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를 센서에 맞게 새로 구성

밀레니얼넷이 개발한 아이빈(i-Bean)을 자율구성 저전력 무선 마이크로 센서 네트워크(Self-organizing Low-power Wireless Micro Sensor Network)라고 한다. ‘비정상적’으로 긴 제품명은 기술이 발전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먼저 ‘센서 네트워크’부터 보자. 센서 네트워크는 컴퓨터의 네트워크 카드에 비교할 수 있다. 네트워크 카드를 컴퓨터에 꽂아야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듯, 센서에 네트워크 모듈을 꽂아야 센서가 네트워크에 연결된다. 센서는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센서로 수집한 정보를 한군데로 모아야만 비로소 정보로서 가치가 생긴다. 센서를 네트워크로 연결하지 않으면 사람이 눈으로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특히 이 과정에서 네트워크를 센서에 맞게 새로 구성했다. 그 다음이 ‘무선 마이크로’다. 센서를 아주 작게 만들어 무선화했다. 작게 많이 만들어 필요한 곳에 수백개의 센서를 뿌려놓는다. 수백개나 되는 센서를 유선으로 연결할 수 없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고, 설사 가능하더라도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그 다음은 ‘저전력’이다. 전기가 없으면 센서를 작동시킬 수 없다. 무선 센서 네트워크는 필요한 곳에 센서를 설치할 때 가치를 발휘한다. 만일 센서의 전지를 한달에 한번씩 교체해야 한다면 무선으로 연결함으로써 얻는 비용절감 효과가 사라지고 만다. ‘무선 마이크로 센서 네트워크’라는 긴 제품명에 ‘저저력’이라는 수식어를 추가하도록 한 게 바로 밀레니얼넷이다. 현재 동전 크기의 리튬전지로 5년 내지 10년 정도 작동한다. 밀레니얼넷은 궁극적으로 전지가 필요 없도록 할 계획이다. 미세한 진동을 전기로 전환, 센서 스스로 전기를 공급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센서가 아주 적은 양의 전기만 사용할 수 있는 건 필요할 때만 작동하는데다 네트워크 구성 자체가 전력소비를 적게 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언뜻 단순할 것 같지만 이석우 대표가 ‘저전력’ 개념을 사용해 아이빈을 내놓기 전까지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다. 아이디어는 단순하지만 단순한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의 구성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밀레니얼넷은 이를 위해 센서 네트워크를 설계할 때 ‘스타-메시’(Star-Mesh)라는 전혀 새로운 접근방법을 채택했다.마지막으로 ‘자율구성’이다. 이대표가 채택한 네트워크 구성방법은 ‘그물망’ 방식이다. 흔히 메시(Mesh) 네트워크라고 한다. 그물망처럼 일정한 틀 없이 스스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인터넷과 같은 네트워크는 구조(Topology)를 미리 정해놓는다. 컴퓨터 네트워크에서 서버 컴퓨터와 클라이언트 컴퓨터가 미리 정해져야 한다. 글자로 된 인터넷주소는 항상 DNS서버라는 컴퓨터를 통해 숫자로 된 인터넷주소로 바꿔야 한다. 네트워크의 구조가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다. 따라서 DNS서버 같은 핵심장비가 작동을 멈추면 모든 네트워크가 마비되는 일이 생긴다. 반면 메시 네트워크 같은 자율구성 방식에서는 DNS서버 같은 연동장비가 작동을 멈춰도 가까운 곳의 다른 연동장비를 찾아내 네트워크를 자율적으로 새로 구성한다. 또한 새로운 센서를 추가하거나 삭제하는 일도 매우 단순하다.그러나 순수한 메시 방식의 네트워크는 전력소모가 많다. 따라서 밀레니얼넷은 전력소모를 줄이기 위해 순수한 메시 네트워크보다 전력을 훨씬 적게 소모하는 혼합방식 스타-메시 네트워크를 개발했다.밀레니얼넷의 무선 마이크로 센터 네트워크인 아이빈(i-Bean)은 센서가 부착된 단말(Endpoint)노드, 노드를 네트워크로 구성하는 라우터, 그리고 라우터를 서버나 다른 네트워크로 연결해 주는 게이트웨이로 구성돼 있다. 노드는 컴퓨터칩과 메모리, 송수신장치, 전력공급장치를 엄지손톱 정도의 크기로 집적돼 있다.아이빈은 노드를 300개에서 500개까지 추가할 수 있다. 