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금융·서비스업, 비즈니스 중심축 부상

의류패션 · 인쇄출판 · 귀금속은 고부가가치 회사 중심 재편 ··· 영세한 업체는 외곽으로

적자생존의 자연생태계가 다이내믹한 환경 속에서 흥망성쇠를 거듭하듯 산업생태계(Industrial Cluster) 또한 끊임없이 변화하기 마련이다. 경제개발5개년계획의 시작과 함께 구로공단 등 대규모 공단이 세워지면서 진행된 서울의 산업화는 지난 40여년간 금융보험업, 부동산업, 사업서비스업, 그리고 교육서비스업과 문화산업 등 서비스업 위주로 산업구조가 전환되고 IT산업과 같은 신산업의 출현을 거치면서 비즈니스 지도를 변모시켜 가고 있다.물론 제조업 가운데서 의류패션업과 인쇄출판업과 같은 소프트한 제조업은 대도시의 문화적 활력을 자양분으로 여전히 서울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영상ㆍ음향ㆍ통신기기와 같이 기술집약도가 높은 첨단업종도 상당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 이들 업종이 ‘모둠살이’를 형성하고 있는 클러스터는 어디이고 또 어떻게 변화해 갈 것인가.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IT산업이 버블형 성장을 보이던 시기였다. 당시 강남ㆍ서초구는 IT산업 하면 테헤란밸리를 연상하게 될 정도로 서울은 물론 한국 IT산업의 메카로 부상했다. 현재는 IT기업의 성장이 다소 정체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강남에 이어 여의도를 중심으로 한 영등포 일대가 제2의 IT 집적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이곳은 금융보험업과 방송업 등을 배후시장으로 해서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성장해 왔다.무엇보다 IT산업 지도에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는 곳은 과거 제조업의 중심지였던 구로ㆍ금천구 일대다. 80~90년대를 거치면서 제조업이 서울의 외곽으로 이전하고 디지털산업단지가 들어선 것을 계기로 대대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기존에 있던 기계공구, 조립금속업체를 첨단전자ㆍ정보통신기기업체들로 조금씩 대체해 가고 있다.한편 현재 전자상가가 있는 청계천과 용산을 중심으로 한 도심에서도 IT 클러스터의 새로운 성장을 전망해 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양질의 오피스 공급과 함께 진행됐던 수요자 기업의 집적이 테헤란밸리의 IT 클러스터를 성장시킨 주된 계기였던 점에 비춰 볼 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청계천 복원사업이나 용산 미군이전기지 재개발 여부에 그 가능성이 달려 있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서북권 상암지구를 중심으로 디지털미디어 클러스터가 급속하게 발전할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디지털미디어시티 개발이 완료된 이후 국내외 선도적 IT기업과 연구소들이 입주하고 계속해서 도심이나 여의도에서 흘러나온 IT업체들을 유인함에 따라 새로운 디지털콘텐츠산업 클러스터로 부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IT산업과 함께 서울 산업경제의 핵심을 구성하는 동시에 국가경제의 근간이 되고 있는 산업이 금융보험업과 사업서비스업이다. 금융보험업만 놓고 보면 전통적으로 서린동, 무교동, 다동 일대의 도심 클러스터(전체 사업체의 25%)와 여의도 클러스터(7.7%)가 핵심을 차지했지만 90년대 이후 도심에서 이전했거나 신설된 금융보험업체의 괄목할 만한 성장으로 인해 강남 클러스터(전체의 13.8%)가 급부상해 전체적으로 트라이앵글 형태의 금융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각 클러스터의 경우 도심이 제1금융권을 중심으로 금융보험업 본사가 포진하고 있고 여의도가 금융 및 보험 관련 서비스업으로 특화된 반면, 강남은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최근 국제적으로 금융기관의 통합과 대형화, 주식, 채권, 파생상품의 확대, 금융기법상의 혁신 등 커다란 변화가 전개되고 있어 금융 클러스터의 판도에 상당한 변화가 초래될 전망이다. 우선 도심의 전통적인 강세와 강남의 급부상 속에서 각 클러스터로 현재의 경쟁우위에 기초한 전문화 추세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해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다소 장기적인 전망이긴 하지만 여의도가 여러 금융부문 가운데 자산운용으로 전문화된 클러스터로 발전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다. 최근 미국의 종합금융그룹인 AIG가 서울시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여의도에 국제금융센터를 건립하고 AIG 지역본부를 유치하기로 양해한 점이 이러한 전망을 상당히 밝게 하고 있다.금융 클러스터 판도에도 변화 예상서울에서 제조업이 전반적으로 사양화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의류패션업이나 귀금속업, 인쇄출판업 등이 서울 도심을 중심으로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어 도심을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는 포스트모던한 산업공간으로 만들고 있다.의류패션업의 경우 종로ㆍ중구에서 시작해 인근 동대문구와 성동구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 걸쳐 제작업체가 원부자재 공급업체와 하청업체, 도ㆍ소매업체와 뒤섞인 채 묘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지역에 의류업체 클러스터가 형성된 배경에는 토지 소유구조도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규모 필지로의 토지 분할이 소규모 저층의 노후한 건물을 유지하게 하고 이로 인해 형성된 낮은 지가와 임대료 체계가 대도시 중심가에 전통제조업의 입지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의류업체와 함께 도심의 공간을 채우고 있는 다른 업종은 인쇄출판업체로 광교사거리, 청계2가, 청계4가로 이어지는 이 일대에 서울 인쇄출판업체의 60%가 입지하고 있다. 도심에 인쇄업체 클러스터 형성은 기업 본사와 공공기관, 그리고 사업서비스업 등 도심의 사무활동이 배후시장으로 자리잡은 데 기인한 바가 크다. 또 앞서 언급한 도심의 토지 소유구조도 한몫 하고 있다.귀금속 클러스터는 현재 종로4가 세운상가와 인접해 있는 예지동과 봉익동, 두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예지동의 경우 조선시대의 석수방골이나 옥방골에서 연원을 찾을 만큼 그 유래가 깊다. 현재는 귀금속의 조형, 연마, 세공을 하는 세공업소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상태다. 종로3가 단성사 뒤쪽의 종로주차장에서 종묘공원에 이르는 봉익동 지역은 주로 귀금속과 보석 도매상가로 이뤄져 있다.서울 대도심에 오랫동안 강하게 뿌리내리고 있는 이들 제조업 클러스터에서도 향후 내부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상당한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의류업 클러스터의 경우 영세한 제조업체의 외곽 이전과 함께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업체를 중심으로 급속한 재편이 이루어지고 이와 함께 의류 도ㆍ소매업체들의 자기혁신도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 예상된다. 도심 의류산업 클러스터에서 이 같은 변화는 90년대를 거치면서 강남 중상류층 주거지를 배후시장으로 해서 발전하고 있는 청담동 일대의 하이패션 지향의 의류 클러스터와 함께 한때 명동이 구가했던 패션1번지를 향한 치열한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귀금속 클러스터의 경우 현재의 클러스터가 계속해서 주변지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종로3가와 2가에 이르는 대로변과 함께 비원 쪽을 향한 돈화문로, 그리고 인근 묘동과 원남동, 낙원동까지 확대되는 추세를 조금씩 보이고 있다. 이러한 확산 추세는 단성사와 피카디리의 재개발로 대규모 상가가 오픈하고 돈화문의 ‘걷고 싶은 거리’조성이나 ‘종로 귀금속 거리’ 조성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더욱더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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