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지배구조… ‘승수효과로 순항 중’

‘봄날은 온다!’상처란 한 번쯤 이겨내면 내성이 생기는 법이다. 따라서 웬만한 충격은 얼마든지 극복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고진감래라고 위기의 끝에는 기회가 있게 마련이다. SK그룹이 딱 여기에 해당한다. 지난해 ‘SK사태’라는 일련의 사회ㆍ경제적 파장을 딛고 최근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더 이상 SK의 위기를 입에 담는 사람은 없다. 되레 SK의 위기관리능력을 호평하는 분석까지 있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극복한 SK 파워의 실체를 알자는 얘기다. SK의 간접경험을 통해 한국재벌의 혁신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다.SK그룹은 4개 사업부문 총 52개 회사로 구성돼 있다. 에너지ㆍ화학(21개사), 정보통신(13개사), 물류ㆍ서비스(14개사), 금융(4개사) 등이다. 물론 상장ㆍ비상장회사를 모두 체크했을 경우다. 이중 상장회사는 10개사다. 역시 에너지그룹답게 이 부문 계열사가 가장 많다. 그룹을 총괄 지배하는 지주회사는 SK(주)다. SK전력(65%), SK네트웍스(50.3%) SK엔론(50%), SKC(47.66%) 등의 최대주주로 등재돼 있다. 오너인 최태원 SK(주) 회장은 SK(주)를 비롯해 SK C&C와 SK케미칼 등 5개사 지분을 갖고 있다.▷ SK(주) = SK(주)는 SK그룹을 이해하는 핵심회사다. 이른바 ‘사업지주회사’인 까닭에서다. SK네트웍스, SKC, SK텔레콤 등을 비롯한 그룹의 핵심계열사 지분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SK그룹에 관한 주요 의사결정도 SK(주)의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10인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최태원 회장을 비롯, SK사태의 카운트파트너인 소버린자산운용측 인사도 포함돼 있다.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에 대한 출자전환 결정 등으로 경영활동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최근 안정ㆍ호전된 성과를 보이고 있다.올해 들어선 장사도 잘했다. 상반기에만 매출 7조9,643억원에 순이익 7,235억원을 올렸다. 본업과 연관된 영업이익(7,486억원), 경상이익(1,169억원)은 전년에 비해 비약적인 상승세를 그렸다. 각각 466.3%와 1,195%의 신장률을 보였다. 비록 지난해의 경우 SK글로벌 지분법 평가손이 반영됐다고 해도 올해의 매출증가세가 엄청난 규모라는 데 이견은 없다. CLSA, ABN암로 등 외국계 증권사가 앞다퉈 ‘매수의견’을 쏟아내는 건 이 때문이다. 실제로 연초 대비 주가도 폭등했다. 연초(1월3일) 2만6,500원이던 게 최근(10월13일) 5만5,000원까지 올라 상승률만 107%를 기록했다.신용등급도 상향조정됐다. 순조로운 경영성과에 힘입어 S&P는 ‘BB+ 안정적 관찰대상’으로, 무디스는 ‘Ba2 안정적’으로 SK(주)의 신용등급을 업그레이드시켰다. 이는 전보다 한 단계 높은 등급이다. 임수길 그룹 기업문화실 차장은 “어렵게 내린 글로벌 회생결정(SK네트웍스의 워크아웃)이 옳은 것임이 증명됐다”며 “장기적으로 최적의 선택이었음을 경영성과가 증명하고 있다”고 전했다.SK(주) 이사회에 대한 평가도 고무적이다. 한국재벌이 모델로 삼을 만한 멋진 이사회라는 극찬까지 있다. SK와 2대주주인 소버린측이 함께 추천해 사외이사가 된 남대우 이사는 “지금껏 참석해 본 이사회 중 가장 괜찮다”며 “이대로라면 외국인투자가도 굳이 소버린 편만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 SK패밀리 중 가장 알짜배기 계열사다. SK사태의 거대한 후폭풍도 비껴간 것으로 판단된다. 사업적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2월 최태원 회장이 SK텔레콤 이사회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면서 한층 투명한 지배구조가 가능해졌다. 최회장의 뜻에 따라 기존의 경영진도 사퇴했다. 이로써 전문경영시스템의 안착이라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신임대표로 취임한 김신배 사장은 향후의 성장목표를 ‘신가치 경영’으로 요약, 발표했다. 김사장은 “회사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를 주주ㆍ구성원ㆍ고객 모두에게 나눠줄 것”이며 “이동전화에서 지속적인 리더십을 확보하고 신규사업을 발굴, 육성하겠다”고 밝혔다.SK텔레콤은 그룹사 중 매출구조가 가장 우량하다. 올 상반기 4조7,845억원의 매출 중 7,512억이 순이익으로 잡혔다. 영업이익(1조1,538억원), 경상이익(1조809억원)도 그룹에서 단연 랭킹 1위다. 