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출강·영어학원 운영 ‘바쁘다! 바빠’

“주5일 근무제를 노렸습니다.” 부천대 비서행정학과 김혜옥 겸임교수(38)가 씩 웃으며 말을 꺼낸다.김교수는 지난해 7월 1대1로 영어를 가르치는 ‘잉글리쉬채널’ 삼성점을 창업하면서 대학교수와 학원장의 역할을 함께하고 있다. 그렇다고 일에 찌든 모습이 전혀 아니다. 오히려 얼굴 표정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올해 들어 주변의 우려를 씻고 단시간에 학원운영이 안정궤도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에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김교수가 영어학원 창업에 관심을 가진 것은 영어에 대한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시절을 미국에서 보낸데다 대학 학부과정을 미국(미시간주립대 경영학)에서 마쳤으며, 한때 영어학원 강사로 일한 적도 있다. 90년 대학을 졸업한 뒤 귀국한 그녀가 사회에 첫발을 디딘 곳이 바로 영어학원이다. 6개월밖에 일하지 않았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직접 학원을 운영해 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된 것이다.91년 대한항공 마케팅부로 자리를 옮겨 8년간 일했으나 99년 자녀교육 문제로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좀더 자유롭게 일하면서도 자신의 경험을 최대한 살린 사업을 구상하던 중 ‘텔레폰 닥터’(telephon doctor)라는 미국회사와 인연을 맺는다. 비즈니스 전화응대 요령을 컨설팅하는 이 회사의 한국지사를 설립한 것이다.입소문이 조금씩 나면서 여기저기서 그녀에게 손길을 내밀었다. 글로벌 에티켓이 강조되면서 수요가 늘어난데다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곳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99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강좌를 개설해줘 올 상반기까지 500여명의 직장인이 그녀의 강의를 들었다. 2000년 가을부터는 경기도 부천대 비서행정학과 겸임교수로 임명돼 일주일에 10시간의 강의를 맡고 있다.바쁜 와중에도 그녀는 학원운영에 대한 꿈을 잊지 않았다.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학원창업에 대한 정보수집에 나섰다. 그러다가 ‘잉글리쉬채널’을 방문한 그녀는 ‘바로 이거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무엇보다 주5일제가 본격 시행되면 주말에 자기계발을 위해 영어학원을 찾는 직장인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더군다나 외국인 강사와 한국인 강사가 한팀을 이뤄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1대1 영어교정을 해주는 교육방식이 학습효과도 높은데다 일반 영어학원을 꺼려하는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얻을 것으로 판단했다.창업비용은 보증금을 합쳐 4억원이 들었다. 처음에는 강사 두 명으로 시작했으나 수강생이 늘면서 10명으로 늘어났다. 현재 수강생이 250명에 이르고 있는데 주변에 사무실이 밀집한 지역 특성상 대기업 임원이 많다. 주5일제가 시행된 이후 수강생이 다달이 20% 정도 늘어나고 있다.김교수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게 힘들기는 하지만 서로 도움을 주는 ‘윈윈’ 효과도 많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가르친다는 면에서 똑같고, 비서행정학과의 특성상 친절과 서비스를 많이 강조하는데 학원운영도 마찬가지에요. 특히 학원운영은 직원들을 잘 두는 게 중요한데, 저는 인복이 많은 편입니다.”실제로 김교수는 일주일에 두세 번 학원에 나오고 나머지 시간은 대학 강의준비와 대학원 공부(숙명여대 특수대학원 석사과정)에 전념하고 있다. 학원운영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팀장에게 원장 역할의 상당부분을 맡기고 있다. “대학교수와 학원장의 역할 모두 A+의 점수를 받고 싶다”는 그녀의 야무진 꿈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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