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 따라 선택 ‘제각각’

스웨덴·프랑스 규제 강화 … 네덜란드·독일 합법화 단행

세계 각국은 저마다 역사와 문화에 바탕을 둔 성매매 관련 정책을 펴고 있다. 유럽의 경우 많은 국가가 규제하지도, 합법적으로 인정하지도 않는 비범죄주의나 일정한 형태의 성매매를 인정하는 합법적 규제주의를 택하고 있다. 스웨덴만이 성구매 행위를 강력히 금지하며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은 성 구매 및 판매행위를 금지하는 금지주의를 택하고 있으며 미국은 금지주의를 바탕으로 일부 주에서는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이 여성부 의뢰로 작성한 보고서 에 따르면 성매매에 대한 통제의 정도는 각국의 입법 형태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알선 및 착취행위, 인신매매 등 강제와 기망에 의한 행위는 금지되고 있다. 또 정권의 성격이 바뀌거나 성 관련 문제가 사회문제로 표면화되면서 입법과정에서 관련 정책이 세분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스웨덴 = 유럽에서 처음으로 성매매를 금지한 스웨덴은 세계 최고 수준의 사회복지와 여권을 자랑하는 나라. 지난 93년부터 논의를 시작, 98년 여성에 대한 폭력을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한 여러 개혁 입법조치 중의 하나로 ‘성 서비스 구매 금지법’을 통과시켰다.눈에 띄는 것은 성을 판 여성은 처벌하지 않고 구매행위를 한 남성에 대해 6개월 이상의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하도록 한 다소 불균형적인 내용. 성구매를 원하는 사람은 타인의 성을 도구로 이용하겠다는 목적이 있으며, 성을 파는 사람은 매매를 통해 의존관계(종속관계)에 처해지게 되므로 동일한 차원에서 볼 문제가 아니라는 견해에서 나온 것이다. 당시 여성 법무부 장관까지 제정을 반대할 정도로 사회적인 반감이 극심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은 국민의 80%와 7개 정당 모두가 이 법을 지지할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졌다.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법제정 이후 길거리 성매매가 줄어든 반면, 인터넷 등을 통한 인도어 성매매, 해외원정 성매매, 외국인 여성의 성판매 등은 늘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스웨덴 당국은 성평등국 등 관계부처를 통해 판매여성, 구매남성들에 대한 계도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한편 사회경제적으로 성매매를 탈피할 수 있는 장치 마련에 고심 중이다. 특히 성매매를 담당하는 경찰, 검사, 공무원에 대한 교육에 주안점을 두고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일본 = 1956년 전쟁 직후 공창제도를 폐지할 목적으로 제정된 일본의 성매매방지법에는 성구매자 처벌규정이 없다. 성판매 행위만 금지하는 내용이다. 또 한편으로는 풍속영업(風俗營業) 규제법으로 일정 구역에서 성매매를 인정 또는 허가함으로써 상호 모순적인 법률체계를 갖고 있다. 특히 미성년자의 성매매 유입이 급격히 증가하자 지난 99년 ‘청소년 성매매ㆍ포르노 처벌법’이 제정됐지만 효과는 미미하다는 평이다.90년대까지 여고생을 중심인력으로 하는 섹스산업의 시장규모는 40조원에 달할 정도로 기형적 성장을 거듭했다. 청소년 성매매 처벌법 발효 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증기탕의 일종인 ‘소프랜드’ 수천개가 성업하며 집창촌 기능을 하고 있고, 여전히 관련산업은 거대시장을 이루고 있다. 최근 영국 는 일본의 성매매산업 규모가 연간 100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세계 각국의 미성년 소녀와 여성을 인신매매하는 범죄의 온상”이라는 표현을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일본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부인보호시설 운영과 지원시스템을 갖추고 ‘성매매방지법 제정의 날’ 지정 등 해결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의지가 약하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1년 새로 만든 후생성 가정복지과에서 상담소, 일시보호소, 부인보호시설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별 소득이 없는 상태.