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운동’ 등에 업고 인기몰이

직장인 조인호씨(38)는 일요일인 지난 10월17일 오전 11시 서울 쌍문동 집을 나섰다. 부인과 아들, 딸 등 네 가족이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열리는 ‘건강한 서울! 시민걷기 축제 한마당’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그렇지 않아도 나들이를 하려던 참이었는데 마침 걷기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행선지를 바꿨다.조씨는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진행된 행사에서 가을 풍경을 만끽하며 하루를 보냈다. 전 코스를 가족들과 함께 걸었고, 부대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보너스로 만보계와 수건도 받았다. 부인은 물론이고 자녀들도 무척 좋아했다. 조씨는 “걷기대회에는 처음 참여했는데 운동도 하고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며 하루를 보낼 수 있어 유익했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닿으면 자주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걷기대회 바람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여기저기서 대회가 열리고, 참여자 수도 대회마다 수천명을 헤아린다. 특히 가을을 맞아 나들이를 겸한 걷기대회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 웬만한 지역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대회가 개최될 정도다. 전국적으로 대회수만 연간 약 3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한때는 마라톤대회가 절정을 이루었으나 이제는 걷기대회도 이에 못지않게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오히려 대회수는 마라톤대회를 훨씬 웃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들이 대거 관심을 보이면서 올 가을은 그야말로 걷기대회 전성기를 방불케 하고 있다.걷기대회가 본격화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 2001년 한국워킹협회가 그해 10월에 개최한 ‘국민건강 걷기의 날’ 행사가 공식적인 걷기대회의 시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홍보가 미흡하고 걷기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아 열기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하지만 이후 한국워킹협회가 매월 첫째주 일요일을 걷기의 날로 지정하고, 회원들을 중심으로 참여인원이 늘어나면서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최경락 한국워킹협회 사무국장은 “걷지 않으면 건강은 없다”며 “2002년 이후 건강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고, 대회 참가자도 급증했다”고 말했다.2003년에는 걷기대회가 본궤도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받는 해다. ‘530운동’이 붐을 이루면서 걷기 열풍이 전국을 강타했다. 여기서 ‘530’은 일주일에 5일, 하루에 30분 걷기를 실천하면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TV와 신문, 잡지 등을 통해 걷기의 효과가 소개되고 관련서적들이 봇물 터지듯 나오면서 열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한국워킹협회가 개최한 ‘2003년 국민건강 걷기의 날’ 행사에는 무려 1만여명이 참석해 대회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 협회는 올해 역시 11월7일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워킹페스티벌을 계획하고 있다.올해 들어서는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걷기대회 붐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만 해도 강남구, 노원구, 동작구, 서초구, 송파구, 중구, 양천구, 은평구 등이 관련단체와 손을 잡고 걷기대회를 열었다. 특히 동작구와 송파구 등은 구청장이 적극 나서 보도블록을 걷어내고 걷기도로를 만들고 있고. 구청 문화센터 등을 통해 걷기 강좌도 마련해 놓고 있다.지방도 예외는 아니다.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전주 등 전국의 대도시는 예외 없이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걷기대회를 마련했다. 특히 지역행사 때마다 대회를 같이 열어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당근’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지난 10월17일 ‘시민사랑 걷기대회’를 연 광주시의 한 관계자는 “당초 예상했던 인원보다 많은 2,000여명이 참여했다”며 “걷기대회가 참가자의 건강을 다지고 지역의 자부심을 높이는 데 최고”라고 말했다. 지자체 외에 국민건강보험공단, 기업, 대학 등의 움직임도 눈길을 끈다. 다양한 걷기대회를 마련해 국민뿐만 아니라 구성원이나 지역주민의 건강증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국민건강보험공단은 10월17일부터 전국의 각 지부별로 건강걷기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서울에서 개최한 ‘건강한 서울! 시민걷기 축제 한마당’에는 5,000여명의 서울시민이 참가해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국민건강보험공단은 서울 외에 대전(10월10일), 경인(10월16일), 대구(10월23일), 전주(10월23일) 등지에서도 대회를 열었다. 또 부산(11월7일), 광주(11월7일), 의정부(10월31일)에서도 걷기한마당을 마련할 방침이다.공단측이 걷기대회에 힘을 쏟는 이유는 국민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고, 이를 해결할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걷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창길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증진부장은 “한국인 가운데 50% 이상이 비만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와 있다”며 “앞으로도 해마다 지역별로 걷기대회를 열어 비만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기업들 역시 걷기대회에 적극적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걷기대회를 여는 곳이 크게 증가했고, 일부 회사들은 아예 체육대회를 걷기대회로 바꾸기도 했다. 또 걷기대회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소외계층이나 장애인들을 참여시키는 경우도 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삼성화재는 10월16일 서울맹학교 학생 등 1,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시각장애인돕기 사랑나눔 걷기대회’를 열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울산대는 ‘지역사회의 날’ 행사의 하나로 시민건강걷기대회를 개최, 울산시민들로부터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대학이라는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다. 울산대측은 앞으로도 해마다 걷기대회를 열어 지역 속의 대학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각종 걷기대회의 참가자격은 따로 없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함께 걸을 수 있다. 또 대회에 따라서는 참가자들에게 만보계나 수건 등 선물을 나눠주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대회의 경우 참가자들에게 돈을 받아 상업성을 너무 앞세우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최경락 한국워킹협회 사무국장은 “일부 걷기대회의 경우 준비소홀이나 참가비 문제로 참가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국민들의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차원에서 대회를 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INTERVIEW 최창길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증진부장“국민 56% 비만… 걷기로 체중 줄여야”“지금 국민들의 건강상태는 위험수위에 도달했다고 봅니다. 이번에 걷기대회를 마련한 취지 역시 이와 관련이 깊습니다.” 최창길 건강보험공단 건강증진부장은(48)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걷기대회를 일일이 챙기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공단 차원에서 걷기대회를 처음으로 열었는데요.검사 결과 국민들의 56%가 비만입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심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국민들의 비만을 퇴치하기 위해 걷기대회를 열었죠.성과는 만족스러운지요.지난 서울대회 때만 무려 5,000여명이 참가했습니다. 특히 가족단위로 나온 사람들이 많아 보기에 좋았습니다. 첫 대회라 준비가 매끄럽지 못한 점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히 끝냈다고 봅니다.홍보부족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던데요.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 시민들에게 알리는 데 다소 미흡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달라질 겁니다. 서울대회를 거울 삼아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체를 적극 활용할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대회가 많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더욱 홍보에 힘을 쏟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일회성 걷기행사만으로 비만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걷기대회 외에 다른 프로그램도 많습니다. 특히 검진 결과 질병이 의심스러운 사람에 대해서는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줄 생각입니다. 또 건강 관련 자료집과 올바른 생활습관 개선 지침서를 보내주고,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건강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알릴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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