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고부가·혁신 성공 ‘무한질주’

한국타이어가 세계 타이어 시장에서 가장 높은 이익률을 내는 기업으로 뽑혔다.업계 권위지인 미국의 가 평가한 세계 타이어업체의 이익률 순위에서 영업이익률 10.2%, 순이익률 6.1%로 당당히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이다.미쉐린, 굿이어, 브리지스톤 등 세계적 타이어 메이커의 영업이익률이 평균 5%, 순이익률이 3%에 그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더군다나 한국타이어의 높은 이익률은 현재형이자 미래형이다. 이익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1.8%에 머물던 이익률이 2001년 2.2%, 2002년 4.4%, 2003년 6.1%로 해마다 널뛰기 성장을 하고 있다.경영실적도 덩달아 좋아지고 있다. 당기순이익이 2001년 304억원에서 2002년 695억원, 2003년 1,015억원으로 매년 두 배 가까이 뛰고 있다. 반면 부채비율은 2001년 99.6%에서 2003년 71.5%로 뚝 떨어졌다.올해는 상황이 더욱 나아질 전망이다. 이미 상반기에 매출액 9,129억원, 순이익 1,012억원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2%, 45.1% 늘어난 것이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고속주행하고 있는 한국타이어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글로벌마케팅 ‘원더풀’한국타이어는 2003년 7억달러어치의 타이어를 170여개국에 수출했다. 뜨거운 열사의 사막에서 혹한의 시베리아까지 한국타이어가 굴러가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연간 판매량이 2,000만개로 이를 펼쳐놓으면 길이가 1만2,000km. 서울에서 부산까지 14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한국타이어가 첫 수출에 나선 것은 1962년. 시장개척은 녹록지 않았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낯선 나라의 낯선 타이어가 세계시장에서 푸대접을 받을밖에.다른 기업도 마찬가지였겠지만 해외시장을 누빈 직원들이 받은 서러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들의 목표는 오직 ‘빅5’ 자동차업체에 신차용으로 납품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타이어를 수출한 지 37년 만인 1999년. 드디어 포드사에 역사적인 신차납품을 시작했다.이때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까다롭기로 소문이 자자한 포드사에 납품을 시작하자마자 한국타이어의 명성은 금세 퍼져 나갔다. 브랜드 인지도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GM, 폴크스바겐, 르노 등 세계적인 자동차업체에 잇달아 제품 공급권을 따냈다. 더군다나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자 제품단가를 과감하게 올릴 수 있게 됐다. 박창원 해외기획팀장은 “2002년 이후 연간 10% 이상 제품가격을 높여왔다”고 말했다.이처럼 세계적 자동차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게 된 것은 한국타이어의 제조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유럽시장의 수출 주력제품인 K701이 유럽 타이어 테스트에서 잇달아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것이나 2002년 포드사가 주최한 신차 공급업체 품질평가에서 종합 2위의 평가를 받은 것이 이를 말해준다.특히 올해 포드의 대표적 밴용 차량인 ‘이코노라인(Econoline) E-350’에 앞으로 5년간 연간 38만개의 타이어를 공급키로 했다. 수출액만 5년간 9,000만달러에 달해 한국타이어 입장에서는 안정적 수익기반을 마련한 셈이다.점점 치열해지는 세계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세계 타이어업계 1위인 미쉐린그룹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은 것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미쉐린의 타이어 제조 노하우를 상호 공유하는 것은 물론 공동마케팅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이상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판매가격을 더 올릴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한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해석했다.고부가가치 타이어 ‘화이팅’“일반 제품보다 두 배의 마진을 남깁니다.” 홍보팀 관계자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국타이어의 고부가가치 제품인 UHP 타이어의 판매비중이 연간 40% 가량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8%에 불과하지만 마진율이 높아 이익률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세계 타이어 산업의 성장률은 연간 2%대에 불과하다. 따라서 신규시장보다 대체시장에서의 고부가가치화는 필수적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타이어는 성공적이다.최근 타이어 시장의 화두는 인치업(Inch-up) 타이어로 불리는 UHP(Ultra High Performance) 타이어다. 인치업이란 타이어의 전체 높이는 그대로 둔 채 휠의 직경을 키우고 타이어가 지면과 접촉하는 폭을 넓히는 동시에 측면을 낮춰 고속주행 때 요구되는 접지력을 극대화한 튜닝방법이다. 일반 타이어의 비해 가격이 2~3배 비싸 수입차와 경주용차 등 특수용 제품으로만 사용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고성능 타이어를 선호하는 마니아들이 급증하며 일반 자동차용으로 확산되고 있다.한국타이어는 인치업 타이어 시장 공략을 위해 그동안 단점으로 지적돼 온 승차감을 높이고 소음을 줄인 XQ-옵티마(Optima)와 Y스피드 등급(시속 300km)인 벤투스 시리즈를 내놓았다. 