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미래는 내가 책임진다’… 열기 후끈

주말창업의 진원지는 일본이다. 말 만들기 좋아하는 문화답게 90년대 이후 일찌감치 유행어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던 게 최근 2~3년새 열도를 넘어 한국으로 월경했다. 주말창업이란 말도 원래는 그게 아니었다. ‘주말기업’이란 일본의 신조어가 한국에서는 ‘주말창업’으로 바뀌었다.이라는 책을 통해 이 단어를 처음 썼던 창업컨설턴트 후지이 고우이치(藤井孝一)씨는 “주말기업이란 회사를 관두지 않고 소자본으로 인터넷을 활용해 창업하는 것을 뜻한다”고 말한다. 부수입 확보ㆍ커리어 분산ㆍ자아실현 등 주말창업 이유도 다양하다.실제로 일본의 주말창업 열기는 대단하다. 월급쟁이 사회에서는 한때 홍역처럼 훑고 지나갔다는 평가까지 있다. 최근까지도 주말창업은 방송ㆍ신문을 비롯한 대중매체의 단골 기사거리 중 하나다. 커리어코치(Career Coach) 항목에서도 핵심 컨설팅분야로 떠올랐다. 일부에서는 ‘주말기업대학’이라는 정규강좌까지 개설했다. 매달 정기세미나와 지역순회강좌를 여는 곳도 생겨났다. 을 필두로 유사서적도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관련 사업단체인 ‘주말기업포럼’ 관계자는 “주말창업자가 다니던 회사에서는 비밀로 하는 탓에 정확한 수치를 잡긴 어렵지만, 예비창업자의 호응을 보건데 그 인기는 대단하다”고 말한다. 인터넷에 올려진 익명의 체험담 숫자만 봐도 그 열기는 확인된다.의 저자 후지이 창업컨설턴트도 비슷한 견해다. 그는 “강사로 초빙돼 전국을 다니는데 참가자의 면면만 봐도 높은 관심도를 체감할 수 있다”고 전한다. 온ㆍ오프라인을 망라해 동호회나 관련모임도 크게 늘었다고 덧붙인다.가령 후지이씨가 활동 중인 ‘주말기업포럼’은 1년도 안돼 무려 1,200명 이상의 창업희망자가 참가했다. 한산했던 90년대와는 차원이 다르다. 주말창업을 통해 잃어버릴 건 아무것도 없다는 인식이 늘면서 ‘모 아니면 도’식의 막무가내 창업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을 정도다. 몇몇 회사는 아예 주말창업이 확인된 직원의 경우 아웃시키겠다는 경고까지 밝혔다. 이쯤 되면 일시적 유행을 넘어 하나의 사회트렌드로 보는 게 타당하다.심심풀이 아닌 생사기로의 선택일본에서 주말창업이 번성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심상훈 작은가게창업소장은 “주말창업이 일본에서 붐을 일으킨 건 순전히 악화된 고용사정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직장만 다녔다간 내일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는 진단이다. 사실 ‘잃어버린 10년’으로 요약되는 장기복합불황의 고착화는 그간 종신고용ㆍ연공서열로 정년을 보장받던 ‘철밥통’ 직장과의 이별을 뜻했다. 90년대 이후 버블붕괴가 현실화되면서 실업률도 꾸준히 올랐다. 따라서 샐러리맨의 자발적인 불황타개책으로 창업이 대안으로 떠오른 건 당연한 수순이다. 게다가 더 이상 ‘심심풀이’가 아닌 ‘생사기로’의 중대한 선택이라는 인식도 강해졌다. 위기감만큼 신중함도 늘었기 때문이다.샐러리맨의 시행착오도 주말창업에 불을 지폈다. 사실 샐러리맨의 불황대책은 다양하다. 전직ㆍ이직ㆍ독립창업 등 틈새까지 합하면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유독 주말창업이 뜬 건 상대적으로 작은 리스크 때문이다. 게다가 보수적인 일본 특유의 성향과도 잘 맞는다. 가령 전직ㆍ이직만 해도 적잖은 위험이 뒤따른다. 또 생각만큼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다. 설사 옮겼다 해도 회사원 신분은 그대로다. 커리어 업그레이드를 위해 자격증을 딴다지만, 그것도 마땅찮다. 몸값보험은커녕 위안거리에 불과해서다.부업도 마찬가지다. 부업은 역시 ‘시간 품팔이’일 뿐이다. 타산도 안 맞고 희망도 없다. 독자적인 전업창업에 나서는 것도 위험하기는 매한가지다. 불황 때의 독립창업은 성공확률이 극히 낮다. 