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12년 ‘차이나 크로스’어쩌나

지난 1992년 8월24일. 역사적인 한ㆍ중수교가 이뤄졌다. 50여년간 닫혔던 두 나라 사이의 빗장이 풀렸고, 새로운 동반자 시대가 열렸다. 한국과 중국 국민들은 환호했고 정치,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에서도 들뜬 분위기가 역력했다.이후 12년이 흘렀다. 수천년간 지속된 두 나라의 역사 속에서 보면 아주 짧은 기간이다. 하지만 이 짧은 기간에 두 나라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한국기업들은 줄줄이 중국으로 달려갔고, 중국은 한국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몸을 던졌다.성과는 즉각 나타났다. 새로운 거대시장을 얻은 한국은 대중국 수출에 모든 힘을 쏟았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미국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으로도 부상했다. 이제 중국시장이 없으면 수출한국의 꿈을 이루기 어려울 정도다.중국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려는 기업들이 크게 증가하면서 한국을 떠나는 기업수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에 둥지를 튼 기업이 무려 2,888개사에 이를 정도다. IMF 외환위기 직후 주춤하는 기미를 보였으나 이후 다시 살아나 한국기업들이 가장 많이 진출하는 나라가 됐다.물론 한국기업들이 중국으로 달려가는 것은 싼 노동력 때문만은 아니다.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하기 위한 측면도 강하다. 중국은 이제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세계적 기업들이 대부분 중국에 진출해 있고, 이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면 글로벌 무대에서 자리를 잡을 수 없다. 결국 함께 경쟁하고, 다양한 정보를 얻기에 중국만큼 좋은 환경을 갖춘 나라도 드문 것이 현실이다.거듭 강조하지만 중국은 우리에게 기회의 땅이다. 거대한 시장과 좋은 투자여건을 갖추고 있다.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데도 제격이다. 만약 수교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런 모든 것들은 단지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렇다고 모든 것이 유리한 것은 아니다. 한ㆍ중수교 이후 걱정거리도 생겼다. 경제적으로 중국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나치게 중국만을 쳐다보는 경우가 늘다 보니 중국의 영향권 안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이는 마치 국내 주식시장이 미국 주식시장의 등락에 따라 엎치락뒤치락하는 것과 비슷하다. 전날 미국 주식시장이 뜨면 우리나라 시장도 동반상승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가라앉듯이 우리나라 경제 역시 중국의 움직임에 큰 영향을 받는다. 자칫 종속관계가 형성될지도 모를 일이다.산업공동화에 대한 우려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떠나 전국의 공단이 비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각종 설문조사를 보면 앞으로 기회만 닿으면 중국으로 이전하겠다는 기업이 50%를 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대목이다.중국의 한ㆍ중수교 손익계산서도 큰 폭의 ‘흑자’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오히려 한국보다 더 많은 이익을 챙겼다는 분석도 많다. 산업화 과정에서 한국이 경험한 것을 그대로 물려받을 수 있게 된데다 엄청난 투자를 받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한국기업들의 투자는 기술력이 떨어지는 중국기업들의 경쟁력을 크게 높여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을 공부하는 데 열성적이고 그동안 교류확대를 적극 추진한 것도 따지고 보면 배울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더욱이 중국은 처음부터 계획적이면서도 체계적으로 한국에 접근했다. 한국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일을 추진하고 열매를 따갔다. 수교의 목적 역시 상당부분 경제적 이유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이다.한ㆍ중수교 이후 두 나라의 교류는 경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치, 사회, 문화에서도 다각적 교류가 이어졌다. 특히 문화 쪽은 한류 열풍이 입증하듯 어느 분야 못지않게 활발했다.한국드라마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스타들의 중국공연도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스타들의 몸값이 치솟고,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개선됐다.중국에서 한국을 찾는 관광객도 수적으로 엄청나게 늘었다. 98년 48만명이었던 것이 2000년 103만명, 2002년 172만명 등 빠른 속도로 늘었다. 