자본금 대비 부가가치 창출능력이 가장 좋다는 뜻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포화상태인 음성 중심의 국내 이동통신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롱런 가능한 새 성장엔진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전사적 차원에서 제기 중인 혁신전략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회사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자회사를 활용한 신규사업 진출에, 장기적으로는 통신ㆍ방송과 유무선 융합 관련사업 및 유비쿼터스 사업을 적극 개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해외시장 진출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SK네트웍스 = SK글로벌이 이름을 바꾼 회사다. 지난해 시련을 겪은 후 채권단 합의로 워크아웃 상태에 있다. 1년이 지난 현재 사실상 경영정상화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30일 4차 CBO대금 지급을 마지막으로 국내외 채권단에 대한 빚을 100% 상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0월5일부터는 해외채권단에 제공했던 담보도 모두 회수 완료했다. 그룹 기업문화실 관계자는 “이로써 SK네트웍스의 경영정상화가 실질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이는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따른 결과다. 인력조정과 해외지사 정리, 무역부문 사업재편 등을 통해 600억원의 비용절감에 성공했다.SK네트웍스는 상반기 매출 6조5,584억원에 경상이익 2,14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당초 채권단과의 약속을 훨씬 뛰어넘는 성과다. 전년 동기 대비 2~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정상화를 향한 쾌속질주’라고 평가한다. 특히 지난해 2분기 이후 1년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발표)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화려한 성적표는 양해각서(MOU)에 4년으로 예정된 워크아웃 기간을 2년 이내로 단축시킬 가능성도 높였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 워크아웃 역사상 유례없는 최단기간이 된다. 목표치도 높다. SK네트웍스는 2010년까지 ‘이익(EBITDAㆍ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 1조, 기업가치 10조’를 달성해 국내 최고 수준의 통합 마케팅회사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SK케미칼 = SK글로벌의 불씨는 SK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미쳤다. 금융권의 채권 조기상환 요구가 거세지면서 우량 계열사까지 유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흑자도산처럼 멀쩡하던 회사라도 인위적인 자금경색 한번이면 문닫기 일쑤다. SK케미칼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지속적인 순익으로 탄탄한 재무구조를 자랑했지만 일시적 자금경색의 충격은 컸다. 신규대출은 사실상 동결됐다. 곧 유동성 함정이 찾아왔고,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2004 New Start 20’ 프로젝트를 위시해 다양한 위기극복 프로그램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경기불황까지 겹쳤지만 내부효율을 높이기 위한 비용절감, 생산성 증대, 부가가치 제고 노력은 거듭됐다.그룹의 자구노력과 맞물려 SK케미칼의 자금압박은 점차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 자체적인 경영혁신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가령 SK사태가 최고점에 달할 때조차 SK케미칼 울산공장에서는 258건의 아이디어가 도출돼 총 71억원의 비용절감을 이뤄냈다. 구매부터 생산ㆍ마케팅ㆍ물류 등 운영효율 개선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효율성 극대화는 곧 향상된 재무제표로 화답했다. 상반기 4,96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191억원으로 집계됐다.▷ SKC =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000억원 시대를 열기도 했다. 매출 역시 1조3,313억원으로 사상 최고치 달성에 성공했다. 고공행진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벌써 올 상반기 7,242억원 매출에 영업이익 418억원을 기록했다. 성공적인 턴어라운드를 통한 신기술 확보에 힘입은 바가 크다. 현재 비디오테이프로 대표되는 화학소재 및 저장미디어 중심의 사업구조를 정밀화학, 2차전지, PDP필터 등 다양한 첨단소재 영역으로 전환하고 있다. 가령 비디오테이프 생산인력은 리튬전지와 LCD생산설비로, CD라인은 PDP필터 공정실로 이전했다. 