이를 종합하면 주말창업만큼 호소력이 높은 불황 타개책도 없다는 결론이다.주말창업에 대한 특집기사를 게재했던 잡지 는 주말기업을 비즈니스맨의 ‘커리어 혁명’으로 평가했다.이 잡지에 따르면 지금껏 장래성이 없을 때 일본의 샐러리맨에게는 2가지 선택밖에 없었다. 위험을 감수한 채 회사에서 뛰쳐나오든지, 포기하고 퇴직 때까지 마지못해 회사에 남든지 등이었다. 그런데 주말창업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회사에 있을 때 시작해 궤도에 오르면 그만둔다’는 제3의 선택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한편 주말창업과 주말샐러리맨을 착각해서는 안된다. 부업에 주말을 쏟는 단순한 ‘Two Jobs’는 예전부터 있어왔다. 반면 주말창업은 본인이 기업의 CEO로서 의사결정을 한다는 기본전제부터 다르다.일본의 웹사이트를 검색해 보면 주말창업의 여러 장점이 목격된다. 가장 빈번히 거론되는 게 경제적 안정감이다. 위험부담이 적은 저비용 사업인 까닭에 대학생까지 주말사장 직함에 도전장을 낼 정도다. 장비를 갖춘 취미생활을 주말사업으로 확대시킨 케이스도 많다.일례로 영화촬영이 취미인 H씨는 주말마다 결혼식장ㆍ행사장에서 촬영을 해주고 돈을 받아 촬영기기 비용을 빼고도 월 20만엔(약 2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얻는다. 활동영역이 확대되니 인맥도 덩달아 늘어난다. 풍부한 경험이 친화력을 키울 수도 있다. 때에 따라 주말창업은 본업에까지 도움을 준다.그렇다면 일본에서 주말창업 유망 아이템으로 상종가를 치고 있는 건 뭐가 있을까. 이경혜 창업컨설턴트는 “일단 주말시간을 집중ㆍ활용한다는 점에서 독립창업보다 아이템의 가짓수는 월등히 적다”고 말한다. ‘주말특화’ 아이템이란 게 여러모로 제한조건이 많아서다. 일본의 ‘주말기업포럼’ 사이트를 둘러보면 대략 4가지의 대분류가 가능하다. 물건판매, 컨설팅, 뉴스ㆍ칼럼작성, 업무중개ㆍ알선 등이다. 하나같이 회사를 다니면서 인터넷으로 영업이 가능한 경우다. 구체적으로 온라인쇼핑몰 운영, 대행서비스(회계계산ㆍ홈페이지 작성ㆍ번역 등), 정보발신서비스(메일매거진 등), 온라인교육ㆍ컨설팅서비스, 중개사업(인재파견) 등이다.여기에 덧대 의 저자 후지이씨는 하고 싶고, 할 수 있으며, 트렌드에 맞는 일로 압축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이 셋의 공통분모가 최선의 주말창업 아이템이라는 진단이다. 특히 아이템 축약도 이 순서로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아이템을 골랐다면 그 다음은 방법론이다.후지이씨는 “무엇보다 고객층이 확실한 비즈니스모델을 찾는 게 급선무”라며 “아무리 좋은 사업거리라도 고객접점에 실패하면 안된다”고 평가한다. 요컨대 고객규모ㆍ진입장벽을 고려할 경우 주말창업은 ‘넘버원’(No.1)보다 ‘온리원’(Only.1)이 한결 유리하다. “자기만의 희소가치를 부각시키는 게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후지이씨는 잘라 말한다.일본형 주말창업의 성공경영학은 몇가지로 요약된다. 우선은 지속적인 투자다. 수입이 생기면 이익의 일부를 반드시 재투자하는 게 기본이다. 일례로 매출의 10%는 적립해 두는 게 좋다. 가족의 도움도 필수다. 주말창업은 혼자 해서는 곤란하다. 가족에게 창업 자체를 레저나 교육의 일환으로 인식시키는 게 필요하다. 뜻하지 않게 자녀의 창업마인드를 심어줄 수도 있다. 회사에는 반드시 비밀로 하는 게 권장된다. 일본회사의 80% 이상이 겸업을 금지하고 있다.암묵적 동의를 얻었더라도 가급적 최후까지 입을 닫는 게 유리하다. 시간이 곧 돈이라는 비용의식도 성공경영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주말창업 때는 늘 시간이 부족하다. 일정표가 지켜지지 않으면 사업실패는 불가피하다. CEO의 마음자세는 편안한 편이 좋다. 우선은 즐긴다는 기분으로 일하는 게 중요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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