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내 업체간 옥석 가려질 듯

인터넷 보험을 포함한 다이렉트보험이 가장 활성화된 나라는 영국이다. 2001년에 전체 자동차보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33%에 이르렀다. 이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네덜란드, 스웨덴과 더불어 텔레마케팅이 가장 발달한 나라라는 환경에 기인한 바가 크다. 현재 다이렉트보험사는 20여개에 이르며 자동차보험과 주택보험을 위주로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한때 급성장을 하던 영국의 다이렉트보험시장의 환경은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간유통마진을 없애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는 다이렉트보험의 최대 강점이 사그라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업체의 난립에 따른 ‘출혈경쟁’이 꼽힌다. 경쟁사가 증가하면서 마케팅비용도 불어나 일부 선두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국의 다이렉트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 위주에서 상해보험, 건강보험, 생명보험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나가는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영국의 대표적인 다이렉트보험사는 ‘다이렉트라인’이다. 선발업체의 이점이 크게 작용해 우량고객을 대거 유치하고 있는데다 고객충성도가 높은 게 강점으로 꼽힌다. 손해율이 경쟁사에 비해 10% 이상 낮은 데 비해 갱신율은 15%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세계 최대 통신판매시장인 미국의 다이렉트보험시장은 예상외로 부진하다. 전통적인 손해보험사의 손해비율이 낮은데다 이들 역시 인터넷이나 전화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다이렉트보험사의 이점을 살리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수익성도 좋지 않다. 전통적인 보험사와 경쟁하기 위한 마케팅비용이 과다하게 지출돼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채산성은 악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선도기업인 가이코(GEICO)의 경우 보유보험료와 총자산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당기순이익은 90년대 후반부터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일본의 다이렉트보험시장은 지나친 가격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98년 외국계 손해보험사들이 텔레마케팅을 통해 가격할인을 시도하면서 가격경쟁의 불이 붙었다. 이에 맞서 다이렉트보험사들은 리스크 세분화 상품을 개발해 성과를 거뒀으나 상품의 차별화가 한계에 부딪히면서 또다시 가격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일본의 다이렉트보험업계의 채산성은 미국보다도 낮은 형편이다. 사업비율이 35~40%에 이르러 미국 보험사들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해외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은 시장의 성숙과 ‘가격경쟁’이 함께 간다는 사실이다. 이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한 다이렉트보험의 ‘운명’이기도 하다. 문제는 가격경쟁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다. 국내시장에서도 가격경쟁은 이미 불이 붙은 상태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2~3년 내에 업계 전반에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교보자동차보험의 신용길 사장은 “은행에 이어 증권사가 구조조정을 거쳤으며 보험이 그 다음 차례가 될 것”이라며 “일부 선두기업을 제외한 업체들이 정리돼 업체수가 절반 정도로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현행 보험 관련법규가 온라인 보험시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자동차보험사들은 지역에 따라 가격을 달리 책정할 수 없도록 법으로 묶여 있다. 이에 따라 온라인 보험사들은 손해율이 낮은 지역에 마케팅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인터넷 보험의 저렴한 가격은 이 지역 고객들의 호응을 얻어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기조는 머지않아 멈출 것으로 보인다. 손해율이 낮은 지역의 고객이 이미 상당수 인터넷 보험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대우증권 리서치센터의 구철호 애널리스트는 “인터넷 보험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던 현행법은 오히려 시장의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가까운 미래에 온라인 자동차보험의 성장세는 크게 둔화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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