 것이 적중했다고 한다.황대표는 이 과정에서 이마트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재고관리와 물류시스템 등을 통해 비용관리 면에서 외국기업에 비해 확고한 경쟁력을 지니게 됐다고 밝혔다. 또 같은 일을 하더라도 다른 기업에서 볼 수 없는 강력한 집중력과 응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문화와 인력을 구비한 점도 자랑할 만한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인구 200만명에 전투인원은 20만명에 불과했던 징기스칸의 군대가 놀라운 전투력과 집중력으로 세계를 정복한 것에 비유하면서 이마트의 우수한 인력과 조직문화에 자신감을 보였다.이마트가 월마트 등 세계적인 할인점의 도전을 물리친 원동력은 무엇인지요.우선 외국업체들이 현지화를 소홀히 하고 오직 가격에만 치중한 데 비해 이마트는 고객의 수요에 맞춰 가격에 서비스를 가미한 것이 적중했다고 봅니다. 처음 창동 1호점을 열었을 때만 해도 모든 가치를 가격에 맞춰서 창고형 매장을 설치하고, 제품도 묶음단위로 판매를 했지요. 고객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가격으로 이를 커버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고객의 입장에 맞춰 운영을 해야 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이에 맞춰 유연하게 움직인 게 주효했습니다. 우중충한 창고형 매장을 탈피해 깔끔하고 편리하면서도 가격을 낮춘 우리 식의 매장운영을 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일본의 양판점은 깨끗하고 편리하지만 비용이 백화점만큼 높고 월마트는 가격에만 치중하느라 서비스를 놓치고 있죠. 이마트는 저비용을 전제로 한 서비스의 질을 개선한 데서 호응을 얻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외국업체와 경쟁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까.사실 초창기에는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제품공급도 잘 안됐고, 제조업체에서 가격 때문에 저항도 있었고, 물류시스템 등을 갖추려고 해도 주변 산업이 발달하지 않아서 바코드시스템 도입과 물류시스템 개발을 직접 해야만 했습니다. 매장에 들어가는 집기도 제때 조달할 수가 없어서 우리가 직접 개발을 했죠. 결국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때마다 타 업체보다 앞서 지불한 비용이 무척 많습니다. 이런 것들은 어찌 보면 사회간접자본에 해당하는 것들인데 우리가 돈 들여 개발하고 제조업체 교육까지 시켜야 했죠. 덕분에 우리가 쇼핑문화를 많이 바꿨고 제조업체의 역할도 변화시킨 셈입니다.지금은 이마트의 구매력이 강하지만 과거에는 새 품목을 추가할 때마다 제조업체의 저항을 거쳐야 했던 점도 어려웠지요.또 다른 문제는 판매관리비를 낮추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적용하고 있는 관리시스템을 새로 개발하는 데만 3년이 걸렸는데, 개발 당시에는 사내에서도 외부시스템을 사다 쓰자는 의견이 적지 않았지요. 진통 끝에 자체개발을 했는데 그 덕분에 관리비용은 크게 낮췄습니다.국제적인 기업들과 직접 비교했을 때 이마트의 경쟁력을 평가하자면.비용경쟁력은 상당한 수준이라고 자신합니다. 물류나 발주, 재고관리시스템에서 확고한 우위를 보이고 있죠. 월마트의 경우 판매관리비용이 이마트보다 수십% 높은 것으로 알고 있고, 국내업체들과 비교해도 이마트가 최저 수준입니다.일례로 재고시스템을 비교하면 일주일에 4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매장의 재고보유량이 이마트는 40억~50억원에 불과한 데 비해 경쟁사들은 100억원 정도가 됩니다. 재고관리가 잘되니까 비용이 줄어들고 상품회전율이 좋아져 제품의 선도가 뛰어나지요. 이 부분은 세계적인 기업과 비교해도 월등하다고 봅니다.다만 부족한 부분은 아웃소싱 능력입니다. 외국계 할인점들은 시장을 넓게 쓰고, 매입 물량이 많기 때문에 구매력이 앞섭니다. 이마트는 아직 해외상품을 아웃소싱하는 능력이 부족해 보완해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최근 경기불황 등의 악재가 많은데 할인점의 미래는 어떻게 보십니까.