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앞으로’… 거침없는 성장가도

점포오픈 올해 사상 최대 … 저비용 · 고효율구조 최고경쟁력 확보

국내 최초의 할인점 이마트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신세계에 불황은 그리 ‘두려운 상대’가 아니다. 지난 97~98년 외환위기를 발판삼아 1위 자리를 공고히 한 전력이 있어, 오히려 익숙하다 할 만큼 자신만만하다. 불황을 효과적으로 뚫은 것은 물론 불황을 계기로 시장을 석권했으니 ‘불황전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신세계의 확고한 성장동력인 이마트는 전체 매출의 80%선을 차지할 만큼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93년 가격파괴를 통한 한국형 할인점을 선보이면서 국내 유통업계에 새바람을 일으킨 이후 매년 20%의 고신장을 기록하며 시장점유율을 높여왔다. 현재 대형 할인점시장에서 이마트의 점유율은 31.5%. 상위 5개 할인점만 놓고 보면 무려 44%에 달한다. 2위와의 격차가 22%나 돼 ‘독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마트의 성장은 브랜드 가치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최근 이 브랜드가치 평가기관인 브랜드스톡(www.brandstock.co.kr)과 함께 국내 대표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이마트는 애니콜(삼성전자), 쏘나타(현대자동차), 스피드010(SK텔레콤)에 이어 4위에 랭크됐다. 신세계측은 이를 소비시장에서 이마트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것은 물론 유통업을 주력산업 대열에 당당히 올린 징표로 해석하고 있다.특히 할인점 자체가 불황에 빛을 발하는 업종이어서 성장세 지속 가능성을 의심하는 이는 거의 없다. 오히려 이마트의 시장지배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진 L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추가 출점을 위해 확보해 둔 거점만 30여개에 이르고 인터넷 이마트몰 진출로 멀티채널 마케팅이 가능해져 이미 성장성을 확보해 두고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또 “온라인사업은 기존 오프라인 매장의 보완ㆍ보강의 형태로 전개돼 이마트 장점을 최대화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낼 것”으로 기대했다.전국 거점망ㆍ높은 효율 ‘강점’신세계 이마트가 불황에 강한 이유는 크게 네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독보적인 전국 거점망 구축. 이마트의 점포수는 99년 20개, 2000년 28개에서 2001년에는 42개로 크게 늘었고 2002년에는 52개, 2007년에는 100개를 돌파할 예정이다. 지난 10월7일에는 70호점인 용산역점을 오픈, 역사형 할인점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이마트는 월마트와 까르푸 등 외국계 할인점들이 국내 상황을 파악하기 전, 단기간에 전국적인 다점포망을 구축했다. 특히 외환위기 당시 프라이스클럽 매각으로 1억달러의 외자를 유치, 전국 주요 상권의 할인점 부지를 대거 확보한 것이 고속성장의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 유통업계가 경쟁적으로 할인점사업에 뛰어들면서 부지 확보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마트는 오픈 목표에 필요한 부지를 이미 100여곳(기존점 + 부지확보 포함) 확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올해 이마트가 잡고 있는 불황전략도 공격적인 출점에 초점이 모아진다. 올해 사상 최대인 14개 점포(중국 2개점 포함)를 추가, 74개의 점포망을 구축하는 한편 매년 10~12개 이상의 점포를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경쟁업체에 한 발 앞서 신속하고 공격적인 의사결정으로 전국 상권을 조기에 장악했던 ‘장기’가 지속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둘째, 생계형 소비에 강하다는 점. 불황일수록 현실적인 소비패턴으로 돌아서기 마련인 소비자에게 식품 및 생필품의 상품력은 할인점을 선택하는 절대기준이 된다. 이마트가 내걸고 있는 ‘신선식품이 좋은 할인점’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불황을 체감하는 소비자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이마트는 진작부터 업계 최고의 신선식품 경쟁력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왔다. 최근에는 회, 우유 등 유제품, 계란 등에 선도유지 마케팅을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회코너의 경우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산지에서 각 매장의 수족관까지 직접 배송, 매장에서 직접 회를 뜨고 동절기에는 6시간, 하절기에는 4시간이 지나면 50% 할인 판매하고 있다.우유 등의 유제품은 유통기한 5일을 무시하고 매장 진열 후 48시간 안에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포장육과 야채류도 판매시점 제한을 통해 신선식품만 판매하는 한편 폐점시간이 다가오면 20~50% 할인으로 제품을 소진시키고 있다.또 신선식품의 일정한 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매장별로 준법담당을 지정, 수시로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있다. 전문바이어의 철저한 산지관리, 야채류의 신선도 유지를 위한 각종 선진기술 접목 등도 신선식품의 경쟁력 확보에 큰 몫을 하고 있다.셋째, 경쟁업체에 비해 월등히 높은 효율. 이마트는 마케팅 비용을 적게 쓰는 업체로 유명하다. 흔한 TV광고도 관심 밖이다. 뿐만 아니라 물류, 정보 등에 소요되는 비용도 크게 낮췄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마트의 판매관리비용이 타 업체에 비해 3~5% 낮다고 분석한다. 보통 17~18%선인 비용을 이마트는 14%대에서 해결하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이마트와 경쟁업체의 매출 및 이익 차이가 확연히 다른 현상을 보이고 있다. 매출액이 2배 차이라 하더라도 이익은 60배까지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는 것. 김대식 홍보과장은 “출점 첫해부터 비용효율을 높여 흑자폭을 높이는 방법을 꾸준히 연구, 발전시키고 있다”며 “점포수 증가 → 바잉파워 향상 → 원가절감 → 상품가 하락 → 소비자 만족의 선구조가 탄탄하게 정착돼 있다”고 밝혔다. 최근 FTA 통과 이후 중국산 제품 수입 증가에 대비, 저가 고품질 중국산 생필품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도 효율을 높이는 측면에서라는 설명이다.넷째, 신세계가 자랑하는 경영투명성. 지난 99년 12월 윤리경영을 바탕으로 한 신경영이념 선포식과 함께 국내 최초로 기업윤리업무 전담부서를 설치한 신세계는 ‘기업윤리실천사무국’을 중심으로 윤리경영을 강력하게 추진해 오고 있다.특히 협력회사와의 거래투명성, 청결성 확보 노력은 이미 일반 소비자층에까지 가시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불건전한 거래관계가 신세계와 협력회사 모두에게 부담을 안겨주고 공존공영 관계에서 불공정한 거래로 변모, 양사 모두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인식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덕분에 기업투명성이 크게 강화되고 이는 다시 바잉파워 향상 및 소비자 만족으로 이어지고 있다.신세계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3조1,212억원. 지난해에 비해 14.12%가 늘어난 실적이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7%가 증가했다. 올해 23조원 규모를 바라보는 할인점 시장에서 이마트의 존재가 절대적임은 말할 것도 없다. 외환위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았듯, 이마트의 ‘불황전략’은 ‘승리전략’과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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