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고 할 만큼 성매매방지법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대만 = 타이베이시는 지난 99년, 40여년 유지돼 온 공창을 없애기로 하고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01년 정식 폐지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성매매 관련법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태. 지난해 12월 현재 타이베이시를 제외한 지역의 공창업소는 100개선으로 줄어들었다.이와 별개로 지난 91년 제정된 사회질서유지보호법은 성을 산 남성에게 법률적 제재를 가하지 않고 매매한 여성에게는 벌금과 수용소 감금의 처벌을 하는 일본과 유사한 형태다. 지난 2월 총통 선거 전 이 조항을 대상자 모두 처벌하지 않는 방향으로 수정하고 특정지역을 정해 합법화를 추진하는 내용의 발의가 있었으나 찬반 공방이 거세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때문에 성매매 여성들은 폭행을 당해도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속출, 여성단체 등에서 수정 및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하는 상황이다.업주에 대한 처벌 역시 강한 편으로 적발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이 부과된다. 또 경찰국이 성매매 장소를 적발하면 도시발전국은 토지사용권을 제한, 공무국에서 전기와 수도를 중단시키는 형태로 제재를 가하고 있다.하지만 폭력조직과 연계된 사창은 여전히 성업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밀입국이나 위장결혼을 통해 대만으로 들어오는 중국여성들의 성매매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또 기존 성매매 여성들이 지하로 숨어들어 주택가 등 은밀한 곳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공창 폐지가 이슈화되면서 COSWAS(Co-llective of Sex Worker and Supporters)라는 조직이 생겨 성매매에 대한 활발한 의견 개진을 하는 것도 눈에 띈다. COSWAS는 직업을 잃게 된 공창여성들을 위해 직업조치를 요구하는 한편 이를 NGO가 지원해 2년간의 유예기간을 획득한 바 있다.COSWAS의 기본 입장은 △현실적으로 성매매는 없어지지 않는다 △성매매는 다른 자본주의적 구매행동과 차이가 없다 △성매매 종사 여성의 인권은 존중받아야 한다 △성매매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등. 이를 바탕으로 성매매의 제도화, 사창의 인권침해 구제 및 보호, 기존 공창여성의 직업전향 이후 경제적 자립방안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공창 관련 다큐멘터리 제작 등 문화활동을 통해 대중적 공감대 형성에 효과를 보고 있다.이밖에 비범죄주의 및 합법적 규제주의를 채택했던 프랑스, 멕시코 등이 최근 법 개정을 통해 금지주의로 돌아섰다. 프랑스의 경우 최근 몇 년 사이 성매매 알선 및 강요를 반인권행위로 간주,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2월 새 치안법안이 통과하면서 소극적 호객행위까지 단속 대상으로 삼는 추세. 반면 필리핀, 태국, 중국 등은 금지주의를 택하고 있으면서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묵인 또는 방관하는 나라로 꼽힌다.합법화 국가 = 성매매를 직업으로 인정, 영업허가제에 의해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보호하고 있는 나라는 네덜란드, 독일, 스위스, 멕시코, 캐나다, 오스트리아, 미국 네바다주 등이다. 최근엔 뉴질랜드가 성매매 합법화 대열에 합류했다.지난 2000년 유럽에서 처음으로 성매매를 합법화한 네덜란드와 2001년 말 합법화 한 독일의 경우 성매매 종사자들이 다른 직업 종사자와 마찬가지로 세금을 납부하고 사회보장혜택도 받는다. 물론 특정지역을 지정, 감시체계를 가동하며 활동지역을 규제하는 최소한의 테두리는 존재한다. 캐나다의 경우엔 길거리 성매매 행위를 처벌하고 있기도 하다. 또 영국, 노르웨이 등 성을 파고 사는 행위를 처벌하지 않으나 호객행위나 광고, 매춘장소 제공, 성매매 알선 등을 엄격히 금하는 나라도 적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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