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25배 증가 … 매출 비해 순이익 높아

축구게임 ‘위닝일레븐’이 성장원동력, 유지비용 적어 ‘짭짤’

오후 10시 신촌.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어딘가로 몰려갔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명물거리에 위치한 한 플스방(소니사의 비디오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을 이용한 게임방)이었다. 실내는 소란스러웠다. 여기저기서 환호와 탄성이 오갔다. ‘아 저기서 패스를 했어야지’ ‘슛이 너무 약했어’ 등등. 마치 축구대표팀의 경기를 응원하는 듯한 분위기였다.“여기는 하루 종일 이래요. 그래도 지금은 손님이 상대적으로 적어 조용한 편이지요. 방학 때는 빈자리가 없어 돌아가는 손님이 더 많을 정도여서 정말 소란스러웠습니다.”‘소란스럽다’는 플스방의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 가장 적절한 단어인 동시에 최근 불기 시작한 플스방의 인기비결을 엿볼 수 있는 말이다. PC방이든, 아케이드 오락실이든 게임방의 분위기는 보통 ‘조용하다’. 주로 혼자서 게임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레이스테이션(이하 플스)은 다르다. 한번에 8명까지 모여 팀플레이를 할 수 있다. 상대팀을 바로 옆에서 바라보며 게임을 하기 때문에 승부욕이 PC게임에 비할 바 아니다. 자연 목소리가 커지게 마련이다.집에 플스를 갖고 있으면서도 플스방을 찾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플스게임이 너무 재미있어 관련 직업을 갖고 싶다는 한 플스 마니아는 “예전에는 온라인게임을 많이 했지만 이제는 플스만 한다”며 “친구들과 한자리에 같은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게 플스의 묘미”라고 말했다.플스 인기 계기는 한ㆍ일월드컵플스방이 유망 창업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전국에 700~1,000개가 영업 중인 것으로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에 상업용 플스를 판매하고 있는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에 따르면 지난해 7월 440개이던 플스방은 지난 8월 말 현재 1,030개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소니의 허가를 받은 공식 플스방이 크게 늘었다. 20개에서 500개로 1년 사이에 무려 25배나 늘어났다.플스방 개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가정용 기기만 판매하던 SCEK가 지난해 6월 상업용 기기를 공식 발매하면서부터다. PC게임에 익숙한 국내 게이머들에게 플스의 체험기회를 제공해 가정용 플스 구매를 유도하고 게임 타이틀의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결정이었다.사실 SCEK가 상업용 플스를 판매하기 전부터 수백곳의 플스방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가정용 플스를 이용한 일종의 불법영업이었고 현재도 전체의 절반은 이들이 차지한다. 하지만 공식업소와 달리 불법업소의 수는 거의 정체상태다. 적발되면 영업을 정지시키는 등 강력하게 제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2002한ㆍ일월드컵도 플스방 전성시대의 일등공신이다. 현재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플스 게임은 축구게임인 ‘위닝일레븐’이다. 월드컵의 열기가 축구게임의 인기로 고스란히 이어졌다는 것. 역대 최고의 축구게임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 게임은 실제 선수들의 기술과 경기 현장을 가장 사실적으로 재현하고 있어 수많은 마니아들을 양산했다. 특히 최근 발매된 업그레이드 버전인 ‘위닝일레븐8’은 더욱 사실적이어서 플스방 전체 이용객의 80~90%가 이 게임을 즐기고 있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스타크래프트가 PC방 열풍을 몰고 왔듯 위닝일레븐이 플스방 창업 열기에 불을 붙인 셈이다.위닝일레븐의 열기는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는 인터넷 동호회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다. 플스 동호회 ‘S-리그’의 정용석 시솝은 “월드컵이 끝날 무렵 5,000명이던 회원이 지금은 7만명에 이른다”며 “특히 서울, 부산, 광주, 수원 등 대도시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가동률 25%이면 순이익 천만원동호회는 플스 게임의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들은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고 동호회별로 게임대회를 갖는 등 플스를 전파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게임대회의 수도 많이 증가했다. 