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 팔지 않는 ‘한우물’ 기업철학

분유 · 이유식 시장 60% 점유 ··· 출시 제품 20~30% 100억원 이상 매출 올려

남양유업은 1964년 충남 천안에 제1공장을 설립한 이후 불황을 타지 않는 기업으로 이름을 날리며 성장해 왔다. 설립 당시부터 낙농과는 거리가 먼 충남 천안을 입지로 택해 화제가 됐다.그후 성장의 단계를 밟아 나간 남양유업은매년 성장세를 보이며 현재 전국에 4개의 공장을 갖고 있다. 중앙연구소 1개를 포함, 16개 지점에서 분유 먹는 아기 10명 중 6명이 찾는 제품을 다루고 있다.1960년대 이전 그 어려웠던 시절에는 우유나 분유 자체가 매우 귀했다. 한국전쟁 이후 선보인 구호용 탈지분유와 일부 부유층 사이의 일제 분유, 미군부대에서 불법 유출된 미국산 조제분유가 전부였다.지난 70년대 초만 해도 분유를 집안 구석에 숨겨놓고 아기가 허약해 보이거나 아플 때 조금씩 먹일 정도로 분유는 귀하디귀해 금유(金乳)라 불리기도 했다. 60년 초 분유 1통 가격이 쌀 1말 가격 정도였으니 그 당시 상황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남양유업은 남양상사라는 비료 수입상을 경영하던 홍두영 창업주가 출장을 다니며 갖게 된 유제품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다. 이후 비약적 성장을 하며 국내 분유업계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게 됐다.처음 자리잡은 천안시 청수동 공장터는 옛 금광터였다. 이곳 주민들은 지금까지도 풍수지리학적으로 남양이 금터에 앉아 ‘부자회사’가 됐다고 믿는다는 후문.‘터가 좋다’는 이유만으로는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남양유업을 설명할 수는 없다. 사실 남양유업은 자신만의 독특한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20년 전부터 ‘기본’과 ‘끝마무리 철저’를 경영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삼았다. 이런 기본 다지기 운동은 군더더기 없는 경영현장의 모습으로 나타났다.남양유업의 공장에 가보면 작업라인에서부터 휴게실까지 불필요한 것 하나 없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이런 경영철학으로 남양유업은 최대의 유가공기업이면서도 사옥 하나 없이 40년째 세 들어 살고 있다. 공장에는 1,000억원이 넘는 시설투자를 하고, 사원만 3,000명이 넘지만 임원은 불과 7명, 부장은 23명에 지나지 않는다.지난 97년 말 외환위기 당시 대기업들이 자금난에 휘청거릴 때도 남양유업은 20% 이상의 성장을 보여 ‘기본 다지기’의 진수를 보였다. 외환위기가 지나기 전인 98년에는 심지어 180억원의 은행차입금을 갚아버려 무차입 경영에 이르렀다.기본을 지키기 위해 남양유업은 지독할 정도로 품질검사를 깐깐히 한다. 목장주들에게악명이 높은 기업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원유값만은 현금으로 결제하고 결제일도 정확하게 지키는 회사로 유명하다.문어발 확장 없는 내실경영다른 기업들이 성장과 동시에 문어발 확장을 시도할 때도 남양유업은 실속경영만을 추구했다.작지만 탄탄한 기업으로 내실을 다지며 제품의 다양화는 추진하지만 사업의 다각화는 철저하게 배제했다. 회사가 이익을 거듭 내자 분유캔을 만드는 회사나 사료공장 등을 세우자는 내부 의견도 많았다.하지만 전공을 벗어나는 사업에는 눈을 돌리지 않겠다는 방침. 식품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기까지는 절대 한눈 팔지 않겠다는 경영주의 철학이 깊었다.200여가지의 제품을 생산하는 남양유업의 제품은 불가리스와 아기사랑, 아인슈타인우유, 이오, 프렌치카페, 알로에생 등으로 시장에서 1등하는 장수상품, 효자상품이 대다수다. 분유시장과 이유식시장에서 6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일 정도.제품의 흥망성쇠가 빈번한 유가공업계에서 남양은 출시하는 제품의 20~30%를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히트상품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제품기획부터 브랜드전략, 생산기술, 품질력, 마케팅, 고객관리 등 전과정에 걸쳐 장수하는 히트상품을 만들기 위해 고심한다.남양유업은 고객과의 교감을 특히 중시한다. 식품회사는 고객의 반응과 평가가 생명이라고 판단, 고객의 불만이나 건의사항 모집에 적극적이다.일례로 남양유업이 보다 많은 고객의 목소리를 포착하기 위해 만든 ‘남양아이’라는 육아 포털사이트는 육아를 둔 주부들 사이에 인기 사이트로 자리잡았다.제품 출시 전에는 수백명의 소비자들로부터 맛과 이미지를 평가받는다. 그 결과 탄생한 천연과즙우유의 경우 우유소비 침체 속에서도 출시 초기보다 매출이 300% 성장하며 올해 4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올해 30% 매출 성장 기대남양유업의 지난해 매출은 7,560억원, 올해는 1조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지난해 매출보다 무려 30% 이상 목표를 늘려잡아 무리수로 보이기도 한다. 남양유업측도 자사의 목표가 무모하게 보일 수도 있다고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올해 목표를 높게 책정한 이유를 자신 있게 밝히고 있다.먼저 첫 외도라 할 수 있는 ‘물’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또 음료제품의 확대와 함께 해외판로를 적극 넓히는 게 가능하다고 내다봤다는 것이다.이유 있는 자신감을 보인 남양은 지난해 11월 중국에 3,400만달러어치의 제품을 수출했다. 시장규모가 방대한 중국을 수출 타깃으로 삼은 만큼 이는 국내 분유시장의 15%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베트남 등 동남아지역에서 제품발표회와 품질세미나를 개최하며 발판을 넓히려는 중이다.번 돈을 재투자하는 활동도 적극적이다. 2002년 완공된 천안의 제4공장에는 1,200억원을 투자했다. 유가공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쾌거가 달성될 지 시장은 주시하고 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