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개 출판사 밀집… 베스트셀러 산실

최적의 환경에 사통팔달 교통, 사무실 임대료 싼 것도 매력

출판 하면 떠오르는 곳은 어디일까. 과거 충무로가 영화의 메카로 이름을 날렸지만 출판은 딱히 어디를 지목하기가 쉽지 않았다. 서울 전역에 걸쳐 흩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꼽는다면 신수동이나 충무로, 또는 대학로 부근에 출판사가 좀 있었지만 하나의 타운을 형성하지는 못했다.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흐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홍대 앞 서교동·합정동 일대를 중심으로 출판사가 집결하고 있다. 이미 100여개의 출판사가 둥지를 틀었고, 요즘도 한달에 2~3개의 출판사가 이곳으로 모여든다. 이제 서교동 일대를 ‘베스트셀러 산실’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양적 팽창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특히 출판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업체들이 대부분 집결, 출판사를 차리려면 홍대 앞으로 가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경제경영 서적으로 유명한 더난출판이 신당동에서 서교동으로 이전했고, 시대의 창, 청년정신, 명진출판 등도 자리를 잡고 있다. 이밖에 뜨인돌, 바다출판사, 팜파스, 들녘, 지식경영사, 오늘의 책, 자음과 모음, 작가정신, 북라인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출판사가 홍대 앞을 장악했다.출판사가 모여들면서 관련업체들도 서교동 일대로 집결하고 있다. 국내 최대 단행본 기획사인 한성출판기획을 비롯해 해외저작권을 취급하는 임프리마 등도 멤버로 등록돼 있다. 아울러 편집대행업체들 역시 친구 따라 강남 가듯이 출판사들을 따라 이곳에 모여드는 모습이다.산재해 있던 출판사들이 서교동 일대에 모여드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출판을 하기에 최적의 환경과 교통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서교동의 경우 전형적인 주택가라 대낮에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드물 정도로 조용하다. 집중력을 요구하는 업종의 특성상 서울에서 이만한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또 파주에 밀집돼 있는 인쇄소를 이용하기에도 제격이라는 후문이다. 자유로를 타면 30분 이내에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희숙 한성출판기획 팀장은 “출판기획을 하고 책을 만드는 데 조용한 외부환경은 필수적인데 서교동 일대가 이런 조건을 잘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은영 실천문학사 편집부장은 “과거 신수동에 몇몇 출판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최근 들어 파주와의 접근성을 이유로 신생 출판사들이 모여들면서 하나의 타운을 형성했다”고 강조했다.또 하나 임대료가 싸다는 점도 거론된다. 강남이나 대학로, 또는 충무로 등지에 비해 사무실을 싸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출판사들의 서교동행을 부추긴다는 얘기다. 특히 2000년을 전후해 옮긴 업체들 가운데는 출판경기가 불황을 겪으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서교동행을 선언했다는 후문이다.일각에서는 홍대 부근의 창작 열기가 출판사들을 불러모으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문화예술 관련 시설이 많고, 공연 등이 자주 열려 창작욕구를 일깨우는 데 제격이라는 얘기다. 실제 문학이나 예술 일부출판사들은 홍대 부근의 이런 특성을 감안해 사무실을 옮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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