재계에서는 인력 재배치를 통한 성공적인 턴어라운드 사례로 손꼽는다. 특히 2002년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간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는 ‘대한민국 10대 신기술상’을 받기도 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 국방성 테스트에서도 극찬을 받았다.▷ SK C&C = 지난 5월 SK사태 이전의 장기신용등급인 A-(회사채)를 되찾는 데 성공했다. SK C&C의 신용등급 상향조정(BBB+ → A-)은 그룹 자체의 신용도 회복으로 직결됐다. 이는 장기공급계약을 통한 매출 안정화와 자금운용의 효율성을 높이 평가한 결과다. 특히 위성DMB 관련 매출의 수익확대는 전체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 SK C&C의 현금창출 능력을 개선시켰다. 현재 2002년부터 추진돼 온 전사적 차원의 턴어라운드 및 변화추진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성과는 속속 발표되고 있다. 지난해에만 약 200억원의 원가절감 효과를 나타냈다.▷ SK증권ㆍ해운 = 새로운 경영시스템으로 인기 높은 윤리경영의 그룹 전위부대는 SK증권이다. 지난 4월1일 윤리ㆍ투명경영을 위한 브랜드 가치 제고에 초점을 맞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새로 신설된 윤리경영위원회는 행동규범부터 징계사항까지 폭넓은 내용을 수행한다. 이해관계자로부터 접대ㆍ편익ㆍ금품수수 때는 강력한 벌칙조항으로 그에 상응한 제재를 가하겠다는 메시지다. SK증권의 불건전ㆍ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행동지침은 다른 계열사에도 전파되고 있다. 윤리경영 없이 생존 없다는 경험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SK해운도 윤리경영 선포식에서 투명경영을 다짐했다. 이정화 사장은 “고도의 윤리성을 통해 정도를 지향하는 투명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돋보기 수출에서 활로 찾는 SK 계열사다각화에 사활… ‘가자, 해외로!’SK케미칼은 그룹 차원에서 진행 중인 ‘해외 생산거점 확보전략’에 빠른 걸음으로 참여하고 있다. 동유럽 국가로의 수출시장 확대를 위해 현재 폴란드에 바틀용 PET수지 생산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연간 12만t의 PET수지가 생산될 예정이며, 직접 유럽권에 수출한다는 전략이다. 폴란드 현지인에 대한 교육을 마무리하고, 내년 초면 공장을 본격 가동할 전망이다. SK제약도 해외특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룹이 차세대 성장을 위해 적극 추진 중인 생명공학 의약품을 세계시장에 선뵈고 있다. 가령 독자기술로 개발된 위십이지장 치료제 ‘오메드’가 대표적이다. 독일ㆍ영국ㆍ미국 등 기존시장은 물론 올해는 대만ㆍ캐나나ㆍ중동 7개국(사우디아라비아 등)에까지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오메드’는 최근 2년간 유럽에서만 연간 1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왔다.SK건설의 해외시장 공략도 눈부시다. SK건설은 최근 약 2조원 규모의 멕시코 대형정유공장 건설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이미 멕시코의 정유생산량 중 3분의 1이 SK건설이 지은 공장에서 정유 중이다. 중동시장에의 진입전략도 활발히 펼쳤으며, 최근 그 성과가 나오고 있다. 신시장 개척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요즘에는 동구를 공략하고 있다. 올 봄에는 루마니아에서 2건의 설비공사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모두 약 1,200억원 규모로 가격과 기술경쟁력에서 유럽계 경쟁사를 제친 결과다. 특히 동구권 국가의 경우 2006년부터 새로운 환경기준에 따른 플랜트 현대화 시설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 후속수주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SK텔레텍의 해외 틈새시장 진출도 합격점 이상이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국내 마니아층 확보에 성공했지만 해외시장 진출에도 열심이다. 이미 2001년부터 이스라엘 등 수출시장을 뚫었으며, 대만ㆍ중국ㆍ카자흐스탄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노키아 등 쟁쟁한 경쟁사를 제치고 3년 연속 휴대전화(CDMA)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GSM부문을 향후 신규 프로젝트로 삼고 전력투구 중이다. 구체적으러는 중국에 자본금 300억원 규모의 합작생산법인을 만들 예정이다. 생산제품은 중국 내수를 비롯, 해외 CDMA 서비스지역 국가에 수출된다. 이 공장이 설립되면 SK 최초의 정보통신 해외생산기지가 된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