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감사용’·‘가족’ 등 감성자극 한국영화 풍성

‘빌리지’ ‘나쁜 교육’ 등 수준 높은 외화도 개봉 줄이어

한국영화시장에는 특별한 성수기가 있다. 바로 추석연휴. “추석에 박스오피스 1위 하면 300만, 2위하면 150만”이라는 믿거나 말거나 설이 있을 정도로 추석연휴는 여름, 겨울 성수기 못지않은 깜짝 성수기다. 그만큼 이때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갖춘 소위 괜찮은 영화들이 어마어마한 광고물량으로 무장하고 관객들을 유혹한다. 그래서 으레 이런 경우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하곤 한다. 적어도 이 시기에 개봉하는 작품들은 어떤 영화를 골라도 본전은 찾는다는 의미다. 그런데 올 추석에는 그러지 말자. 더 재미있게 보자. 골라보지 말고 딱 맞춰보자. 기왕 그 많은 작품들 중에 내가 가장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어떤 작품인지 따져보자. 당신은 어떤 관객인가. 당신에게 가장 알맞은 영화, 감히 추천한다. 더불어 극장나들이를 더욱 즐겁게 만들 관람 팁과 예매자들이 매긴 별점(별 5개·10점 만점 기준)도 소개한다.◇용기가 없어 꿈을 접는 당신 (9월17일 개봉)의 키워드는 ‘주먹 불끈’이다. 프로야구 원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패전처리 전문투수 감사용(이범수)의 꿈과 도전을 그린다. 많은 사람들이 꼽는 베스트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한 ‘진짜 슈퍼스타’ 박철순 투수와 ‘유니폼만 슈퍼스타’ 감사용 투수의 맞대결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박철순을 응원하지만 그래도 어머니, 애인, 동료들만은 감사용을 응원한다. 감사용의 진짜 팬들은 그가 던지는 공 하나에 가슴 졸이고 눈물 흘린다. 그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꿈을 역투하는 감사용은 관객에게 비로소 진짜 슈퍼스타가 된다. 용기가 없어 하루하루 꿈을 접는 당신에게 이 영화를 권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당신의 편에 서 지켜봐주는 그들을 위해 당신도 침 한번 탁 뱉고 공을 뿌려보자. 은 꿈을 향해 달려보라고 당신을 응원해 준다. (예매자 별점 ★★★☆ 7.40)TIP : 설령 여자친구나 아내가 스포츠영화를 싫어하더라도 데려가라. 당신보다 더 환호할 것이다. 그리고 극장에서 쓸데없는 체면 따위 버리고 사람들과 함께 환호하고 소리 지르고 주먹 불끈 쥐어보라. 그것이 바로 을 200% 즐기는 방법이다.◇가족과 함께 극장가를 찾는 당신 가족과 함께 볼 만한 영화를 고르는 일은 더 어렵다.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보는데 내 취향만 고집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 그런 당신의 가족을 위해 영화 (9월3일 개봉)을 추천한다. 은 전과 3범인 딸(수애), 무뚝뚝한 아버지(주현), 그리고 귀염둥이 막내아들(박지빈)이 그려내는 따뜻한 가족애이다. 시놉시스만 본다면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대신 이미 영화를 본 관객의 평을 들여다보자. 관객이 올리는 리뷰는 영화이야기보다 자기 가족사 고백이 태반이다. 의 매력은 바로 거기에 있다. 제 가족을 더욱 사랑하게 만든다는 것. 그래서 이 영화의 키워드는 ‘사랑합니다’이다. (예매자 별점 ★★★★ 8.28)TIP :10대 조카가 있다면 꼭 데려가라. 극장에서 가장 많이 울고가장 많이 감동받는 관객층이 바로 10대 관객이다. 또 한 가지 팁은 기왕 보기로 결심했다면 추석연휴 초반에 보라는 것. 그러면 남은 3~4일을 더욱 감사하게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추석엔 역시 종합선물세트’라고 생각하는 당신(9월24일 개봉)는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영화이다. 