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가 초토화…폭탄 맞은 듯 “목구멍에 거미줄 칠 판” 한숨

대도시 집창촌 주변 상권 붕괴, 음성 성매매 확산 우려

성매매특별법의 파장이 전국의 유흥업소를 강타하고 있다. 멀리 제주에서 부산, 대구, 광주, 인천 등에 이르기까지 대도시의 흥청대던 밤거리가 싸늘히 식었다. 특별법 시행 1개월을 지낸 전국의 표정을 취재했다.부산 - 완월동 업주 집단반발 조짐부산의 대표적 집창촌인 부산 서구 충무동의 속칭 ‘완월동’. 10월27일 오후 10시30분께 이곳에는 경찰 차량이 머문 채 순찰 경찰관 3명이 검문소를 설치, 간혹 오가는 사람들에게 ‘뭐하러 왔느냐’며 묻는 것 외에는 쥐죽은듯 조용했다. 평소 이 시간쯤이면 취객과 일명 ‘삐끼’ 등으로 시끌벅적했던 완월동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100여곳 가운데 4~5곳만 불이 켜졌을 뿐 마치 정전사고가 난 것처럼 어둠만이 짙게 깔리는 등 적막감이 감돌았다. 이 지역에서 검문을 하고 있던 한 경찰관은 “매일 이렇게 단속을 하니 업체들이 버티지 못하고 영업을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완월동 일대의 경제는 파탄상태에 이르고 있다. 완월동에서 13년째 숙박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55ㆍ여)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생계유지가 큰 걱정”이라며 푸념했다. K미용실 주인은 “완월동 종업원들이 하루 15~20명 정도 왔는데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데다 외상미수금도 120만원 가량 밀려 가게문을 닫지도 못하고 있다”고 걱정했다.이 일대 밤늦은 시간 손님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던 러브호텔과 여관 등도 사실상 영업중단 상태로 울상이다.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화장품전문점과 약국, 슈퍼마켓, 유흥주점, 안마시술소, 단란주점 등 장사가 꽤 잘되던 이곳 대부분의 영업장들도 문닫고 쉬고 있기는 마찬가지다.부동산중개업소에 가게를 내놓았으나 임대가 나가지 않아 다른 지역으로 옮기지도 못한 채 이곳을 지키며 골머리만 앓고 있는 상인도 늘고 있다. 다른 매장들과 가게들도 매물로 쏟아지고 있으나 거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한 업주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며 아예 목욕탕으로 사업을 전환했다. 10월 중순 문을 연 P목욕탕 김모 사장은 “장사를 못할 지경에 처해 은행 융자를 받아 목욕탕 개업을 했다”며 “하지만 경기가 좋지 않아 목욕탕에도 사람들이 자주 오지 않는 것 같다”며 허탈해했다. 이같이 상황이 악화되자 주변상가 업주 300여명은 사흘에 한 번꼴로 ‘생계보장’을 요구하며 집단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완월동의 업주모임인 ‘청초회’도 완월동 곳곳에 단속유예를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걸고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단속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성매매 여성들이 개인영업에 나서는가 하면 원룸으로 숨어드는 등 음성화되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던 일부 여성들은 나이트클럽을 찾아 손님 ‘원정사냥’에 나서고 있다. 한 업주는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여종업원들이 다른 곳에서 은밀하게 일하고 이로 인해 성폭행 등 사회문제도 유발시킬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완월동을 관할하는 구청의 한 관계자는 “성매매 여성들에게 직업교육 등을 실시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지만 실효를 거둘지 모르겠다”며 “사회정의를 위해 집창촌을 없애야 하지만 일자리를 잃고 헤매거나 다른 부작용이 생겨 걱정”이라고 말했다.제주 - 유흥주점 매출 90% 감소…휴업신고 줄이어지난 9월29일 추석연휴를 전후해 일본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하던 제주시내 고급 관광요정 4곳 모두 세무당국에 휴업신고를 냈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후 일본인들을 안내했던 여행사로부터 예약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은 후 바로 문을 닫은 것이다.제주도 관광업계는 패키지 관광객보다 향락을 즐기는 관광객이 돈을 더 많이 쓰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제주관광에서 ‘유흥과 향락’이라는 연결고리가 끊어졌다. 