센서를 300개에서 500개를 설치해 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한다는 말이다. 이대표는 노드수가 100개를 넘기면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게 대단히 힘들어진다고 한다. 아이빈은 이를 위해 고유한 네트워크 프로토콜을 개발했다. 직비(ZigBee)라는 네트워크 표준을 지원하는 제품도 개발했다. 직비는 저전력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표준인데, 무선인터넷 표준인 와이파이(Wi-Fi)와 비슷한 개념이다. 와이파이보다 데이터 전송량은 적지만 전력소모가 훨씬 적은 게 특징이다.무선 마이크로 센서 네트워크는 밀레니얼넷, 엠버, 크로스보우 등 3개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밀레니얼넷은 전력소모가 적고, 노드가 많이 필요한 분야에서 앞서고 있다. 매사추세츠에 있는 엠버는 센서 네트워크칩으로 특화하는 중이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크로스보우는 ‘똑똑한 먼지’(Smart Dust)라는 개념을 만들어 보급한 회사다. 교육기관에서 많이 사용한다.돋보기 무선 마이크로 센서 네트워크는 어디에 사용되나산업전반에서 일상생활까지 ‘OK’대형빌딩 사무실에서는 한여름에도 덜덜 떤다. 에어컨 찬바람이 너무 강하게 나와서 그렇다. 온도감지 센서를 사무실 곳곳에 부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빌딩주가 각박해서가 아니라 센서 설치비용이 너무 비싸서 그렇다.빌딩 에어컨은 온도감지센서에 의해 움직인다. 실내온도를 24도로 설정해 놓으면 에어컨은 24도가 될 때까지 찬바람을 계속 만들어낸다. 문제는 에어컨이 인식하는 ‘24도’다. 사무실 어딘가 몇군데 설치된 온도감지센서가 에어컨에 ‘24도’라고 알려줘야 에어컨은 비로소 실내온도가 24도에 이른 줄 알고 작동을 멈춘다.그렇다면 문제는 단순할 것 같다. 온도감지센서를 사무실 곳곳에 설치하면 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설치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센서를 네트워크로 연결해야 하는데 유선으로 연결할 경우 30cm마다 1만원이 넘게 든다.현재 무선 센서 네트워크 주요 시장은 빌딩자동화분야다. 센서네트워크 설치와 비용절감이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내온도와 습도를 정밀하게 측정하면 냉방이나 난방을 쾌적한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료도 크게 절약할 수 있다.이석우 대표는 무선 센서 네트워크가 산업 전반부터 일상생활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건물 내의 센서 네트워크는 수십, 수백개의 전등을 일시에 조작할 수 있다. 대형건물이나 다리, 댐과 같은 대형 구조물 곳곳에 센서를 달아 균열이 발생하는 즉시 파악해 대형참사를 방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주차장에서는 일산화탄소(CO) 농도를 감지해 환풍기를 작동시킨다.기계에 설치된 센서는 마모 상태를 파악해 정확한 교체시기를 알려준다. 화학물질 저장소에 설치된 센서는 온도와 농도 및 누출상태를 감시한다. 산에 센서를 뿌려놓아 산불발생을 초기에 진화할 수 있다. 물류기업은 창고의 재고나 운송상황 데이터 수집을 자동화할 수 있다. 자동판매기에 센서를 설치하면 상품판매 상황 파악도 자동화할 수 있다. 농장이나 과수원에 물을 대야 할 시점을 정확하게 파악해 고품질의 농작물을 생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기저귀에 센서를 달아 아기가 울기 전에 교체시기를 파악할 수도 있다. 혈압계나 당뇨측정기 등과 같은 의료측정기기도 반지처럼 아주 작게 만들어 휴대할 수 있다. 환자의 혈압이나 당뇨정보는 병원으로 전송해 긴급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그러나 아침에 일어나면 가전기기가 자동으로 조작되고, 사람의 수와 움직임에 맞춰 집안의 온도, 습도, 조명 등이 최적상태로 맞춰진다는 이른바 ‘철수이야기’는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 이석우 대표는 일상생활 분야의 경우 문이나 창문 등에 센서를 설치해 무단침입 등을 탐지하거나 화재경보 등의 안전시장부터 활성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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