영화 좀 본다는 독자라면 이것으로 설명 끝이라고 해야 오히려 더 좋아 할지도 모른다. 일단 한 줄짜리 스토리 요약마저도 여기서는 끝. 그만큼 , , 으로 이어지는 샤말란 감독의 작품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보면 볼수록 더 즐길 수 있는 반전 시리즈로 유명하다. 그래서 이 영화의 키워드는 ‘반전’일까. 아니다. ‘종합선물세트’다. 반전 이상의 재미가 있는 작품이 바로 이다. 공포도 보고 싶고 서스펜스도 보고 싶고 로맨스도 보고 싶고 액션마저 보고 싶다면 주저 말고 를 예매하라. 샤말란 감독의 작품이 늘 그렇듯 드라마의 극적 구성이나 긴박한 사건의 전개는 없다. 그러나 샤말란 감독 특유의 긴장감으로 관객을 점층적으로 발전돼 가는 사건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며 호기심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연출의 구성이 탁월하다. (예매자 별점 ★★★★ 8.50)TIP : 연휴에 매일같이 당신의 애인들(?)과 모두 극장 데이트 약속을 잡으라. 물론 다른 시간에. 하지만 모두 로. 는 보면 볼수록 새로운 점이 발견돼 제일 마지막날 데이트하는 애인에게 당신은 영화평론가보다 더 멋지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긴긴 추석연휴, 그래서 더 외로운 당신추석 성수기라고 해도 모든 관객이 꼭 박스오피스 톱5에 드는 영화만 보라는 법은 없다. 그리고 그런 영화의 개봉관 앞에는 커플들이 바글거리기에 ‘나홀로’족에게는 괜히 쑥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추석연휴에 혼자 극장가를 찾는 당신이라면 (9월17일 개봉)은 탁월한 선택이다. 이 영화의 키워드는 ‘비밀’ 혹은 ‘고독’이다. 물론 이 보물을 찾은 관객에게는 즐거운 비밀 혹은 즐거운 고독이 된다. 올해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은 당시 칸을 찾은 국내 영화평론가 모두에게 찬사를 받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신학교 친구이자 서로에게 첫사랑이었던 이나시오와 엔리케, 그들에게 금지된 욕망을 품은 마놀로 신부, 뜨거운 욕망과 남모를 비밀을 감추고 있는 후안, 이들 네 명의 욕망과 애증을 담아낸다. 행복과 기쁨 대신 고통과 상처를 남기는 지독한 사랑에 시달리는 그대들이여. 새빨간 욕망의 노래를 즐겨라. (예매자 별점 ★★★★☆ 9.04)TIP : 그저 혼자 가서 보라는 것. 아무렇게나 편하게 가서 아무 조건 없이 보면 된다. 단 사랑에 중독돼 보지 못한 관객은 이 영화를 보지 마라.◇꿈은 있지만 지친 당신 (9월24일 개봉)은 초라한 교사가 초라한 관악부를 이끌고 대단한 우승으로 이끄는 승리담이 아니다. 그런 스토리를 기대하면 오히려 낭패일 수 있다. 이 영화의 키워드는 패자의 승리가 아니라 ‘되돌아보는 여유’이기 때문이다. 교향악단 연주자를 꿈꾸던 현우가 시골 중학교 관악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어느새 오기로 변해버린 꿈과 사랑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당신이 지금 고집스럽게 꿈을 꾸고 있다면, 그러나 지쳐버렸다면 이 영화를 당신에게 강추한다. 은 꿈이 부끄럽지 않던 그때를 되돌아보도록 당신에게 여유를 줄 것이다. 현우(최민식)가 비를 피해 약국에 앉아 있다가 또박또박 빗소리에 스르르 잠드는 장면을 카메라가 살금살금 다가가는 방식으로 잡아내는데 이 장면은 당신에게 안식을 주기에 충분하다. 자타공인 연기파 최민식은 물론 신예스타 장신영, 김강우와 스크린에서 빛을 더욱 발하는 윤여정, 김호정의 열연이 마치 우리 일상처럼 다가와 더욱 매력적이다. (예매자 별점 ★★★☆ 7.38)TIP : 최민식의 필모그래피를 한번 확인하고 갈 것. 연기력을 인정받으면서도 조연급 배우였던 그는 지난 서러움을 토해내듯 를 제 영화로 만든다. 자, 이제 직전의 최민식과 영화 속 현우를 비교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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