이에 따라 유흥업소는 직격탄을 맞았고 미용실, 세탁소, 식당, 숙박업소 등은 유탄에 맞아 타격이 심각하다고 아우성이다.도내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성매매방지 제주연대’는 성매매특별법으로 인한 경기침체를 관광과 경제논리로 비약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으나 제주도 당국이 나설 정도로 지역상인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싸늘하다.지난 9월25일 제주도는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도내 호텔을 비롯한 면세점, 여행사, 카지노, 기념품점 등이 매출감소 등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으며 미용실, 쇼핑상가, 원룸 등도 2차적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신규 일본인 관광시장 개발 및 중화권과 해외동포 등 관광시장 다원화를 추진하는 한편 외국인 관광객 유치 확대를 위해 인센티브제를 확대 시행할 방침이다.하지만 당장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할 상황이다. 제주시내 A여행사 대표 김모씨(44)는 “제주도에 올 예정이었던 일부 일본인 관광객들이 동남아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성매매특별법으로 달라진 것은 관광코스에서 ‘밤 문화’가 빠진 것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밤의 유흥’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파장이 크다고 그는 덧붙였다. “굳이 말하자면 당신이 지금 외국으로 관광을 간다고 치자. 유흥을 즐길 수 없는 곳으로 가겠느냐, 가능한 곳으로 가겠느냐”고 김씨는 반문했다.신제주에 있는 농협 모 지점 신용카드담당 직원은 “성매매특별법 시행 전에는 한 유흥주점에서 사나흘에 한 번씩 갖고 오는 카드 매출전표가 1,000만원이 넘었지만 최근에는 100만원 이상 가져오는 업소가 단 한 곳도 없다”고 밝혔다.개점휴업 중인 유흥주점도 늘었다. (사)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제주도지회는 신제주지역 유흥주점 중 현재 50여곳이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업주들은 자구책으로 룸살롱 간판을 내리고 한 단계 낮은 ‘가라오케’나 ‘단란주점’으로 업종을 전환하고 있다.‘밤 문화’를 대표하는 접대문화와 음주문화도 크게 변하고 있다. 도내 건설업체와 영업을 주로 하는 기업체의 접대비가 대폭 줄었고, 고급 유흥주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술집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룸살롱 등 유흥주점을 찾았다가 자칫 잘못하면 패가망신할지 모른다는 우려감에 ‘주당’들은 꼬치구이, 호프집 등 저렴한 술집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성매매특별법 시행이 제주도 관광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목소리에 대해 관광전문가들은 부정적이다. “동남아는 ‘섹스관광’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성매매 여성을 상품으로 파는 관광을 이번 기회에 근절하고 제주도 실정에 맞는 관광정책과 인프라 조성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인천 - 집창촌 여성, 기름값 없어 ‘냉방 생활’10월27일 오후 10시 인천지역의 집창촌인 옐로우하우스. 사방으로 길게 늘어선 골목길은 어두컴컴하고 인적이 없는 스산한 분위기다. 1호부터 33호까지 즐비하게 붙어있는 2~4층짜리 업소는, 각 업소마다 1층 현관방만 희미하게 불을 켜 놓은 채 성매매 여성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간혹 불빛이 비치는 곳은 식당과 미용실, 그리고 작은 슈퍼마켓뿐이다. 이들 업소에도 주인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 미용실 주인은 임대계약이 끝나는 연말에 문을 닫을 생각이라고 했다. 업소 현관에 있던 한 50대 여자는 “모두 굶어죽게 생겼다. 단속 이후 날씨는 쌀쌀해지는 데 업소나 아가씨들 모두 수입이 없어 숙소에 보일러를 켜지 못해 아가씨들이 차가운 방바닥에서 한숨만 쉬며 하루를 그냥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옐로우하우스 성매매여성의 친목회인 상조회 대표 김모씨(32)는 “이곳 아가씨들은 수입이 한 달째 끊겨 이자와 휴대전화 요금, 집에 보내는 생활비 등을 마련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며 “당국이 집창촌 여성들을 모두 신용불량자로 만들고 있다”고 불만을 내뱉었다.