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장비·훈련 등 전방위 뒷받침 돋보여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의 ‘양궁 사랑’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20년간 비인기 종목인 양궁에 지속적인 지원을 해 왔다. 재정적인 도움은 물론 회장실 한쪽에 따로 공간을 두고 보다 우수한 활을 개발하는 데 관심을 가졌을 정도다. 남자 양궁대표팀의 서거원 감독은 “정회장은 새로 창단되는 팀에 매년 300만원을 지원하는 등 매년 10억원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정회장의 도움으로 국내 양궁계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과학적인 훈련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었다. 우선 94년부터 전산프로그램을 활용, 통계적인 정보에 따라 선수들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었다. 여기에 올해부터는 시뮬레이션 기법을 도입해 실제 상황과 동일한 조건에서 훈련을 해 현장적응력을 높였다.“통계자료는 작전을 세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단체전의 선수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적중률이 높은지를 예측해 발사 순서를 정해 기록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1~2점 차이로 승부가 결정나는 만큼 이런 정보는 매우 소중합니다.”양궁에 대한 지원의 특징은 전방위적이라는 점이다. 재정지원, 훈련법 개발, 심리요법, 장비개발 등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모든 방법이 동원됐다.대한체육연구원은 선수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전담 컨설턴트를 배치했다. 고도의 정신집중을 요하는 양궁의 특성상 심리 컨설팅이 효과적임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던 터였다.선수단의 전담 컨설턴트로 활약한 대한체육연구원의 김병현 박사는 “다른 종목에 비해 양궁은 오래전부터 심리요법을 활용하고 있다”며 “선수들이 각성 수준을 스스로 조절해 기록을 높이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서투른 목수가 연장 탓한다’는 옛말이 있지만 같은 조건이라면 좋은 연장을 쓰는 게 유리하다는 것은 당연한 일. 삼익스포츠와 르까프는 선수들의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장비를 꾸준히 공급해 오고 있다. 활 제조업체인 삼익스포츠는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 반드시 선수들의 검증을 거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선수들에게 적합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르까프는 맞춤형 유니폼과 신발을 대고 있다.현대경제연구원의 최윤정 연구원은 양궁의 이런 총체적인 지원시스템이 산업 클러스터 육성에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최연구원은 “인도와 아일랜드의 IT산업이 타 산업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관련산업이 효과적으로 결합됐기 때문”이라며 “기업의 경우에도 한 부문만 잘된다고 발전하지는 않으며 모든 부문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또 LG경제연구원의 한상엽 연구원은 “기업의 핵심 경쟁력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일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각계의 지원이 효율적으로 진행된 양궁대표단에서 인재양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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