정용석 시솝은 “예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이던 것이 요즘에는 2~3번씩 열리고 있다”며 “대회 출전 전에 집중적인 훈련을 하는 등 열기가 높다”고 말했다.오는 10월께부터 한 케이블 게임TV가 전국대회를 방송할 예정이어서 플스 게임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플스 인구가 늘면서 플스방의 매출도 크게 오르고 있다. 현재 플스방의 가동률은 평균 15~25% 수준이다. 얼핏 보기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지만 수익률을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좌석수 54석을 기준으로 하면 평균 15%만 가동해도 월 450만원 정도의 순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25%이면 순이익이 1,000만원을 넘어선다. 최대 성수기라고 할 수 있는 방학이면 그야말로 ‘대박’이다. 가동률이 40%를 웃도는 곳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이런 경우 순이익은 2,000만원에 육박한다.플스방의 순이익이 높은 이유는 유지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PC방의 경우 온라인 게임을 위한 랜선 사용료, 장비 교체비, PC 수리비 등 유지비용이 많이 들지만 플스방은 설치만 해놓으면 게임 타이틀 구매 외에 돈 들어갈 데가 거의 없다.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기반이므로 바이러스에 의한 피해도 없어 AS 부담도 적다. 또 PC방이 현재 2만5,000여개에 달하면서 이용료 할인경쟁이 치열한 반면, 플스방은 초기시장이어서 업소간에 이렇다 할 경쟁도 없다.플스를 잘 모르는 사람도 얼마든지 업소를 운영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PC방의 경우 PC에 익숙지 않으면 혼자 힘으로 운영하기 쉽지 않다. 네트워크상의 문제라든가 바이러스 감염 등 전문적인 지식이 없으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상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스는 이런 문제가 거의 없다. TV처럼 끄고 켤 수만 있으면 누구든지 꾸려나갈 수 있다.하지만 리스크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플스방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다. SCEK가 국내에 플스2를 정식 발매한 것은 2002년의 일이므로 플스의 국내 역사는 공식적으로 2년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약 90만대가 국내에 보급됐다고 하지만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임에 분명하다. 플스방은 고사하고 플스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플스방의 65%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도 인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것도 중산층 이상이 집단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서울의 주요 아파트 단지나 신도시가 아니면 플스방을 개업할 만한 곳이 흔치 않다. 지방의 경우 부산, 광주 등 대도시 지역을 제외하면 플스방은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멀티미디어콘텐츠 제공업소로 규정된 PC방과 달리 게임제공업으로 분류된다는 점도 장애물이다. PC방에 비해 인허가 절차가 복잡한데다 동전을 사용해야 하므로 이용이 불편하다. 게임타이틀은 일일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판정을 받아 업소용으로 허가된 게임만 사용해야 한다. 자연 서비스하는 게임수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이런 규정을 지키는 업소는 거의 없고 단속도 거의 하지 않지만 적발되면 처벌을 피할 수 없다.최근 플스방 창업을 주도하고 있는 프랜차이즈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하다는 점도 위험요소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플스방 프랜차이즈는 약 50개인 것으로 업계는 짐작하고 있다. 많게는 100여개의 가맹점을 거느린 대형업체도 있지만 대부분 가맹점이 서너 곳에 불과한 영세업체들이다. 더욱이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여서 지속적으로 관리 지원을 하는 곳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피해를 입은 가맹점도 속출하고 있다. 