김씨는 특히 “최근 성매매로 적발된 사람들이 많은데 이곳 아가씨들은 단 한 명도 없다”며 집창촌이 아니라 음성적인 성매매업소를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곳 골목 입구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던 포장마차도 보이지 않았다. 단속이 길어지자 손님이 없어 모두 철수했다고 한 업소 주인은 전했다.상조회 대표 김씨는 또 “무조건 단속으로 전업을 유도해 봤자 이곳 여성들 대부분 갈 곳이 없고 갈수도 없다”며 “당국에서 옐로우하우스같이 개방된 집창촌을 시범지역으로 정해 당분간 영업을 하면서 같은 장소에서 재활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바란다”고 요구했다. 또 한 여성은 “공창이 인정되고 성매매 여성이 법적보호를 받는 호주나 네덜란드로 가려고 준비하는 여성도 있고 일본으로 건너간 여성도 있으며 노래방과 음성 성매매업소를 물색하는 여성들도 많다”고 전하고 이들 여성이 음성적인 성매매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당국의 현실적인 조치를 요망했다.유흥업소와 모텔이 많은 송도유원지 일대 밤풍경도 싸늘하다. 인적이 드물고 룸살롱 등 유흥업소를 드나드는 손님은 눈에 띄지도 않았다. 간혹 유흥가로 다니는 차는 영업용 택시뿐이었다. A룸살롱의 업주는 “불황으로 가뜩이나 영업이 안돼 어려운 실정인데 단속을 벌이니 단골손님까지 찾아오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대구 - 단속 피해 동거 등 변칙영업 성행대구시의 대표적인 집창촌인 중구 도원동 속칭 자갈마당의 입구는 적막감이 감돌다 못해 흉가촌을 연상시킬 정도로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인근의 택배회사 물류운반 차량만 굉음을 울리고 있다.불과 한달 전만 해도 불야성을 이루던 곳이라곤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다. 지나가는 남성의 손길을 붙잡던 호객꾼의 모습은 찾을 수조차 없다. 대부분의 쇼윈도는 텅텅 비어 있다.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대구 ‘자갈마당’의 업소 63곳 가운데 21곳이 휴ㆍ폐업했고 나머지 업소도 영업을 사실상 중단했지만 200여명의 여성은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예전 같으면 쇼윈도에 드레스를 차려입고 앉아 있을 아가씨들도 영업을 완전히 포기하고 체육복을 입고 누워자거나 끼리끼리 모여앉아 잡기에 열중하고 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하얀 드레스를 입고 앉아 수놓기에 열중하고 있는 아가씨들도 눈에 띈다.강소주로 시름을 달래고 있는 한 업소 주인과 친구로 보이는 사람은 “시설을 현대화한다고 1년 반 전에 건물을 완전히 새로 지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혹시 규제가 풀릴 가능성이 없는지 물었다.자갈마당에서 가장 장사가 잘되기로 소문난 업소 중 한곳의 입구에는 30대로 보이는 여성이 지키고 있다. 손님도 없을 텐데 왜 나와 있느냐는 질문에 “혹시라도 단골손님이 오면 커피라도 한잔 대접해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또 다음에 다시 영업을 시작할 수도 있는데 고객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자갈마당 한복판에서 리어카에 순대를 팔고 있는 할머니의 얼굴에 주름이 유난히 더 깊어보인다. 할머니의 움츠린 어깨에서 그나마 생계수단이었던 순대 장사가 신통치 않음을 직감할 수 있다.포주로 보이는 50대 여성은 “이곳이 험악해 보여도 누가 오든지 밥은 먹여서 보낸다. 영업을 안 해도 아가씨들보고 나가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너스레를 떤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견딜 수 있을 때까지 해보는 거지 무슨 계획이 있겠냐”고 반문한다. 순대할머니가 다가와 “팔리지도 않을 순대인데 더 줄까” 물으며 지나간다.업소 관계자는 지난 추석에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보냈는데 전원 다시 돌아왔다며 집에서는 그래도 번듯한 회사에 다니고 있는 줄 아는데 어떻게 돌아가느냐고 반문한다.특히 여성단체에 대해서는 실정도 모르는 사람들이 사고를 쳐놓고 대책도 마련해 주지 않아 생사람 입에 거미줄 치게 생겼다며 하소연이다. 그는 이곳 여성들의 대부분이 선불금으로 엮인 것이 아니라 생계 때문인데 여성단체들이 너무 모르는 것 같다는 것이다.아가씨들이 생계를 위해 취하는 새로운 영업방식에 대한 소문도 무성했다. 이곳을 떠난 여종업원들이 주택가의 원룸 등을 세내어 단골고객을 중심으로 개별영업을 하거나 퇴폐 이발소 등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업소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단골과 2~3일씩 단기동거를 하는 경우도 새로 생겨난 영업형태로 꼽히고 있다.