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넘치는 패션부티크 저마다 ‘내가 최고’

종로구 삼청동에 언제부터 수입차가 즐비했던가. 삼청동의 아담한 길가에는 페라리 빨간 스포츠카부터 BMW 검은 세단까지 다양한 수입차가 늘어서 있다. 서로 다른 개성의 이들 수입차처럼 삼청동을 오가는 사람들도 각양각색이다. 검은 세단 수입차가 전통적인 삼청동을 말해 준다면 빨간색 페라리는 최근 삼청동의 변화상을 나타낸다.고즈넉함의 대표주자 삼청동이 소리 소문 없이 변화의 물살을 타고 있다. 경복궁 옆 큰길을 지나 국제갤러리와 진선북카페로 시작되는 삼청동 길에 진입하면 그 실상을 확인할 수 있다.마치 뉴욕의 소호 거리처럼 개성 강한 젊은 디자이너들의 패선 부티크가 빠른 속도로 생겨난 것. 강남의 명품매장처럼 대규모는 아니지만 안방 크기만한 부티크에서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옷과 액세서리, 구두를 창조해낸다.디자이너 부티크는 몇 년 전 경복궁 옆 대로에 자리잡은 ‘쥬얼버튼’이 예고했다. 보석장신구 디자이너 홍성민씨와 장현숙씨가 운영하는 이곳은 기존 브랜드 액세서리와는 다른 ‘작가주의’를 선보였다. 쥬얼버튼은 대로변에 자체 건물을 갖춘 반면 삼청동의 신생 패션 부티크는 관찰력이 뛰어나지 않은 사람은 발견할 수 없다. 간판도 크지 않고 주택가 샛길 사이 ‘의외의’ 장소에 자리잡아 아는 사람 아니면 지나치고 만다.삼청동 초입부에 있는 ‘유로데코’와 ‘꿈꾸는 가게’, ‘소헌’은 액세서리 개인숍이다. ‘더슈’(The shoe)는 지난해 9월에 구두 디자이너 이지연씨와 이재민씨가 만든 구두 부티크이며 ‘루이엘’은 프랑스에서 유학한 천순임씨가 운영하는 모자전문점. ‘램’은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디자이너 허유씨의 멀티 패션숍이다.5년 전 디자이너 부티크 ‘디오지나’(Deogina)를 연 김영주 실장은 “5년 전에는 삼청동 길에 디자이너 개입숍이 우리 밖에 없었다”며 “최근 ‘나만의 옷’을 만들겠다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밀려와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추구하는 동시에 임대료 비싼 강남보다는 한적한 이곳을 택한디자이너들의 둥지인 셈이다.최근 문을 연 액세서리와 의류 개인숍 ‘신시안’(XINXIAN)의 윤영주 매니저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30대 중후반부터 50~60대 여성이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가격대는 10만~100만원대. 윤매니저는 이어 “골목골목 돌아보면 부수는 곳이 많다”며 “삼청동의 급격한 변화상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지난해 말 문을 연 지아衣갤러리의 김지아 디자이너를 찾는 고객중에는 전문직 중년 이상의 여성이 많다. 김디자이너는 “피아니스트와 화가, 설치미술가, 성악가, 소설가 등 예술인과 의사, CEO 등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곳 의류의 가격대는 10만~90만원이다. 실제로 삼청동 길을 걷다 보면 두건을 두르고 피어싱을 한 개성 강한 젊은이들도 보이는 반면, 수백만원의 핸드백을 든 잘 차려입은 중년여성도 쉽게 찾을 수 있다.인도에서 들여온 소품과 실로 싼 액세서리를 만드는 ‘꿈꾸는 가게’의 디자이너는 “알려지는 것 자체가 싫다”며 “깜짝선물처럼 길 가던 행인을 놀라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삼청동 부티크를 단적으로 표현해 준 설명이다.앞으로 삼청동의 디자이너 개인숍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장신구 전문점 ‘소헌’이 등장했고, 보그밤비니 근처에 있던 ‘라꼼빠니 데 쁘띠’라는 수입아동복 전문점은 9월24일 디자이너의 소품숍으로 대체될 계획이다. 삼청동의 대변신은 미래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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