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대응력 ‘넘버원’ 집중력훈련 통해 내공 쌓아

물론 강인한 정신력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신력을 기르기 위해 양궁선수들은 지난 5월 경기도 파주시 전진부대에 입소했다.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전방에서 철책근무를 하며 머리 속을 가다듬었다. 담력을 기르기 위해 밤에 공동묘지에서 혼자 촛불을 켜놓고 활쏘기 연습을 했다는 선수도 있을 정도다.어떠한 위기가 닥쳐도 굴하지 않는 한국양궁의 정신력은 기업경영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불황이 닥쳐와도 예상치 못한 위기상황이 발생해도 흔들리지 않고 극복하는 기업만이 최후의 승자로 남는다는 것을 일깨워줬다.한국 양궁선수들은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살인적 연습도 마다하지 않는다. 평소 기록을 시합에서 유감없이 발휘하기 위해서다. 외국 선수의 경우 하루 100발 연습하는 경우가 흔하다. 소속팀이 없는 선수 또는 일정 직업 있는 외국선수는 일주일에 하루 정도만 연습하는 수준에 그치기도 한다.반면 한국선수들의 하루 연습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기복 없는 경기를 펼치기 위해 하루에 300~500발 이상을 쏘고, 올림픽 직전에는 1,000발 이상 연습하기도 했다. 야간에도 서치라이트를 켜놓고 쉴 새 없이 훈련했다.2004아테네올림픽에서 여자양궁 6연패의 활을 쏘며 금메달을 딴 달성한 박성현의 경우 연습벌레로 유명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양궁을 시작해 밤낮없이 연습해 온 박성현은 남자선수들이 쓰는 강도 44.5파운드짜리 활을 사용한다. 이번 아테네올림픽에서는 그리스 관중의 소음공세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정신력을 보이기도 했다. 선글라스 너머로 변화 없는 표정을 고수하며 순탄하게 경기했다.한국 양궁선수들은 고도의 정신력을 기르기 위해 복합적이고 다양한 심리훈련도 받았다. 선수 개인별 성향에 맞춰 맞춤형 프로그램을 도입해 실전처럼 훈련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팀과 단계별 심리훈련을 했다. 경기 전후의 심박수를 분석하고, 연구원과 면담을 하며 화살을 날리는 과정을 일관되게 만들었다.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양반자세 정신집중훈련을 했고 해병대 훈련과 수영, 다이빙 연습까지 불사했다.경기장의 소음에 대비하기 위해 야구장과 경륜장 등 관중이 많은 곳에서 시범경기를 하며 심리전까지 준비했다. 이번 올림픽 결승전이 열린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은 관중석과 경기장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 응원소리는 물론이고 관중의 숨소리까지도 들릴 정도였다.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에서의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야구장과 경륜장을 찾은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태극궁사들은 실전에서 거세게 부는 바람과 관중의 소음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게다가 지난 7월 잠실야구장의 시범경기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여자팀과 남자팀이 성대결을 펼쳤다. 긴장감을 통해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 정신력을 강화한다는 차원이었다.최윤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양궁은 상대가 잘못 쏘기를 기대하면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게 돼 오히려 자신의 점수가 나빠진다”며 “이런 이유로 양궁선수들은 경쟁자의 한발 한발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활쏘기에만 집중하는 훈련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최연구원은 이어 “기업도 시장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장 1위로서의 자만심과 변화 거부 심리를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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