워낙 손님이 없다 보니 단속반도 뜸해지고 경찰도 자갈마당 입구 양쪽에 배치한 전경들을 며칠 전부터 철수시켰다.집창촌 인근 세탁소와 미용실, 슈퍼마켓도 단골고객인 성매매 여성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완전히 활기를 잃어버렸다. 자갈마당 입구 편의점의 아르바이트 학생은 매출이 방지법 시행 전보다 절반으로 줄었다며 울상이다. 그나마 타는 속을 달래기 위해 담배를 사가는 경우가 많아서 이 정도 매출이라도 올린다는 것이다. 자갈마당의 여종업원 수백명이 서울에서 시위할 때 참가경비의 일부를 이들이 부담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광주 - 대인동 주변상가 생계 막막“장사 시작한 지 2개월 만에 문을 닫았소. 버틸 때까지 버텨보다 안되면 보따리 싸야제.” 광주의 대표적인 홍등가인 ‘대인동 집창촌’에서 K주점을 운영해 온 전용순씨(50)는 성매매특별법이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빼앗아버렸다고 하소연했다.전씨는 올 초 사업을 확장하기로 마음먹고 39평 남짓한 기존 건물을 헐었다. 몇개월 동안 장사도 뒤로 미룬 채 그동안 모아놓은 돈 1억여원과 1억5,000만원의 은행대출을 받아 지난 7월 2층짜리 유흥업소를 지어 신장개업했다. 그러나 전씨는 재투자한 보람을 채 누리기도 전에 ‘날벼락’을 맞아야 했다.성매매특별법 이후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되면서 전씨는 요즘 매달 100만원이 넘는 은행이자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수입이 뚝 끊어진 후 매달 겨우 마련해 오던 이자도 이제는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요즘 대인동에는 전씨와 같은 처지인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금남로3가 대신증권빌딩 뒷골목으로 이어진 20여곳의 유흥주점은 특별법 이후 일제히 문을 걸어닫았다. 몇몇 집에는 단수안내문이 붙어 있거나 유리문 뒤로 우편물이 수북이 쌓여 있어 영업을 중단한 지 상당기간이 지난 듯하다.또 반도전자상가 뒤쪽에는 짓다만 유흥업소 몇 곳이 성매매특별법 발표 이후 공사를 중단한 채 을씨년스럽게 방치돼 있다.성매매특별법으로 대인동 집창촌은 흡사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이곳 일대는 광주에서 제법 붐비던 밤거리였다. 해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짙은 화장에 짧은 치마를 입은 ‘직업여성’들이 남자들을 유혹하며 북적였던 곳. 그랬던 곳이 이제는 하루아침에 ‘불 꺼진 거리’로 바뀌고 말았다.대인동에 집창촌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1940년대.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복잡한 골목길로 이뤄진 이곳은 그래서 ‘호랑이굴’로 불렸고 남들의 이목을 피하고픈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몰려들었다. “해방 이후 버스터미널이 생기면서 집창촌이 더욱 번창해 70~80년대만 해도 영업집만 60여호가 훨씬 넘었소.” 대인동에서 50여년간 살아왔다는 호떡 행상 이윤철씨(가명ㆍ66)는 “그때는 집창촌이 먹여 살린 인구가 지금의 몇 배가 넘었제”라며 대인동의 과거를 회상했다.“장사요? 하도 울화통이 치밀어서 초저녁부터 소주를 마시고 있소.” 요즘 매상이 얼마나 줄었냐는 물음에 한사코 손사래를 치던 골목 어귀의 S마트 홍복순씨(가명ㆍ45)는 “그래도 아가씨들과 드나드는 손님들이 팔아줘 목구멍에 풀칠이라도 해왔는데 요즘 파리 하나 얼씬거리지 않으요”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이곳에서 40년간 세탁소를 운영해온 박일수씨(가명ㆍ62)는 “주변이 모두 상가여서 주로 아가씨들의 세탁물로 살아왔는데 3년 전부터 아가씨들이 유흥주점에 출퇴근하면서 일감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아예 없는 상태”라고 울상을 지었다.박씨는 또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면 이곳을 떠야 하는데 마땅히 갈 곳이 없다”며 “돈 없고 백 없어 이곳까지 흘러들어왔는데 여기를 떠나면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김태현ㆍ한국경제 부산 주재기자 hyun@hankyung.com좌동철ㆍ제주일보 기자 roots@jejunews.com김인완ㆍ한국경제 인천 주재기자 iykim@hankyung.com신경원ㆍ한국경제 대구 주재기자 shinkis@hankyung.com최성국 한국경제 광주 주재기자 sk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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