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1조원대 화장품업계 ‘천하무적’

90년대 중반 강도 높은 구조조정 ···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 · 세계화 앞장

1945년 문을 연 태평양은 수많은 히트상품을 내며 연매출 1조원대의 국내 1위 화장품회사로 자리잡았다.지난 48년 개발한 ‘메로디크림’과 50년대 초의 ‘ABC화장품’ 등이 대히트를 치며 히트상품 제조회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60년대 ‘오스카’와 70년대 인삼화장품 ‘삼미’, 80년대 ‘순정’, ‘미로’ 등을 성공시키며 화장품업계 1인자로 입지를 굳혔다.또 87년 출시한 ‘설화수’를 비롯해 91년부터 내놓은 ‘마몽드’, 94년의 ‘라네즈’, 95년의 ‘헤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지난해 1조1,198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 1조1,665억원의 매출실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시장점유율 부동의 1위인 태평양이라고 해서 시련이 없던 것은 아니다. 90년대 초 무리한 사업확장과 시장경쟁 격화로 한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태평양은 90년대 중반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92년 당시 스포츠단을 포함, 24개에 이르렀던 계열사를 2002년 말 9개로 줄였다. 사업매각 대금과 발생한 이익으로 부채를 상환해 부채비율은 98년 말 125%에서 2002년 말 43%로 대폭 낮아졌다. 결국 다른 기업이 불황의 타격을 받을 때도 요동하지 않는 심지 굳은 기업으로 체질이 개선됐다.고급 브랜드 이미지 창출 주력태평양은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어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고급 브랜드를 히트상품으로 내놓으며 시장점유율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2003년 1분기에는 주력제품 위주로 제품군을 재편했다. 헤어제품인 ‘유니크’는 ‘미쟝센’으로, 클렌징 브랜드인 ‘데일리’는 ‘라네즈’ 브랜드로 흡수, 통합했다.또 치밀한 시장조사와 기술개발로 초대형 히트상품을 냈다. 불황기라고 해서 연구비용을 줄이지 않고 오히려 꾸준히 연구개발에 지원한 결과 각종 기능성 화장품을 출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태평양의 개발인력은 500여명이다. 이들은 나노기술과 생명공학분야, 피부와 관련된 기능성 인자 연구 등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 매년 매출액 대비 5% 내외의 R&D(연구개발) 투자예산을 책정하는 모습을 보인다.브랜드 세계화ㆍ생산현지화브랜드의 세계화와 생산 현지화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꾀한다는 것도 태평양의 경쟁력이다.해외진출은 사실 60년대부터 시작했다. 그 당시부터 80년대 말에 이르기까지 ‘수출시장 중심의 해외시장 개척’을 추진했다. 하지만 해외시장에서의 국내 브랜드 이미지 한계 등이 문제로 대두되며 본격적인 해외진출과 글로벌 마케팅 전략 수립을 절실히 느꼈다.이런 고민들을 기반으로 전략을 끊임없이 세운 끝에 90년 초에 중국과 프랑스에 현지 생산공장을 설립하게 됐다. ‘현지생산 및 글로벌 브랜드 전략’을 추구하게 된 것. 이를 기반으로 2000년대 들어 ‘본격적인 글로벌 추진기’를 맞았다.현재 태평양의 글로벌 전략 초점은 중국과 프랑스에 모아져 있다. 중국의 경우 문화적 동질성과 근린성을 지녀 제2의 내수시장이라 불릴 만큼 큰 잠재력을 지녔다. 프랑스는 시장으로서의 의미와 함께 화장품의 본고장으로서 반드시 테스트를 거쳐야 할 경쟁무대라고 태평양측은 판단하고 있다.중국시장의 개방이 가속화되기 이전인 93년 태평양은 선양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선양과 창춘, 하얼빈 등 동북 3성을 중심으로 백화점과 전문점에 마몽드와 아모레 브랜드를 공급하며 시장 탐색전에 나섰다. 