특히 벤투스는 해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아 북미 SCCA, 이탈리아 F3, 그리스 및 이탈리아 랠리 공식 타이어로 선정됐다.국내 인치업 타이어 시장규모는 약 70만개로 이중 22만개 정도를 한국타이어가 판매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의 반응은 더욱 폭발적이어서 2003년 인치업 타이어 해외 판매량이 250만개로 2002년에 비해 60% 이상 늘어났다. 올해는 약 300만개 이상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중국진출 ‘오케이’한국타이어는 그 어렵다는 만리장성도 거뜬히 넘었다. 99년 5월 가흥과 강소 두 지역에서 공장 준공식을 가진 이래 4년 만인 2002년 매출 2,929억원과 순이익 209억원을 올렸으며 승용차 타이어 시장 점유율 28.5%로 1위를 차지했다.올해는 매출 3,600억원에 경상이익 400억원이 예상된다. 중국시장의 성공적인 정착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중국시장은 연간 8~9% 고성장하고 있다. 또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이 혈전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따라서 중국에서의 성공이 한국타이어의 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자체 판단이다.중국시장에서의 성공은 치밀한 현지화 전략이 효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이미 94년 베이징지점을 설립해 한국산 타이어를 수입해 판매했고, 이 과정에서 지역별ㆍ계층별 시장조사와 회사홍보를 병행했다. 합자와 독자회사 2개를 설립해 장단점을 상호 보완했고 적극적으로 유통망을 확대한 것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여기다가 고품질 고가격 정책으로 로컬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꾀하는 한편 해마다 과감하게 라인 증설에 나섰다. 현지인들을 한국으로 보내 3~4개월씩 타이어 제조 교육 실시와 더불어 간부사원 및 연구인력의 경우 장기간 한국연수를 진행해 현지인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킨 점도 효과를 봤다.한국타이어는 연간 2,000만개의 생산설비를 구축해 중국 내 3대 자동차 메이커에 타이어 공급, 중국 전지역을 연결하는 유통망 구축 등으로 최고의 타이어 메이커로 부상한다는 전략이다.생산혁신 ‘10년 공들여’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생산혁신 활동은 원가절감과 품질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 우선 전사적으로 ERP(전사적 자원관리)를 도입한 것이 큰 효과를 거뒀다. 2000년 7월부터 2001년 8월까지 1년간 150억원을 투자해 미국법인과 한국사업장에 ERP시스템을 구축한 것을 비롯, 2002년 유럽과 2003년 중국지역으로 ERP시스템을 확대했다. 이로써 국내는 물론 해외법인과의 통합적 경영관리가 가능한 프로세스 혁신을 이뤘다.공장에서의 혁신활동은 TPM(Total Pro-ductivity Management), HQ2000(6시그마), TOP(Total Operational Performance) 운동 등으로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98년부터 시작한 TPM은 경영자부터 일선 오퍼레이터까지 전임직원이 힘을 모아 재해, 고장, 불량 등을 제로(Zero)화하자는 운동으로 제안안건 2만4,000건, 분임조 활동 1,200건이라는 실적을 거뒀다. 99년 HQ2000팀을 발족해 전사적 HQ2000운동을 전개했다. 현재까지 프로젝트 완료건수는 210건으로 효과금액은 470여억원이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250건에 달한다.이밖에 2003년 이라크전 발발에 따른 유가의 불안정과 국내외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도입한 것이 TOP운동으로 현재까지 420억원을 절감했다. 생산혁신활동과 더불어 운전대를 잡고 있는 조충환 사장(62)의 역할도 거론해야 될 것이다. 97년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조사장이 인천의 튜브공장을 폐쇄하는 등 과감한 구조조정과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그리고 모든 조직을 마케팅 중심으로 재편하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의 초석을 다진 것이 결국은 높은 이익률로 나타났다는 것이 안팎의 평이다.한국타이어의 비전은 미쉐린, 굿이어, 브리지스톤 등 세계 ‘빅3’와 동등한 대접을 받는 것이다. 2010년쯤이면 가능할 것으로 조사장은 자신하고 있다.돋보기 / 한국타이어는1941년 설립한 한국타이어는 60여년간 타이어산업 외길을 걸어왔다. 1942년 영등포공장에서 타이어생산을 시작으로 79년 동양 최대 규모의 대전공장을 완공하고 97년 최첨단 시설의 금산공장을 세웠다. 99년 중국 가흥과 강소 지역에 2개 공장을 완공했다. 국내에 3개 지역본부, 35개 지점, 1,350개 대리점이 있고 해외에 2개 본부, 10개 법인, 4개 연구소, 6개 지점과 사무소를 두고 있다. 2003년 총매출 1조6,769억원, 당기순이익 1,015억원을 달성했다.돋보기사회공헌도 ‘인상적’한국타이어는 경영실적도 좋지만 사회공헌활동도 야무지다는 평을 듣는다. 90년 설립된 한국타이어복지재단(이사장 조양래ㆍ출연금 170억원)은 연간 예산이 8억~9억원에 지나지 않지만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지원에 주력하는 등 복지재단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다는 평을 듣는다. 제도권 밖에서 정부의 지원 없이 운영되고 있는 비인가시설, 공부방 등에 대한 지원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노인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저소득 재가노인을 위한 ‘동그라미 빨래방’ 지원사업 등을 진행해 사회복지 현장으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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