해외관광객 중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년 전 이미 10%를 넘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관광객의 증가세를 지속시킬 필요가 있다”며 “의료, 교육 등 서비스산업의 적극적인 육성을 통해 중국수요를 최대한 흡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지난 12년간 한국과 중국은 밀월관계를 유지했다. 서로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상대방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다. 물론 앞으로도 이런 상호보완적 관계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전세계적으로 글로벌 체제가 자리잡고 있는 만큼 교류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김석진 LG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과 중국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며 “윈윈 게임을 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고 설명했다.하지만 두 나라 사이에는 넘어야 할 산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점점 커지는 불신이다. 최근의 기류를 보면 고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고구려사 왜곡문제가 불거진 이후 중국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져만 가는 형국이다. 무역분쟁이 증가하고 있는 점 또한 큰 부담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사사건건 문제를 일으킨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들어 중국이 한국제품에 대해 반덤핑으로 제소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어 대책마련이 요청되고 있다.한국과 중국은 동반자이면 동시에 경쟁자다. 특히 중국의 기술력이 크게 향상되면서 각 분야에서 우리의 라이벌로 등장하고 있다. 경쟁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한중수교 12년 발자취△ 92년 8월24일=한ㆍ중수교△ 92년 9월=노태우 대통령 방중△ 93년 7월=우편 및 통신협정 체결△ 94년 3월=김영삼 대통령 방중△ 94년 10월=리펑 총리 방한△ 95년 6월=체육교류협정 체결△ 95년 11월=장쩌민 주석 방한△ 96년 3월=농업기술교류협정 체결△ 96년 11월=경찰교류협력 합의서△ 97년 5월=직업훈련협력 합의서△ 98년 4월=런던 ASEM 정상회의서김대중 대통령·주룽지 총리 회담△ 98년 11월=형사사법 공조 조약△ 99년 9월=뉴질랜드 APEC 회의서김대중 대통령·장쩌민 주석 회담△ 2000년 10월=범죄인 인도 조약△ 2000년 10월=주룽지 총리 방한△ 2001년 10월=상하이 APEC 회의서김대중 대통령·장쩌민 주석 회담△ 2003년 7월=노무현 대통령 방중돋보기 한국내 중국연구 싱크탱크KIEP·KIET 대표주자 자리잡아중국과의 교류가 확대되면서 중국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싱크탱크에 대한 관심도 높다. 특히 중국정보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관련 싱크탱크들도 매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국내에서 중국을 연구하는 대표적 싱크탱크로는 우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꼽힌다. 국책연구기관으로 세계지역연구센터 내에 중국팀을 두고 있으며 팀장을 포함해 6명의 연구원이 중국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국내 연구소 가운데 전담연구인력이 가장 많다.중국경제, 동북아경제협력, 중국분야 문헌정보 등을 주로 다룬다.같은 국책기관인 산업연구원(KIET)도 중국연구에 일가견을 갖고 있다. 국제산업협력실 안에 신태용 선임연구위원을 중심으로 중국전담팀이 만들어져 한ㆍ중 산업협력 등에 대해 주로 연구한다. 이무형 연구위원, 김화섭 연구위원 등이 주축을 이룬다.민간경제연구소 가운데는 삼성경제연구소가 눈에 띈다. 중국연구실을 별도로 두고 기업 입장에서 중국을 활용하는 방법과 중국변수 등에 대한 리포트를 주로 낸다. 핵심인 정상은 수석연구원은 중국 베이징대 경제학 박사 출신이다.현대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 역시 2~3명씩의 중국 전문연구원을 두고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주원 팀장이, LG경제연구원은 김석진 부연구위원이 핵을 이루고 있다. 경제단체 가운데는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가 중국 관련 싱크탱크로 손색이 없다. 중국과의 무역관계를 주로 연구하는 이 연구소는 관련자료도 방대해 방문자들이 줄을 잇는다.연구기관은 아니지만 각종 중국정보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관도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경우 중국조사팀을 두고 각종 자료를 만들어내고 있고, 중국지역본부는 자체적으로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현지에서 중국소식을 전한다. 또 중소기업진흥공단 중국사무소 경제정보, 한국수출입은행 중국경제정보, 부산상공회의소 통상무역정보 등도 콘텐츠가 탄탄하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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