그후 영업력을 강화해 동북시장에서 시장점유율 4~5위를 유지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시장 탐색전이 끝난 후 태평양은 지속적으로 키워온 브랜드 ‘라네즈’를 ‘아시아 브랜드화’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시장 도입에 앞서 3년간의 철저한 사전조사와 3,500명에 이르는 현지 소비자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브랜드 관리를 위해서는 고급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는 백화점으로 유통경로를 한정하는 편이 낫다고 봤다.2002년 5월에는 중국시장 도입에 앞서 글로벌 브랜드의 각축장이며, 중국시장의 창이라 할 수 있는 홍콩시장에서 먼저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홍콩 소고(SOGO)백화점에 1호점을 오픈한 라네즈는 매장당 월평균 매출이 1억원을 초과하는 성과를 내며 올해 안에 총 12개 점포로 확대할 계획이다.이런 활동을 통해 축적된 중국시장에 대한 이해와 인력을 바탕으로 중국 유행의 발생지인 상하이에 별도의 현지법인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2002년 9월부터는 ‘라네즈’ 브랜드를 현지에서 생산, 소비자들에게 보다 밀접한 서비스와 함께 제공하고 있다. 백화점 경로만을 고집한 결과 상하이의 1급 백화점인 팍슨(百盛), 태평양(太平洋) 등을 비롯, 주요 20개 도시 40여개의 백화점에 진출했다. 올해 말까지 총 80여개의 매장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라네즈 브랜드의 런칭에 앞서 실시된 사업성 검토에서 2005년 내에 매장당 월 1,000만원의 매출을 달성하면 대성공이라고 예측했었다. 이미 1일 매출 3,000만원, 월 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매장이 나타나 예측치를 앞지르고 있다.홍콩과 중국시장에서 구축한 브랜드 이미지를 기반으로 하여 라네즈 브랜드의 아시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3년 싱가포르의 중심에 있는 이세탄백화점에 진출했고, 2004년에는 대만의 미츠코시백화점, 인도네시아의 소고(SOGO)백화점에 진출했다. 조만간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 미진출 국가 조사도 마무리할 계획이다.프랑스 시장에는 97년 ‘롤리타 렘피카’ 향수를 출시한 후 2002년 말 프랑스 시장 점유율 2.6%를 차지하며 향수부문 4위를 기록했다. 화장품업계에서 권위를 자랑하는 FIFI상 등 다수의 상을 받기도 했다.롤리타 렘피카의 성공에 힘입어 태평양의 프랑스 현지법인은 2003년 4,100만유로의 매출을 올렸다. 2004년 4월에는 프랑스 사업의 재도약을 위하여 파리시내에서 남서쪽으로 약 90Km 떨어진 샤르트르(Chartres)의 3만평 대지 위에 초현대식 설비를 갖춘 공장을 준공했다.2004년 1억달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는 해외매출을 2015년 전체 매출 목표인 40억달러의 30% 수준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게 태평양의 당찬 포부다. 기존 사업의 강화는 물론이고 홍콩, 싱가포르, 대만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 특히 중화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예정이다.지속적 경영혁신활동 전개지속적인 경영혁신활동 전개도 오늘의 태평양을 만든 원동력이다. 92년부터는 ‘MASTER21’(Man, Machinery, and Space Technology Efficiency Revolution 21C)라는 생산혁신활동을 펼쳐왔다.95년부터는 원가절감운동인 TCR(Total Cost Reduction)를 추진했다. 전체인력을 91년 7,000명에서 2002년 말 3,300명으로 감소시켰고 비핵심 공정을 아웃소싱으로 돌렸다.2000년부터 ‘디지털 드림 컴퍼니’(Digital Dream Company)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업무과정의 디지털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2001년 4월에는 DDP(Digital Dream Project) 추진본부를 설치해 판매정보와 재고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생산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한 화장품업계의 선두주자 태평양. 지금까지는 화장품을 통한 ‘밖으로 보이는 미’에 치중한 반면, 앞으로는 웰빙 트렌드에 맞춰 ‘건강미’부문도 강화할 생각이다. 설록차를 중심으로 한 녹차의 보급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화장품과 연계된 먹는 뷰티푸드(Beauty Food) 브랜드 V=B프로그램 등을 집중 육성할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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