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엔 ‘편의점’ 주말엔 ‘플스방’

새해 벽두부터 김희준 메가플스 노량진점 사장은 근심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운영하고 있는 편의점의 매출이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폐업을 하는 편의점이 속출하는 통에 걱정은 커져만 갔다. 그나마 김사장의 편의점은 종로 대로변에 있어 사정이 나은 편이었지만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불황을 겪다 보니 불황에 강한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황에 무슨 창업이야’는 만류도 많았지만 오히려 불황기에 투자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김사장이 고른 업종은 플스방(소니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을 이용한 게임방)이었다. 게임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지만 오로지 사업의 전망이 밝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했다. 문제는 3억원 가까이 드는 창업비용. 마침 사업에 성공한 친척 어른이 돈을 융통해줘 비용조달에 어려움이 없었다.“아내의 반대가 컸습니다. 편의점이 워낙 힘든 일인데다 또 창업을 하겠다고 하니 걱정이 앞선 거지요. 게다가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게임방은 호감이 가는 업종이 아니었고요. 하지만 같이 준비를 하면서 아내가 오히려 적극적이 됐어요.”김사장은 주말에만 플스방에서 일한다. 평일에는 편의점에서 처리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물건주문도 하고 결제도 해야 하는 등 사장이 할 일이 적지 않다. 하지만 플스방은 김사장이 없어도 잘 돌아간다. 전문매니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말에는 손님이 몰려 김사장도 도와야 한다.“개업을 한 지 한 달 반 정도가 지났을 뿐이지만 어지간히 자리를 잡은 느낌입니다. 인근에서 가장 괜찮다는 입소문이 많이 나서 손님이 늘고 있습니다.”플스방이 조기에 자리를 잡은 데는 편의점을 하면서 터득한 장사 노하우가 큰 역할을 했다고 김사장은 말한다. 우선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정식 개업 전에 일주일간 시범운영을 하는 등 준비를 철저하게 했다. 개업을 한 후에는 홍보를 위해 게임대회를 열었다. 대회 수입의 2배에 달하는 경품을 걸어 참여를 유도했다. 매니저에게는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자신이 없는 평일의 영업을 책임지는 매니저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였다.“실수도 많았어요. 편의점에서는 보통 넥타이를 매고 있는데 그 차림으로 플스방에 가니 손님들이 거북해 하더라고요. 필요한 게 있어도 말을 붙이지 못하는 눈치였어요. 캐주얼로 갈아입으니 손님들이 훨씬 편하게 다가오더군요.”김사장은 점포영업에서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게 직원관리라고 생각한다. 단순판매를 하는 편의점에서조차 아르바이트생에 따라 매출이 눈에 띄게 차이난다는 것. 더욱이 서비스업인 플스방에서 직원의 경쟁력은 바로 점포의 경쟁력이 된다. 특히 학원가인 노량진 상권은 1년 단위로 대상 고객이 바뀌기 때문에 직원들의 서비스 마인드가 더욱 중요하다고 김사장은 강조한다.“평일에는 제가 안 가니까 직원들이 더욱 잘해줘야 합니다. 물질적 보상도 중요하지만 우선 직원들을 믿어야 합니다. 의심받으면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어디 있겠어요.”모든 일이 순조롭지만 김사장에게도 고민이 있다. 게임을 전혀 못한다는 점이다. 게임을 모르면 손님의 불편을 해결할 수 없는데다 부지불식간에 불친절해질 수 있다는 게 김사장의 생각이다.“틈나는 대로 연습을 하는데 워낙 게임에 젬병이라 잘 안 느네요. 6개월 정도 꾸준히 하면 손님들과 함께 게임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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