본사가 부도를 내는 경우도 있고 개업과 동시에 나 몰라라 하는 통에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홍익대 부근에서 플스방을 운영하고 있는 한 가맹점주는 “인테리어공사에서 이득을 취한 후 전화 한 통 없는 본사가 부지기수”라며 “가맹점 경영노하우 자체가 없는 곳도 있는 만큼 본사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위험요인이 만만치 않지만 플스방 창업의 열기는 누그러지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국내 플스 인구가 늘고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인터넷, 검색, 게임, 음악 등을 모두 즐길 수 있는 PC와 달리 플스는 게임만을 위한 기기여서 게임의 재미가 크다는 것이 플스 마니아들의 공통된 견해다. 미국이나 일본 시장에서 플스의 매력은 이미 증명됐다는 설명이다. 소콤 같은 온라인 플스 게임의 등장도 플스방의 전망을 밝게 한다. PC방의 인기가 온라인에 있었던 것처럼 플스방도 온라인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메가플스의 김원실 전략기획부장은 “플스방이 PC방처럼 비약적으로 늘지 않겠지만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며 “PC방의 절반 정도인 1만개까지는 기복 없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INTERVIEW 소원석 로그온넷 사장과학적ㆍ지속적 경영지원시스템 돋보여플스방 프랜차이즈업계에서 로그온넷이 운영하는 ‘메가플스’는 가장 주목받고 있는 브랜드다. 가맹점수는 그다지 많지 않지만 가맹점에 대해 강력한 지원활동을 펼쳐 점주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 준비기간부터 타 업체와 구별된다. 전담직원이 3주간 파견돼 지역 홍보를 돕고, 공사를 지휘하고 경영노하우를 전수한다. 개업 후에는 한달에 5~6차례 업소를 방문, 경영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개선책을 제안한다. “로그온넷의 컨설팅은 주먹구구식이 아닙니다. 1억원을 들여 경영지원시스템을 개발해 통계적 수치에 따라 조언을 합니다. 고객지원부 직원이 현장을 돌며 확인한 사실을 바탕으로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것이지요. 시간이 지나 데이터가 더 축적되면 컨설팅의 정확도도 더욱 높아지겠지요.”컨설팅으로 가맹점의 매출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아예 위탁경영을 실시한다. 기한은 정상화될 때까지다. 서울시내의 가맹점 두 곳이 각각 두달, 넉달의 위탁경영을 통해 정상화를 찾아 현재 매출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최근에는 매장을 전담 운영할 매니저를 양성, 채용을 원하는 가맹점에 소개하고 있다.“플스방 창업 희망자 가운데 상당수가 투잡스(Two Jobs)족입니다. 신경 쓸 일이 많지 않아 부업으로 적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뜨내기 아르바이트생에게 매장을 송두리째 맡길 수는 없잖아요. 이런 이유로 전문 매니저를 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직업이므로 책임감도 크고 본사가 책임지고 교육을 시키므로 전문성도 강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과금체계가 복잡하다는 플스방의 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플스방 전용 과금시스템도 개발했다. 전용 카드와 입력기를 자체 개발한 것. 법규상 동전을 이용해야 하지만 SCEK와 정부의 승인하에 전 가맹점에 설치, 운영하고 있다.“로그온넷은 코스닥 등록기업인 디지털온넷의 자회사입니다. 솔루션 개발 전문업체인 모회사의 덕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과금시스템이 그 예입니다.”현재 메가플스 가맹점은 31곳. 올해 말이면 5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 수치는 목표치인 100곳의 절반에 불과하다. 경기침체 탓에 창업희망자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소사장은 말한다. 이에 따라 창업 1년이 지난 현재도 적자 상태에 머물러 있다.“머지않아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봅니다. 올해는 플스방을 소개하는 기간이었지만 사업이 본격화되는 내년에는 가맹점 200곳을 모집할 계획입니다.”소사장은 플스방의 전망이 밝기는 하지만 ‘대박’을 기대하지는 말라고 조언한다. 투자액이 최고 3억~4억원 정도인 창업은 대박보다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는 차원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플스방은 결코 반짝 유행했다 사라지는 아이템이 아닙니다. 플스 인구가 늘고 있고 앞으로도 늘어날 테니까요. 지방과 여성은 완전히 미개척의 상태인 만큼 잠재력이 무한합니다. 관련업체와 협력해 플스방 알리기 마케팅을 더욱 강화할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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