할인점이라는 업태 자체는 가장 넓은 시장이 아닐까 합니다. 할인점의 신장률이 계속 높아져 시장점유율이 높아질 것은 틀림없습니다. 고객의 수요에 따라 고급화 등의 변화 추세는 나타나겠지요. 업태는 성장하더라도 업체간의 환경은 다를 것입니다. 할인점시장이 늘어난다고 모든 업체들이 다 잘되지는 않겠지요. 현재 할인점업체가 너무 난립해 있어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업체별로 부침이 있을 전망입니다.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할인점이 포화상태인 곳이 많아서 일부 업체의 부도와 업체간 M&A 등이 벌어질 것으로 봅니다.최근 외국업체들까지도 이마트를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앞서 말한 대로 시스템에서는 우리가 상당한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것은 조직문화입니다. 시스템이 아무리 잘 갖춰져도 운용상의 효율이 떨어지면 소용이 없습니다. 이마트는 효율성에서 보면 집중력과 기동력이 아주 높은 조직문화를 갖고 있는 회사입니다. 조직이 단순하고 임원도 많지 않지만 어떤 일을 할 때 집중력과 응집력을 발휘하지요. 외국기업이 이를 따라오기는 어려울 것입니다.유통서비스에서는 숫자가 많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력의 수준이 중요한데, 이마트의 강력한 맨파워는 자랑을 하고 싶습니다.매장의 집기는 돈만 있으면 누구나 장만할 수 있습니다. 그건 노하우가 아니죠.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의식의 차이와 응집도의 차이는 큽니다. 일하는 문화가 있어야죠. 경쟁에서 이기려면 조직구성원의 의식부터 이기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최고다, 우리가 이긴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야죠.다른 회사에 있는 사람들한테서 자기네 회사에 문제가 많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이 같은 의식이 경쟁력 약화를 가져옵니다. 저는 우리 직원들이 주변사람들한테 딴데 가서 물건 사라는 말을 안할 거라고 믿습니다.외국업체들이 처음에는 이 같은 조직문화의 차이를 못느끼다가 최근에 경험을 하면서 느끼는 것 같은데 따라 잡기는 힘들죠.미래전략은 어떤 구상을 갖고 있습니까.이마트는 역사가 겨우 10년 남짓한, 사람으로 치자면 청년도 아닌 청소년에 불과합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이야기죠. 지난 10년보다 앞으로 10년이 더 중요합니다. 지금의 이마트는 10년 전의 예상보다 훨씬 성장을 했는데 앞으로 10년 뒤에도 생각 이상으로 발전해 있을 것입니다. 지금보다 더 발전된 미래에 가 있기 위해 노력해야죠.또 다른 과제는 해외진출입니다. 중국에서 이제 2호점에 이어 3호점을 내려고 하는 시작단계입니다. 앞으로 해외사업부문을 강화해야 합니다. 일부에서는 성장성이 높은 새로운 사업을 찾자는 신수종사업 개발론이 있지만 국내와 중국은 물론 그외에도 성장의 여지는 많습니다. 현재의 경쟁력으로는 해외에 나가도 충분히 된다고 봅니다.최근 발생한 카드 수수료분쟁에 대해 한 말씀한다면.우리나라는 장기적으로 신용카드 비용이 많이 드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카드사는 비용관리가 너무 방만합니다. 우리는 비용이 바로 경쟁력입니다. 광고비를 따져보면 우리는 광고비 지출이 매출의 0.6~0.7%에 불과합니다. 백화점이 4%, 타 할인점이 1.5~2%인 것과 비교하면 비용이 엄격하게 제한되는 편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카드사의 방만한 관리비용을 우리가 떠안을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직불카드처럼 신용카드보다 코스트가 낮은 지불수단으로 옮아가야 새로운 거래질서 확립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고객에게 불편을 끼쳐서 마음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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